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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축구를 이렇게 잘하는 줄 몰랐어요"

[월드컵] 서울광장 6만 명 시민들, 빗 속의 열띤 응원전

"우오오오~"

격하고 굵은 환호성이 서울광장을 가득 매웠다. 머리에 붉은 악마를 상징하는 '뿔'을 쓴 20대 여성은 함께 온 남성을 껴 앉으며 "어떻게…"를 연발했다. 10대 청소년들은 함께 온 친구들과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연신 점프를 했다.

비가 내림에도 불구하고 우비를 차려입고 광장에 모인 6만 여명의 시민들은 저마다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정수 선수의 오른발 슛이 그리스 골문을 가른 직후였다. 월드컵에 대한민국이 출전한 이후 가장 단시간에 터진 골이라 서울광장에서 응원에 열중하던 시민들의 기쁨은 일반 골보다 두 배 이상이었다.

6만 명의 시민들, 서울광장은 온통 붉은색 물결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 만난 대한민국과 그리스 간 경기가 12일 저녁 8시 30분(한국 시간) 남아공 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결과는 한국의 압승. 전반 7분, 후반 8분에 터진 골은 한국을 승리로 이끌었다.

서울광장은 오후 2시부터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경기가 시작하기 전, 오후 6시께 이미 2만여 명의 시민이 광장을 찾았다. 밤 10시 30분에는 6만여 명이 광장을 가득 매웠다. 광장은 온통 붉은색 물결이었다.

경기는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압승이었다. 하지만 광장에서 응원을 하는 시민들은 90분 내내 응원을 쉬지 않았다. 이청용 선수가 문전을 쇄도하다 아쉽게 골을 빼앗길 때나 박주영 선수의 강슛이 골대를 빗나갈 때면 광장 곳곳에서 "아~" 하는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전반전 박주영 선수의 슛이 그리스 골키퍼의 왼발을 맞고 골라인 아웃이 됐을 때는 "아쉽다", "아까워 죽겠다" 등의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반면 그리스 선수가 코너킥을 준비하면 남아공 경기 현장은 아니었지만 "우~" 야유의 목소리도 잊지 않았다. 위기 후에 역습을 할 때면 막대 풍선을 두드리며 열심히 응원했다. 한순간도 가만히 있는 시민이 없었다.

▲ 응원전을 펼치고 있는 시민들. ⓒ뉴시스

패션도 다양, 응원도구도 가지가지

이날 서울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각기 독특한 패션과 응원도구들을 준비해왔다. 불이 들어오는 LED안경, 축구공 모양 안경, 야광머리띠, 태극기머리띠 등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손에는 붉은 악마를 상징하는 삼지창과 월드컵 트로피 모양의 쿠션, 야광봉 등이 들려 있었다. 바디페인팅 물감으로 도깨비나 태극무늬, 각종 응원문구를 몸과 얼굴에 그려 넣은 이도 눈에 띄었다. 2002년 월드컵 때처럼 20대 여성들은 과감한 패션도 선보였다. 태극기로 원피스를 만들어 입고 온 여성부터 핫팬츠에 빨간 탱크 탑을 입은 여성까지 다양한 이들이 광장을 가득 매웠다.

친구들과 함께 응원을 위해 왔다는 박미영(25) 씨는 "비가 와서 사람들이 별로 오지 않을 줄 알았다"며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와서 함께 응원하니 즐겁다"고 했다. 박미숙 씨는 "앞으로 아르헨티나만 이기면 16강에 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때도 이곳에 나와 응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응암동에서 남편과 함께 온 김미숙(가명·41) 씨는 "비도 와서 집에 있으려다 응원을 하려고 이렇게 나왔다"며 "첫 골이 터진 뒤부터는 경기를 너무 즐겁게 봤다"고 말했다. 김미숙 씨는 "우리나라 축구가 이렇게 잘하는 줄 몰랐다"며 "이렇게 가다간 16강뿐만 아니라 8강까지도 진출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예견했다.

"16강, 8강 진출해야 이 장사도 더 하지 않겠나"

한편 이날 서울광장 일대는 각종 음식과 비옷, 응원도구 등을 파는 상인들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광장 인근 가게는 아예 가게 앞에 음료수 등을 박스 째 내놓고 팔고 있었고, 노점상인들은 대형 가방을 들고 광장 곳곳을 누비며 자신들이 준비한 물품을 파느라 정신이 없었다. 노점상인들은 대부분 20대들이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붉은 악마 뿔을 팔고 있던 이경철(가명·24) 씨는 "많은 사람들이랑 응원도 하고 물건도 팔아 용돈도 마련하고자 이렇게 나왔다"며 "마진은 별로 남지 않지만 파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이경철 씨는 "앞으로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도 모두 이겨서 우리가 16강, 8강에도 올랐으면 좋겠다"며 "그래야 앞으로도 이 장사를 더 할 수 있지 않겠냐"고 웃었다.

맥주를 팔고 있던 박이선(28) 씨는 "승리한 기념으로 맥주 3캔을 4000원에 팔고 있다"며 "인건비도 나오지 않게 생겼다"고 한숨을 내쉬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박 씨는 "어차피 돈을 벌러 온 게 아니라 즐기기 위해서 온 것"이라며 "함께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응원을 하니 즐겁다"고 했다.

이날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광장 곳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노래를 부르거나 맥주를 마시며 승리를 자축했다.

한편 서울 강남 코엑스 앞에도 5만여 응원 인파가 몰린 것으로 집계됐고, 여의도, 홍대, 상암동 노을공원 등 서울 시내 각지와 전국 주요 도시 곳곳에서 시민들이 모여 응원을 벌였다. 이밖에 대형 모니터를 설치한 주점 등에서도 응원전이 펼쳐지는 등 4년마다 월드컵 때면 거리와 술집이 응원 인파로 넘치는 현상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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