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유흥주점 운영 등으로 이익을 챙기던 조직폭력배들이 어느새 경제계로 진출해 '기업 사냥꾼'으로 진화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김영진 부장검사)는 무자본으로 코스닥 상장업체를 인수한 뒤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폭력조직 범서방파 중간간부 김모(38)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사채업자와 제2금융권 등에서 자금을 조달해 코스닥에 등록된 의료제조업체 A사를 인수하고서 회삿돈 43억8000여만 원을 빼돌려 주가조작 자금으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A사가 경영부실과 자금 사정 악화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자 코스닥 등록을 유지하기 위해 223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하면서 사채로 대금을 납입한 뒤 다시 돈을 인출해 사채를 갚는 '가장납입' 수법까지 활용할 정도로 불법적인 기업 운영의 노하우를 꿰뚫고 있었다.
주가조작 과정에서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제공한 인수기업 주식을 되팔지 못하도록 압박했는가 하면, 회사 운영자금 명목으로 빌린 채무를 제때 갚지 못해 회사 예금계좌가 가압류되자 이를 강제로 취소하는 등 조폭적 행태도 여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이 적발한 또다른 조폭은 기업간 분쟁에서 실력을 행사하는 '검은 해결사' 노릇을 했다.
검찰은 무자본 또는 불법 '차입매수(LBO. leveraged buy-out)' 방식으로 코스닥기업들을 인수하고서 거액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 등)로 공인회계사 김모(48)씨를 구속 기소했다.
또 김씨가 인수한 기업의 경영에 개입하고 수십억원의 회사 자금을 빼돌린 광주 콜박스파 행동대원 송모(43)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박모(42)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김씨는 2007년 사채업자와 제2금융권 등에서 자금을 조달해 코스닥에 등록된 경비업체 B사를 인수하고서 다시 B사 명의로 불법 '차입매수'를 통해 전자칩 부품제조 업체 C사를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차입매수란 인수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것으로, 원래는 그에 상응하는 다른 자산을 해당 기업에 제공해야 하지만 김씨는 이러한 절차 없이 마음대로 221억 원에 이르는 C사 자산을 이용했다.
플라스틱 광섬유를 만드는 비상장사의 대주주이기도 한 그는 분식회계로 매출을 과다계상하는 방법으로 이 기업의 자산가치를 88억 원에서 482억 원으로 부풀린 뒤 B사와의 주식교환을 통해 쉽게 B사 대주주가 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처럼 자신의 전문지식을 활용해 B사와 C사의 경영권과 사주의 지위를 차례로 확보하고서 C사 자금 79억여 원을 빼돌려 B사 인수과정에서 발생한 채무를 갚는 등 개인적으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B사를 되파는 과정에서 인수자가 기업 실사를 통해 자신의 각종 불법 행위를 확인한 뒤 계약 이행을 거부하자 조폭 송씨를 동원해 인수자측을 협박하는 등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송씨는 이를 빌미로 두 회사의 경영에 관여하며 회삿돈 20억여원을 횡령하는 등 '조폭 본색'을 그대로 드러냈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 뒷골목 세계를 주름잡던 조폭들이 IMF 구제금융을 계기로 사채업에 손을 대더니 이제는 기업 인수합병(M & A) 등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며 "경제계에 침투한 폭력조직에 대한 수사를 보다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