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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때문에 만나 '공동체' 이룬 사연,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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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때문에 만나 '공동체' 이룬 사연, 아세요?

[화제의 책] <함께 크는 삶의 시작, 공동육아>

실내에서 개미집을 만들어 인공적으로 개미를 키워보는 이른바 '생태 체험'이 유행이다. 만약 이같이 개미를 기르려다 실패했다면,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같은 상황에서 한 어린이집에서 일곱 살배기 어린이들이 실제로 나눴던 이야기와 비교해보자.

"개미가 불쌍해, 스트레스 받아서…. 개미가 자기 집에 살고 싶어서…. 개미들 밖에서 잘 살잖아. 밖에서 살고 싶은데 안에서 살고 있어서."
"우리 아빠도 스트레스 받았어. 일도 많이 하고 늦게 오고 그래서…."

죽은 개미와 일을 많이 하는 아빠의 처지를 다 같은 '불쌍한 생명'이라고 여기는 아이들. 그러나 아이들은 커가면서 점차 생명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되새길 기회를 갖기 힘들어진다. 그저 좀 더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그 자신이 사회에서 인정받는 방법이라는 말을 되풀이해서 들을 뿐이다. 나 혼자만을 위한 공부가 계속되는 생활 속에서 이웃이나 친구,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은 잊히기 십상이다.

'공동 육아'는 이러한 우리나라 제도 교육에 대해 반성하며 '함께 하는 삶'의 가치를 어린 시절부터 알아가게 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출발했다. '공동 육아'는 기본적으로 영·유아 시기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 조합원이 되어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키우는 방식을 말한다.

10여 년 전 서울 신촌의 '우리 어린이집' 설립과 함께 시작한 '공동 육아' 프로그램은 현재 '대안적 보육모델'의 하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오랜 시간 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진행해 온 교사와 학부모, 전문가들이 그간 경험과 연구결과를 하나로 모아 책으로 엮었다. '공동육아' 전문가로 알려진 숙명여대 이기범 교수(교육학부), 경기대 이부미 교수(유아교육학과), 한양대 정병호 교수(문화인류학과)도 함께 참여해 책을 엮었다.

<함께 크는 삶의 시작, 공동육아>라는 이 책의 제목은 이들이 '공동육아'를 통해 무엇을 지향하는가를 한눈에 보여준다. 책을 출판한 '또 하나의 문화'는 1980년대부터 일상생활과 문화 속에서 대안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단체다.

무엇이든 '나홀로' 가 아니라 '함께' 하는 생활
▲ <함께 크는 삶의 시작, 공동육아>(이기범 등, 또하나의문화, 2006). ⓒ프레시안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늘 그랬지요. 희뿌연 안개처럼 알 수 없어서 불안한. (중략) 혼자 울면서 지낸 시간도 많았어요. 하지만 이제 혼자 울 필요가 없지요. 아이들을 위해 뭔가 하고 있고, 같이 할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 힘찬어린이집 소식지 창간호(2004)

공동육아는 '아동이 사회 속의 개체'라는 가치를 추구한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공동육아의 교육내용은 자신과 친밀한 사람에 대한 보살핌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과 멀리 있는 사람, 그리고 자연과 환경에 대한 보살핌도 중요하다는 인식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다. 또한 '육아'가 단순히 '여성의 몫'이나 '어린이집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가족, 교사,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임을 강조한다.

공동육아를 진행하는 교사와 학부모들은 어린이집의 새로운 환경과 문화의 틀을 만드는 데 노력해 왔다. 아이와 어른이 서로 반말을 하고 별명을 부르는 생활방식은 아이가 쉽게 대화를 틀 수 있도록 도와준다. 스스로 토론을 통해 하루 일과를 결정하는 모둠과 회의는 아이들의 소통 능력을 발현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소통 능력'을 발현시키는 데에 도움을 준다.

'생태 교육' 또한 공동육아의 한 축을 이룬다. 아이들은 자연과 가깝게 생활하는 가운데 자연과 관계를 맺는 지역사회 및 문화에까지 관심과 애착을 넓혀가게 된다. 주변의 숲을 찾아가는 자연 나들이와 '텃밭 농사체험', 그리고 안전한 먹거리를 직접 만들고 나눠 먹는 생활은 '생태 교육'의 일환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교육 내용들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공동육아'로 만나 '마을공동체'를 만든 어른들

기존의 육아가 교사와 아이만을 주체로 삼았다면, 공동육아는 부모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공동의 노력으로 육아문제를 해결해보려는 부모들이 모여 시작한 공동육아에서 '부모의 참여'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들은 육아에 참여하는 과정 속에서 아이와 함께 커가는 스스로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육아문제를 함께 고민하던 부모들은 자연스레 마을의 문제를 의논하는 생활 공동체를 이룬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가정에서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어른들과 친구들, 언니 동생들에게서 배우고 자란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공동육아 협동조합과 어린이집을 만들었던 부모들은 2001년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생협)을 설립했다. 도시에서 '공동의 고향'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설립된 생협은 이후 대안 학교인 성미산학교와 풀뿌리 생활정치 시민단체 '마포연대'의 뿌리가 되었다. 현재 마포 지역에는 공동육아와 생협뿐 아니라 소출력 공동체 라디오 '마포FM'을 운영하는 등 전역에서 뜻이 맞는 주민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포연대'는 마을 속에서 '섬'처럼 살아가기 마련인 어린이집에서 만난 부모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가는 동네 주민'이 되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인 것이다.

소외된 빈곤가정 자녀, 장애아동들과 함께

공동육아 프로그램은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이라는 교육 공동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실천되어 오고 있다. 이 단체의 모태는 1978년부터 서울 신길동, 난곡 등지의 아이들을 위해 해송보육학교 등을 운영하던 '어린이 걱정모임'이었다. 이 모임은 밤늦게까지 일하는 부모 밑에서 오랜 시간 방치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활동했다. 빈번히 식사를 거르며 적절한 영유아 교육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빈곤 가정의 아이들이 활동의 주요 대상이 됐다.

'어린이 걱정모임'은 1997년 IMF 이후 특히 늘어난 빈곤 가정의 자녀들을 위해 여러 지역에 공동체학교를 설립하여 '지역공동체학교 네트워크'로 발전했다. 이들은 방과 후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는 한편 아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급식 제공, 그리고 정서적 불안감을 줄여주는 놀이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장애아들은 제도 교육에서 소외되고 있는 또 다른 아이들이다. 공동육아는 그 시작부터 성이나 인종, 나이, 장애에 따른 차별 없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공동체 교육을 지향해 왔다. 그러한 교육 정신은 비장애 아동들과 장애 아동이 함께 공부하며 생활하는 통합교육으로 실현됐다.

유아기는 가장 사회에 대한 편견이 적은 시기다. 이 때에 장애 아동들과 함께 생활한 아동들은 장애인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자연스럽게 친구로 받아들이게 된다. 장애 아동들 또한 "아이가 밝아지며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다"고 한다. 아이들은 통합교육을 통해 서로 협력하고 배려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생생히 경험하게 된다.

12년의 실험 속에서 만들어진 확신

이같은 공동육아를 주제로 삼은 몇몇 연구들은 그 긍정적인 영향력을 증명해 주고 있다. 공동육아를 통해 성장한 아이들은 다른 또래 아이들에 비해 일반적으로 체력이 강하고 눈에 띄게 체육을 잘한다고 한다. 또한 유아 시기에 발달한 신체운동 능력이 만 17세 때의 IQ에 언어 능력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결과에서 밝혀졌다. 자유로운 신체활동과 공동체 교육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갖는 잠재력을 예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공동육아의 한계로 지적되는 부분도 있다. 책의 끝머리에서 정병호 교수는 "부모 참여적 교육 프로그램이 현장에서 실현되려면 교사들의 확신, 부모들의 이해가 모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공동육아가 추구하는 '공동체성'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의사소통 기술 향상과 교사 대우의 질 향상 등 노력해야 할 부분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1994년 출발한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의 노력과 함께 '공동육아' 프로그램은 꾸준한 실험과 실천적 모색을 거치며 만들어져오고 있다. 책에 소개되고 있는 여러 사례들에서 볼 수 있듯이 그간 공동육아는 점점 더 많은 이들의 참여와 함께 발전해 왔다. 이들이 품고 있는 믿음은 이기범 교수의 주장 속에 잘 드러나 있다.

"학습은 개별적 과정이 아니라 관계와 참여의 틀을 통해 이루어지는 과정으로 재개념화되어야 한다. 학습의 목적은 관계와 참여의 체험이며 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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