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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의 '적과의 동침', 영산강 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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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준영의 '적과의 동침', 영산강 살릴 수 있을까?

[인터뷰] 광주환경연합 최지현 국장 "완전히 죽는다"

박준영 전라남도 지사가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찬성하는 입장을 취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박 지사는 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대강 중 다른 3개의 강은 (실태를) 자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영산강 (살리기 사업)만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영산강은 바닥에 쌓인 토사를 긁어내는 준설도, 수량 확보를 위한 보 건설도 필요하다"고 재차 영산강 살리기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영산강 사업이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전체를 반대하는 민주당 당론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라며 "4대강 사업 전체를 찬성하는 것으로 오해받아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박준영의 '영산강 살리기'는 '악마와의 키스'?

당론을 정면으로 거스르면서 박 지사가 이렇게 작심한 듯 영산강 살리기 사업의 깃발을 들고 나온 이유가 무엇일까? 광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참에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의 일부라도 챙기자는 생각에서 나온 행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차피 영산강은 한반도 대운하와도 관계가 없으니 별 문제 될 게 없다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박 지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이런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 2004년 취임 초부터 건설부, 농림부, 환경부, 총리실 등을 수차례 찾아가 영산강 실태를 알리고 설득했으나 아무런 답이 없었다"며 "그러다 현 정부가 강에 관심을 갖기에 영산강 사업 계획안을 건네줬다"고 말했다.

박준영 지사의 말대로라면 영산강을 살리려는 일념으로 '악마와의 키스'를 시도한 셈이다. 그러나 악마와의 키스는 항상 대가가 따른다. 박 지사의 영산강 살리기 계획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준설, 보 건설)과 큰 궤를 같이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서 영산강이 살아날 수 있을까?

우선 시민들부터 박 지사와 생각이 다르다. 언론에 공표되는 여론조사를 보면, 광주, 전남 지역은 평균 60퍼센트 정도가 일관되게 영산강 살리기 사업을 포함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반대한다. 찬성은 평균 20퍼센트에 불과하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찬반 차이가 더 벌어졌다.

<한국일보>가 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지지를 놓고 광주, 전남, 전북의 반대 비율은 85.9퍼센트(사업 중단 42.6퍼센트, 속도 조절·규모 축소 43.3퍼센트)에 달한다. 찬성 6.9퍼센트와 비교가 안 되는 수치다. 박 지사가 민의를 대변한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박 지사의 영산강 살리기는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일까? 광주, 전남 지역의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맨 앞에서 이끄는 광주환경운동연합의 최지현 국장에게 박 지사의 인터뷰에 대한 논평을 부탁했다. 최 국장은 "박 지사가 따르는 이명박 정부 방식으로는 영산강을 살리기는커녕 완전히 죽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준설하고 보 만드는 것으로 영산강 못 살려"

▲ 박준영 전라남도 지사. 그의 '영산강 살리기' 계획은 과연 영산강을 살릴 수 있을까? ⓒ뉴시스
- 박준영 지사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산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강한 추진 의사를 밝혔다. 많은 이들이 박 지사처럼 영산강은 낙동강, 한강, 금강과 다르다, 이런 생각을 가지는 것 같다.


= 영산강은 낙동강, 한강, 금강과 비교했을 때 수질 문제가 심각하다. 영산강의 심각한 수질 문제는 꼭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박 지사가 지지하는 방식으로는 영산강의 수질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악화시킬 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박 지사가 여론을 호도하면서 이명박 정부에 힘을 실어주니 답답할 뿐이다.

- 영산강의 심각한 수질은 여러 차례 거론되었다. 특히 박 지사는 준설을 강조하는 듯하다. 토사가 쌓여 있는 강바닥을 긁어내자는 얘기인데….

= 박준영 지사가 상황을 전혀 잘못 파악하고 있다. 영산강 본류 전체에서 수질 오염이 가장 심각한 곳은 하굿둑으로 물길을 막아놓아 하류에 조성된 영산호이다. 물길이 막히다 보니, 상류에서 내려온 오염물질이 영산호 밑바닥에 쌓여 있다. 이런 오니(오염물질을 포함한 더러운 흙)를 긁어내는 것은 당장은 수질이 좋아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박 지사는 엉뚱하게 본류 곳곳의 토사를 준설하고, 곳곳에 보를 설치해서 물을 채워놓자고 얘기한다. 이명박 정부처럼 영산강을 살리자는 것인데, 이렇게 보를 설치해서 수질 오염이 심각해진 곳이 바로 영산호 아닌가? 영산강 본류 곳곳에 영산호와 같은 심각한 수질 오염을 안은 인공 호수를 만드는 안이 어떻게 영산강 살리기인가?

"오니 걷어내는 것으로는 수질 오염 해결 못해"

- 방금 말했듯이 오염물질을 걷어내는 준설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 그렇다. 당장은…. 영산강의 오니를 걷어내는데 약 2조에서 3조 원이 든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오니를 걷어내면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다. 한 연구 결과를 보면, 2년만 지나면 다시 지금의 상태로 돌아간다. 2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수조 원을 들여서 오니를 걷어내는 게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오니를 걷어내는 것 역시 근본적인 해법은 아닌 셈이다.

- 오니를 걷어내는 게 아니라면….

= 박 지사가 지지하는 준설과 보 건설은 영산강을 살리기는커녕 완전히 죽이는 안이다. 원래 강은 상류에서 하류까지 오염물질이 흘러가면서 웬만하면 자연 정화되고, 그 한계를 넘어서면 오염되는 것이다. 그런데 영산강 하굿둑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보를 쌓으면 그런 자연 정화 능력을 훼손해 죽은 강이 될 수밖에 없다.

영산강 곳곳에 보를 쌓아서 수량을 확보해 놓았다 치자. 오염물질은 계속 유입될 텐데, 그렇다면 정기적으로 오니, 토사를 걷어낼 수밖에 없다. 영산호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그런 식으로 수질 오염에 대응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당장 그 많은 수질 관리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박준영 지사, 영산강 살리기 방향이 틀렸다"

- 그렇다면, 어떤 해법이 있는가?

= 원칙은 지천 살리기를 통해서 오염원을 차단하고, 강의 흐름을 원래대로 복원해 애초의 자연 정화 능력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다. 이런 원칙이 전제된 영산강 살리기여야, 영산강이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생긴다. 물론 이를 추진하려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면, 영산호의 수질 오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하굿둑을 개방해 해수 유통을 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영산강 살리기의 큰 방향을 잡은 다음에, 서로 머리를 맞대고 최상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 번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박 지사는 그 방향 자체를 잘못 잡고 있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박 지사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선전한 데는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같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시민이 반기를 든 것이다. 그런데 야당의 후보가 당선되자마자 이런 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발언을 하는 것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 광주, 전남 시민의 4대강 살리기 사업 반대 여론은 전국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제발 광주, 전남 시민의 이름을 팔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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