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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클래스, 실력과 대안으로 뭉친 힙합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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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클래스, 실력과 대안으로 뭉친 힙합집단

[김봉현의 블랙비트] 오버클래스의 콜라주, 그 세 번째 이야기

오버클래스(Overclass)는 음악의 일관성보다는 태도의 일관성으로 뭉친 집단이다. 굳이 정의내리자면 '대안+실력' 쯤 되겠다. 한국힙합에 없었던 새로운 것, 기존의 것보다 발전적인 것을 추구해 실력으로 온전히 증명해보이겠다는 일종의 의지다.

즉 오버클래스는 다양한 정체성과 개성을 가진 뮤지션들로 구성된 집단이기 때문에 이번 앨범 [Collage 3]를 두고 통일성이니 일관성이니 하는 것들을 따지는 일은 무의미하다. 더욱이 컴필레이션 앨범은 원래 대체로 다양성을 기본 특징으로 한다. 따라서 앨범의 평가 포인트는 간단하다. 잘하느냐 못하느냐. 잘한 곡이 많으면 좋은 컴필레이션이 될 것이고, 반대라면 헬 게이트가 열릴 것이다.

▲오버클래스 [Collage 3]. ⓒ오버클래스
헬 게이트를, 아니 앨범의 문을 여는 <Trinity>는 가장 긴박한 곡이다. 팀버랜드(Timbaland) & 마구(Magoo)의 <Party People>을 떠올리게 하는 비트 위에 펼쳐지는 1) 취향과 안목을 혼동하는 한국힙합 씬에 대한 일갈 2) 위선과 이중성에 대한 조소 3) 자신감을 근거로 한 특유의 거만함은 그 자체로 오버클래스라는 집단의 기조를 상징한다. 천재교육 중학교 도덕 교과서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0점이겠지만 힙합 자아로 빙의해서 보면 설득력 있는 카타르시스를 수반한다.

이어지는 <Sabotage> 역시 신선하다. 베이스가 부유하는 신비로운 비트를 버벌 진트(Verbal Jint)는 능숙하게 장악해낸다. 단체곡 <Come To OVC>는 임팩트가 떨어진다는 반응을 받기도 했는데, 내가 듣기에는 훌륭한 웰메이드다. 러프 라이더스(Ruff Ryders) 초기 느낌이 물씬 풍겼던 전작의 단체곡 <OVC Is The Future>와는 달리 이 곡은 애초에 목표지점이 다른 곡이다. 다시 말해 이 곡은 영 머니(Young Money)의 <Bed Rock>같은 느낌을 지향한 곡이고, 오밀조밀한 사운드의 만듦새나 지루하지 않은 구성, 쉽고 흥겨운 멜로디는 오히려 영 머니의 그것보다 낫게 들린다.

산 이(San E)의 <인터뷰>는 그 다운 곡이다. 오버클래스 구성원 중 스윙스(Swings)와 함께 '본토힙합이 지닌 고유의 플레이바를 한국힙합에 이식하는 일'에 가장 열심인 그가 이번에 가져온 것은 지-유닛(G-Unit)의 <I Don't Know Officer>같은 '취조 당하는 갱스터 콘셉트'다(비교해 들으면 재미있을 것이다). 이 곡에서 산 이는 주어진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해내며 기념비적인 미치광이-랩을 남긴다.

반면 <5 Star>는 본토힙합의 플레이바를 가져온 것은 같으나 감흥의 크기는 작다. 제목만 보면 언뜻 요 가티(Yo Gotti)의 <5 Star Chick>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특별히 흉내낸 것 같지는 않다. 5 Star나 General같은 단어는 본토 래퍼들이 자신의 콘셉트를 만들 때 흔히 동원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문제는 특별하지 않은 비트와 설익은 듯 어색하게 완성된 콘셉트다. 5 Star라는 단어를 그대로 가져오기보다는 콘셉트를 변용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밖에 N.E.R.D.를 당연히 떠올릴 수밖에 없는 <Dream Girl>은 오버클래스의 앞서 가는 이미지에 플러스가 되고 있고, <Rimholic>은 곡의 특성상(?) 리미(Rimi)의 랩 실력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어 아쉽지만 제피(Xepy)와 리미의 결합이 1+1 이상의 화학 작용임을 증명한다.

아쉬운 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델리 보이(Delly Boi)의 참여가 한 곡에 그쳤다는 점이다. 물론 위에서 언급했듯 <Come To OVC>도 잘 만든 곡이다. 그러나 나는 전작의 <I'm Hot>처럼 불 질러주는 곡이나 <Hate It Or Love It>처럼 스웨거(swagger) 잔뜩 머금은 비트를 원했다. 델리 만쥬를 사먹다가 그만 참여 못했다는 소문도 들리지만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믿기 어렵다.

다음으로 전작의 <없어>같은 조현아의 슬로우 잼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미와 장필순을 섞으면 조원선이 되듯 알리시아 키스(Alicia Keys)와 메이시 그레이(Macy Gray)를 섞어놓은 듯한 그녀의 음색을 만끽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던 나에게 <No More Romance>는 살짝 부족한 곡이었다. '괜찮아, 나에겐 컴백한 포미닛의 현아가 있는 걸? ㅋ'이라며 애써 드립을 쳐봐도 공허함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물론 이것들은 이 앨범의 비평적 단점이기보다는 나의 개인적인 아쉬움에 가깝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나는 [Collage 2]가 [Collage 3]보다 조금 더 좋다. <다 갔어>에서의 스윙스+크라이베이비(Crybaby) 조합이 예상 가능한 범위를 넘지 않았다는 점, 노도(Nodo)의 <Still Black Way>가 단단함보다는 식상함으로 다가온다는 점도 그 이유라면 이유겠다.

마지막으로 내가 할 말은 [Collage 2] 때와 비슷하다. [Collage 3]는 여느 컴필레이션 앨범처럼 뛰어난 곡, 괜찮은 곡, 평범한 곡이 섞여 있는 앨범이다. 더 인상적인 곡과 덜 인상적인 곡은 어쩔 수 없이 굴곡을 만든다. 그러나 동시에 콜라주(Collage) 시리즈는 가장 기다려지는 한국힙합 컴필레이션이기도 하다. 전자를 내부적으로 조율해 후자를 외부적으로 확고히 하는 것. 당연하지만 인생의 진리 되겠다.

▲ ⓒ오버클래스

*필자의 블로그에서 더 많은 음악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http://kbh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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