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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우드스탁'을 꿈꾸는 로큰롤 이상주의자, 아티 콘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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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아직도 '우드스탁'을 꿈꾸는 로큰롤 이상주의자, 아티 콘펠드

'DMZ 평화 콘서트' 홍보하는 우드스탁의 산역사

41년 전 미국 뉴욕주 베델 평원. 공연 주최 장소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네 명의 청년이 이곳에서 망해가는 숙박업체를 간신히 운영하던 미술가 엘리엇 타이버와 의기투합해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기적적으로 성사시킨다.

이 대책없는 청년들이 저지른 사건은 순식간에 온 세계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때는 베트남전으로 대표되는 냉전의 시대였고, 핵폭의 위협에 전세계가 움츠러들었을 때며, 이에 대항해 세계의 젊은이들이 이른바 '68혁명 세대'로 일어선 즈음이었다. 플라워 무브먼트('총 대신 꽃을 들자'는 구호로 상징되는 반전운동)를 이끌던 미국의 대학생들과 히피들이 이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대거 조용한 시골 마을로 들이닥쳤다. 공연이 무료로 바뀌면서 베델 평원 일대는 백만 명이 넘는 이들이 모인 '우드스탁 내이션'이 됐다.

이 거대한 도가니탕에서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와 산타나(Santana)가 슈퍼스타로 올라섰고, 더 후(The Who), 제퍼슨 에어플레인(Jefferson Airplane), 슬라이 앤드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 CCR, 조앤 바에즈, 라비 샹카 등이 젊음과 자유를 노래했다. 우드스탁 페스티벌은 미국판 68혁명의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정 궁금하면 엘리엇 타이버가 쓴 <테이킹 우드스탁>이나 이 책을 영화화한 우드스탁 40주년 영화 <테이킹 우드스탁>, 그리고 다큐멘터리 <우드스탁>을 참고하시길.

한편에선 젊음과 평화로 대변되는 대형 음악 페스티벌의 시발점으로 칭송하는, 다른 한편에선 마약과 자유 섹스로 상징되는 무책임한 방종의 사례로 지적하는 우드스탁 페스티벌. 이 페스티벌을 주최한 핵심 멤버 중 하나인 아티 콘펠드가 한국을 찾았다. 페스티벌 개최 41주년을 맞아 한국의 비무장지대(DMZ)에서 평화를 노래하는 콘서트 '우드스탁69의 아버지인 아티 콘펠드와 DMZ에서 함께 하는 3일 간의 평화(이하 DMZ 평화 콘서트)'를 열기 위해서다. 일단, 알려졌다니피 지난 1일 발표된 1차 라인업은 상당수 음악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 관련 기사 : 한국판 우드스탁, '김 새는' 1차 라인업 발표)

그런데 이 양반 해명도 좀 들어볼만하다. 그는 "라인업이 왜 중요하냐"고 따져 묻는다. 무명의 뮤지션들이 취지가 좋은 페스티벌을 통해 이름을 알릴 계기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원년에 열린 우드스탁의 정신과 본질적으로 같다. 그는 비상업주의와 반전주의만이 '페스티벌'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자본이 끼어든 페스티벌은 본연의 가치를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지방선거 개표방송이 시작된 2일 오후 6시, 홍대 인근 음식점에서 아티 콘펠드를 다시 만났다. 그는 "본래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정신을 한국에서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책없는 이상주의자는, 지금도 반전과 평화를 꿈꾼다. 그의 말에 한번쯤은 귀기울여볼만 하다. 이번 페스티벌에 몸을 맡기느냐 마느냐가 당신의 선택에 달렸듯 말이다.

▲아티 콘펠드(67). 프로듀서이자 작곡가, 독립 라디오방송 진행자다. 그리고, 우드스탁 페스티벌 개최의 주역 중 하나다. ⓒ유앤아이컴 제공

지금도 평화가 필요한 시대 아뇨?

먼저 아무래도 오는 8월 6일부터 사흘간 열릴 'DMZ 평화 콘서트'에 대한 그의 생각부터 들어보자 싶었다. 단도직입적인 질문공세가 시작됐다. "그때는 베트남전이 열리던 때고, 지금은 조용하지 않나요?" 백발의 노인의 눈이 바로 반짝인다. 아티 콘펠드는 크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반박했다.

"69년 당시는 베트남전이 화두였어요. 그건 맞아요. 그런데, 지금은 당시보다 더 상황이 심각하지 않나요? 한국은 물론이고, 인도, 파키스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위협이 커지고 있어요. 보다 좋은 세계를 후대에게 물려줄 책임이 우리에게 있어요."

그는 전쟁세대다. 빈민자의 도시였던 브루클린 뒷골목에서 어릴 때부터 소련의 핵공격 위협을 온 몸으로 체험하며 자라났다. 학교에선 아이들에게 전쟁 시 책상 아래로 몸을 웅크리는 법을 교육시켰다. 반골기질의 음악인(그는 아주 유명한 프로듀서이기도 하다)이 선택할 수 있는 저항은,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었다. 그가 틈만 나면 강조하는 '우드스탁 정신'이 자라난 배경은 척박했다.

한국에서의 공연 장소를 남북한이 바로 얼굴을 맞대고 있는 DMZ(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로 잡은 이유도 이와 같다. "공연이 열릴 때 터져나오는 굉음을 북한 사람들도, 남한 사람들도 함께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들에게도 영감을 주는 거죠." 그의 공연이 대북 심리전 논란이 빚어지는 한국 사회에서 큰 논란거리가 될 수 있음을 엿봄직하다. 그의 이상적인 뜻과 현실의 거리를 메울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데 말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페스티벌이라도 와서 즐길 사람들이 없으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현재 공연을 준비하는 이들은 8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메인무대를 포함해 무대 4개를 설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을 대표하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도 이 정도로 많은 인원이 한번에 들어차진 않는다. 아이돌 가수들이 무대에 오르지 않는 이상, 과연 이 페스티벌이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도 인터넷에선 이 페스티벌에 대한 기대를 접은 팬들의 성화가 빗발친다. 평화를 상징하는 스타들을 좀 더 불러모아야 하지 않을까?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라이브 에이드가 유투(U2), 콜드플레이(Coldplay)와 같은 스타들 덕분에 흥행했죠. 그런데 그들은 이미 상업적으로 변절된 아티스트들이에요. 그들은 아무리 좋은 취지의 무대에 오르더라도 큰 돈을 요구해요. 그들을 데려오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허비할 순 없어요. 그들 때문에 재능있는 젊은 아티스트들이 설자리를 잃는 건 불공평하지 않나요?"

라인업, 라인업, 라인업… 평화는 언제 얘기할건가요?

그는 아무래도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라인업에 대한 우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았다. 나중에는 우스갯소리로 "난 '라인업(Lineup)'이란 말을 들으면 나치가 수용소에서 유대인을 줄세우는 장면부터 생각나요(그는 유대계 미국인이다)"라고 항변할 정도였다.

"한국 사람들이 모두 묻는 게 라인업이에요. '라인업, 라인업, 라인업….' 그러면 평화는 언제 얘기하죠? 꼭 메탈리카(Metallica)가 무대에 서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이번 페스티벌의 성공 여부는 라인업이 아니라 한국의 젊은이들이 얼마나 자유를 갈망하느냐에 달렸어요."

그래서. 실패하면? "대재앙이 되면 어때요? 다음에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죠. 연못에 돌멩이를 던지면 결국 파문은 일어나요."

그의 말들은 너무 명쾌하다. 다들 모범 답안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한국의 젊은이들 중 그와 같이 진지하게 음악으로 평화를 추구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어디까지나 대다수 페스티벌 참가자들은 페스티벌을 통해 유명 스타를 보고, 즐기고,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할 뿐이다. 이는 최근 대중음악이 내면으로의 탐구를 보다 강화하는 맥락과도 궤를 같이 한다. 과연 현재까지 발표된 라인업만 믿고 페스티벌에 참여하려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래서 물어봤다. "그렇게 평화가 중요하다면 말이죠, 차라리 한국의 사회단체 운동가를 무대에 올리거나, 정치적 캠페인을 함께 병행하는 건 어때요? 아니면 아예 원년 우드스탁처럼 무료로 진행해버리거나!"

그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정치인들을 올리는 것보다, 정치적이지 않은 '순수한 젊음' 그대로의 무대가 훨씬 정치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옆에 앉아있던 그의 한국계 에이전트가 한 마디 더 거든다. "수많은 스태프들이 동원되는데, 그들에게 줄 돈은 생겨야 하지 않나요?").

변질된 우드스탁… 비상업적 콘서트가 가능할까

▲ ⓒ유앤아이컴 제공
원년 우드스탁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당시와 같은 기적을 다시 만드는 게 가능하느냐 여부를 거론할 때였다. 그의 입이 빨라진다.

"여러분이 잘못 알고 계신 게 많아요. 69년 열린 우드스탁은 여러분이 아시는 것처럼 그리 우발적으로 열린 게 아닙니다. 모든 게 철저히 계획됐어요. 무료공연을 열었다는 점도 잘못됐어요. 우리는 원래 무료공연을 열려던 계획이 없었습니다. 처음 티켓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했고, 우리의 반전 취지에 동감하는 중산층과 대학생들이 이를 샀죠. 그런데 마이클 랭(핵심 기획자)이 펜스를 제대로 설치하지 못해서 히피들이 대거 몰려버린 거죠."

이유야 어쨌든 이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우드스탁 페스티벌은 하나의 '상징'이 됐다. 이후 열리는 모든 페스티벌은 우드스탁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나의 페스티벌이 이토록 많은 스타를 배출한 사례도, 이처럼 많은 전설을 남긴 일도 이후로는 찾기 어렵다. 콘펠드를 비롯한 개최의 주역들이 더 이상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개최하지 않은 이유다. "당시 페스티벌은 그야말로 최정점이라고 생각했어요. 더 이상의 페스티벌은 필요가 없다고 봐서 다시 이어가지 않았어요."

이후 마이클 랭을 비롯한 원년 기획자들은 우드스탁 벤처스를 차렸고, 우드스탁의 이미지를 팔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돈을 지불하고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패션으로 소비했다. 아티는 그 공간에 없었다. 그는 나머지 멤버들이 변절했다고 생각했다. 우드스탁 벤처스가 주도한 우드스탁 페스티벌 개최 25주년 콘서트(94 우드스탁)와 30주년 콘서트(99 우드스탁)를 비판하는 이유다.

"그것들은 페스티벌이 아니었어요. 대형 기획사를 끼고 우드스탁의 이미지만 소비하는 상업 콘서트에 불과해요. 엉망이었죠. 94년에는 옛 파트너들이 나에게도 참석을 요청했는데, 내가 거절한 이유에요."

그가 '라인업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혐오하고, 한국의 양대 페스티벌을 '콘서트'로 폄하하는 이유도 위의 경우와 같다. 이 꿈꾸는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던지는 메시지다. 비록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일지라도, 그의 말에 매몰차게 '당신은 잘못됐소'라고 고개를 젓기는 힘들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현실은 이상보다 비루하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부탁했다.

"로큰롤이 주는 마법을 믿으세요? 그러면 DMZ로 가세요. 기적이 일어날 겁니다."

아티 콘펠드의 역할이 뭐지?

이번 'DMZ 평화 콘서트'에서 아티 콘펠드는 어떤 역할을 할까? 일단 그가 강조하는 것은 '내가 세계 최고의 프로모터'라는 점이다. 프로모터(promoter)는 말 그대로 '흥행 기획자'다. 공연을 기획하는 이가 아니라 '흥행'을 기획하는 사람이다.

이 말이 뭘 뜻할까? 그가 이번 콘서트에 하는 일이 보통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적다는 얘기다. 그는 무대 설치, 콘서트 장소에 들어오는 식료품, 기념품 업체 선정, 아티스트 선정 등의 작업과 아무 연관이 없다.

아티 콘펠드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원년 우드스탁의 의미와 가치를 구현하는 게 내 임무"라고 말했다. 일종의 '조언자(supervisor)' 역할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의 역할이 얼마나 미미한지는 이번 라인업 선정 과정에서 그가 맡은 일을 보면 된다. 그가 뭘 했을까? 거칠게 말해 아무 것도 없다. 아티는 "현재의 라인업에 대해 잘 모른다. 라인업 선정은 에이전시가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라인업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그는 한 마디를 보탰다. "아직 시간이 있다. 원년 우드스탁을 개최할 때도 유명 밴드들은 한 달여 전에나 발표됐다"고 말이다. 그런데, 모두가 알다시피 7~8월은 전세계적으로 페스티벌의 극성수기다. 유명 밴드를 섭외하기는 지금도 좀 늦은 감이 있다. 과연 앞으로 발표될 2차 라인업에는 어떤 뮤지션이 포함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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