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려한 휴가'가 뮤지컬로 제작돼 지난 6월 12일과 13일 국립극장에서 공연됐다. 올해가 5.18민주항쟁의 30주년 해인 것을 기념해 만들어진 이 작품은 5월의 슬픈 기억만이 아닌, 희망 가득 찬 미래로의 도약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와의 차별성을 보인다.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김정숙 대표가 작품을 쓰고 상임연출가 권호성이 연출을 맡은 뮤지컬 '화려한 휴가'는 광주 시민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슴 찡해지는 감동을 전해 받는다. 2시간 35분이라는 러닝타임(인터미션 포함)이 전혀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자유가 누군가의 피 값으로 획득됐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 30주년, 전환점을 맞아야할 시기 1980년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올해로 30주년이 됐다. 당시의 생존자들은 '살아남은 것이 죄스럽다'고 말하지만 그러는 동안 한 사람이 태어나서 직장을 잡고 결혼을 하고 자리를 잡을 만큼의 세월이 흘렀다. 강산이 바뀌고도 세 번이나 바뀌었을 시간이다. 뮤지컬 '화려한 휴가'는 5.18을 단지 가슴 아픈 역사적 기억으로만 머물러두는 것이 아니라 성숙의 완성, 미래를 위한 전환점이라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픔뿐이었던 우리의 역사가 문화예술작품으로 새롭게 승화된 것이다. 뮤지컬 '화려한 휴가'의 마지막 장면은 계엄군과 시민군이 하나 되어 '하늘소풍'을 합창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과거의 시대적 요구는 죽은 사람들에 대한 애도와 살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역사적 기억에, 과거의 상처에 꽁꽁 묶여 한 걸음 뗄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이번 초연되는 뮤지컬 '화려한 휴가'는 그런 의미에서 "살아남은 자의 도리"이자 "용서를 배우고 사랑을 배우는 공부"가 된다. 지나간 상처는 훌훌 털고 이제는 놓아줄 때가 되지 않았나, 과거를 되살리되 희망찬 미래로의 도약이 필요한 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져준다.
- 영상매체 시대의 무대 미장센
뮤지컬 '화려한 휴가'의 무대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디지털영상과 3D가 합세해 쏟아내는 다양한 영상 기술로 우리들의 눈이 즐거워질 즘 무대도 진화, 발전 중이다. 바쁘게 오고 가는 공간적 세트가 사라지고 무대는 부숴진 회벽만이 단단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것은 병원이나 공원의 이미지를 투사시키는 스크린의 역할을 하게 되는데 위 ‧ 옆 벽을 조절하여 문을 만들기도 하고 사람들이 드나드는 등퇴장 로(路)로 쓰이기도 한다.
이런 영상 기법의 도입은 무엇보다 화려함을 가미한다. 인공적이긴 하지만 오히려 영상미를 얻어낸다. 세트 전환에 소모되는 시간 역시 절약된다. 뮤지컬 '화려한 휴가'는 미리 만들어진 영상을 무대를 향해 쏘기만 하면 병원이 되고 극장이 되고 마을이 된다. 그 안에서 배우들은 계산된 동선대로 연기를 하고 노래를 부른다. 관객들에겐 또 하나의 볼거리를 안겨주는 셈이다.
뮤지컬 '화려한 휴가'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공연콘텐츠 '아시아뮤지컬 콘텐츠공연' 실시계획에 포함되어 2018년까지 단계적인 지원 사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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