그간 야당은 "정부가 미국에는 400쪽 분량의 상세한 보고서를 주면서 야당에는 달랑 보도자료만 줘 놓고 정부 발표를 믿으라고 한다"고 정부를 공격해 왔는데, 그 보고서가 우리 정부가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정 총리의 주장에 대해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그렇다면 클린턴 장관이 거짓말을 했단 말이냐"며 "우리 정부 뒤에 우렁각시 정부가 또 있는가 보다"고 꼬집었다.
'400쪽 보고서'의 존재 논란 가운데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주한 미국 대사관에 공문을 보내 "클린턴 장관이 언급한 보고서는 어디로부터 제공받거나 열람했는지 밝혀달라"고 공식 요구했다.
"'우렁각시' 정부가 또 있거나 클린턴 장관이 허위 사실 유포했거나"
클린턴 장관은 지난 5월 26일 방한해 "400쪽에 달하는 (천안함) 조사 보고서는 매우 철저하고 상당히 전문적이며 매우 설득력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발언은 국내에서 쏟아지는 천안함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조사를 신뢰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클린턴 장관이 '보았다'는 보고서에 대해 우리 정부는 '모른다'는 입장이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최근 국회 천안함 특위에 출석해 "보고서 존재 여부에 대해 클린턴 장관에게 물어보라"고 언급한 데 이어, 정운찬 총리도 이날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국방부는 물론이고 어느 부처에서도 400쪽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미국 등에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 클린턴 장관은 지난 5월 26일 방한해 "400쪽에 달하는 (천안함) 조사 보고서는 매우 철저하고 상당히 전문적이며 매우 설득력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뉴시스 |
이석현 의원은 "정부가 만들지 않았다면 우리 정부 뒤에 '우렁 각시 정부'가 또 있거나, 클린턴 장관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말이냐. 미국 정부에 항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지만, 정 총리는 "(미국 정부에 대한 항의는) 검토해보겠다"고만 했을 뿐이었다.
천안함 특위에도 속해 있는 최문순 의원은 이날 미국 정부에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최 의원은 "우리 정부는 만든 적이 없다 하니, 400쪽 보고서는 존재하지 않는 보고서이거나 미국 측 조사단이 따로 보고서를 만들어 미국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외교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하며 한국 내 정치상황에서도 민감함 시점에 언급된 만큼 공식 답변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태영 국방 "25명 징계대상자 가운데 형사처벌 대상 없다"
지난 11일 천안함 특위에 출석해 감사원의 조사 결과에 대해 강한 불쾌감과 불신을 드러냈던 김태영 장관은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는 "감사원의 조사 결과를 기본적으로 존중한다"며 한 발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김 장관은 여전히 "징계 대상자 25명 가운데 12명은 기소해야 한다는 감사원장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사안 가운데) 형사적으로 문제 삼을 것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사퇴 여부에 대해서도 김 장관은 "나는 사의를 표명했으니 임명권자가 결정할 일"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김 장관은 "합참의장이 사직서를 냈고 수습할 일이 많다"며 "북한의 위협이 있는 상태여서 여러 조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석현 의원은 이런 김 장관에게 "북한의 위협은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만큼 그게 문제가 되면 그만둘 날이 없다"며 "사의를 표명했으면 나오지 말아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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