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윤성호 감독, 배우 박희본, 이채은, 황제성, 박혁권, 조한철, 배용근.ⓒ프레시안 |
"인디영화, 독립영화도 시트콤을 만들 수 있다"며 '인디시트콤'이라 장르명을 붙인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시리즈는 총 10회 분량으로, 이미 전회 제작이 끝났으나 일주일 간격으로 한 편씩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되고 있다. 최근 독립영화 합법 다운로드 사이트를 론칭한 인디플러그에서 제작비를 지원하고, 독립영화 전문 배급사인 인디스토리가 제작과 마케팅, 배급까지 맡았다. 회당 약 4, 5분의 짧은 길이에 이제껏 에피소드 2개와 일명 '자매편'이라 불리는 번외편 한 편이 공개되었을 뿐이지만,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를 향한 관심과 반응이 뜨겁다. 장편 데뷔작인 <은하해방전선>으로 "독립영화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넘어 "독립영화라서 더 재미있다"라는 사실을 증명해보인 윤성호 감독이 만든 야심만만 시트콤이기 때문이다.
김병욱 PD의 전작품과 케이블 시트콤 <막돼먹은 영애씨>, 미드 <오피스>의 열혈팬이라는 윤성호 감독은 "장편 작업은 호흡이 길 수밖에 없는데, 그때그때 떠오르는 영감들과 하고싶은 이야기들을 풀어내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다 '시트콤'의 형식을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고 보면 윤성호 감독의 단편들에는 콩트적 성격이 강하게 보이고, <은하해방전선>에서도 연쇄적으로 콩트가 이어지며 일종의 '시트콤식 구성'이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미 공개된 에피소드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어 다음편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킨다는 측면도 있지만, 이 프로젝트가 갖고 있는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측면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와 방송, 인터넷을 넘나드는 '미디어 융합 시대'라고는 하지만, 영화 인력이 방송에, 방송 인력이 영화에 진출하는 정도 외에 미디어 융합 시대라는 말에 걸맞는 컨텐츠가 제대로 시도된 적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열악한 독립영화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차세대 미디어 환경을 모색하고, 대한적인 형식과 제작, 배급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할 수 있는 구하라>는 충분히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다. 윤성호 감독은 이 시리즈가 "더도 말고 만 명 정도만 꾸준히 볼 수 있는 시리즈가 됐으면 좋겠다. '인디'에 영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들이 있고, <할 수 있는 구하라>가 이런 다양한 인디문화가 서로 교차하고 소통하며 새로운 것을 소개할 수도 있는 일종의 '허브'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를 연출한 윤성호 감독. 시트콤 내에 자기자신으로 직접 등장해 물오른(!) 연기를 보여주기도 한다.ⓒ프레시안 |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는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장-뤽 고다르 감독의 80년작 <인생>의 다른 제목이기도 하다. 원제의 정확한 번역제목은 아니지만, 작품의 내용과는 별개로 윤성호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제목으로, 윤성호 감독은 이 제목을 그가 <씨네21>에 연재하는 칼럼의 제목으로 삼기도 했다.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의 주인공인 윤재민(황제성)이 못내 그리워하는 전처의 이름이 '구하라'인 것도, 결국 그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그이기 때문이다. ('구하라' 역으로는 공효진이 목소리로만 출연한다.)
배우 매니저로 일하는 윤재민(황제성)이 중요한 자리에서 헛소리만 하는 배우들과 겪는 이야기를 한 축으로, 누나와 목사인 매형, 그리고 여동생과 겪는 가족과의 이야기를 또 한 축으로 삼는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는 대략 일주일에 한두 편씩 10편까지 소개될 예정이다. 또한 이를 '시즌 1'으로 명명하고, 차후 IPTV 등 다른 매체로의 진출이 가능해질 경우 '시즌 2'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공식 블로그(http://www.indiesitcom.com)에서 볼 수 있으며, 일단 업로드된 영상은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블로그나 다른 게시판에 자유로이 퍼갈 수 있다. (☞ 인디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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