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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경로당이냐"…진짜 분노해야할 동덕여대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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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경로당이냐"…진짜 분노해야할 동덕여대 '막말'

업체 변경 틈타 '해고' 위기 놓인 청소미화 노동자

청소미화 노동자가 연일 언론을 타고 있다. 경희대 한 여학생이 고령의 여성 청소미화 노동자에게 이른바 '막말'을 한 사건이 인터넷을 한동안 뜨겁게 달구었다. 그에 앞서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등 시민사회·노동 단체들로 구성된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단은 제대로 된 휴게공간이 없어 화장실 등에서 밥을 먹는 청소미화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알리기도 했다.

그리고 31일 서울시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서는 또 한번 청소미화 노동자가 학교 본관 앞에 모여 섰다. 새달 1일부터 바뀌는 용역업체에 의해 해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업체에서는 58명이었던 청소미화 인원이 새 업체에서는 64명으로 늘어났음에도 새 업체는 기존 인원 가운데 일부를 자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새 용역업체가 언급한 기준은 '나이 순'이었다.

하지만 동덕여대 청소미화 노동자는 "나이를 기준으로 고용승계를 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전원 고용 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공공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동덕여대분회는 이날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로 재단 창립 100주년, 개교 60주년을 맞은 동덕여대는 자신의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벼룩시장> 통해 알게된 해고 소식"

▲ 31일 서울시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서는 또 한 번 청소미화 노동자가 학교 본관 앞에 모여 섰다. 새달 1일부터 바뀌는 용역업체에 의해 해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여정민)
"저임금과 고용불안, 청소미화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만들고 유지해 온 대학 당국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한 여학생의 막말에만 분개하는 사회는 이상하다."


인권운동사랑방의 활동가 명숙 씨는 동덕여대 청소미화 노동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청소미화 노동자를 힘들게 하는 본질에 더 천착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동덕여대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은 '진짜 막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동덕여대 청소미화 노동자들이 갑작스런 해고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난 20일이었다. 그것도 소속된 용역업체도, 일하는 터전인 학교 당국도 아닌 <벼룩시장>을 통해서였다. 이들의 계약 만료일인 31일을 열흘 남짓 앞둔 상태였다.

홍현숙 동덕여대분회 분회장은 "그동안 학교는 용역 입찰공고도 하지 않았고 입찰 과정도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됐다"며 "학교에 수차례 문의해 봐도 '입찰은 진행된 바 없다'고만 하더니 갑작스럽게 <벼룩시장>에 구인 광고가 나왔다"고 말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줄어든 인원이었다. 조합원 32명을 포함해 총 58명이었던 청소미화 노동자 가운데 남성은 12명. 새로 용역을 따낸 업체는 기존 남성 인원에서 5명을 줄여 7명만 고용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반면, 여성 노동자는 현재 46명에서 57명으로 늘릴 계획이었다.

그 이유로 업체 측은 남성과 여성의 업무 구분을 들었다. 기존에는 성별 구분 없이 함께 했던 강의실 청소 업무를 여성 노동자에게 전담시키고 대신 남성은 건물 밖 청소와 시설 보수 등만 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일하고 있는 남성 청소미화 노동자 가운데 최소 5명은 학교를 떠나야 한다.
▲동덕여대분회 소속 노동자들은 학교와 업체를 상대로 "전원 고용 보장"을 요구했다. 지난 28일에는 총장실을 점거하기도 했다. ⓒ프레시안(여정민)

동덕여대분회 소속 노동자들은 학교와 업체를 상대로 "전원 고용 보장"을 요구했다. 지난 28일에는 총장실을 점거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동덕여대 총장은 "고용승계를 할 이유가 없다"며 책임을 피했다. 새 업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얘기였다.

서재봉 동덕여대 사무처장도 <프레시안>과 만나 "인원 조정은 신규 업체에서 알아서 한 일"이라며 "70세에 가까운 분들은 더 일하기 어렵지 않냐는 것이 새 용역업체의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 처장은 지난 28일 동덕여대 청소미화 노동자들이 총장실을 점거했을 당시에는 "학교가 노인정이냐, 경로당이냐"고 말하기도 했다고 노동자들은 주장했다.

"총 인원은 현재보다 6명 느는데 기존 인력 자르겠다?"

▲ 동덕여대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것은 지난해 8월. 홍현숙 분회장은 "'김반장'이라 불리는 관리자가 너무 편애가 심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프레시안(여정민)
"남성과 여성의 업무 구분을 명확히 하겠다"는 명목이라지만, 현재보다 총 인원이 늘어나는데도 일부를 해고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때문에 학교와 사 측의 목적은 노동조합이라고 보고 있다.

동덕여대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것은 지난해 8월. 홍현숙 분회장은 "'김반장'이라 불리는 관리자가 너무 편애가 심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노조는 단체협약 체결과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1월 말부터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파업 닷새 만에 노조는 사 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84만 원이던 임금도 96만5000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이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다. 더욱이 약속의 상대였던 기존 업체는 학교와 재계약을 하지 못해, 단체협약도 새달 1일부터는 무용지물이 된다. 박명석 공공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지부장은 "총 인력이 늘어나는데 해고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 "누가 보더라도 노조 탄압이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박 지부장은 일련의 사태의 이유를 놓고 "작년에 노조에게 당한 것이 분하고 억울했나보다"고 추정했다.

구권서 공공노조 사무처장도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 이상 일한 사람들에게 하루아침에 나가라는 것은 따뜻한 밥 한 끼는 고사하고 청소미화 노동자의 찬밥마저 빼앗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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