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tage |
그에게 이번 공연을 올리는 소감에 대해 묻는 건 마치 '밥 먹은 소감이 어때?'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 이미 연주가 생활이 되고 생활이 연주가 되어버린 피아니스트에게 이처럼 실례가 되는 질문이 또 있을까. 그는 소감을 말하는 대신 '김정원과 친구들'의 다섯 번째 이야기가 이전의 공연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말해주었다. 사실 '김정원과 친구들'은 애초에 특별한 콘셉트 없이 그저 친한 친구들끼리 "만나서 놀듯" 만들어졌다고 했다. "사실 다른 연주와는 다른 게 '김정원과 친구들'은 기획할 때 두 번 할 생각도 없었어요. 일회성이었고 특별기획 같은 거였죠. 근데 반응이 좋아서 한 번 더 했던 것이 해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공연하는 것 같아요. 물어보실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지만 내년에 또 할 진 잘 모르겠어요. (웃음)"
▲ ⓒNewstage |
사실 그는 '김정원과 친구들'이라는 콘서트를 하면서 얻은 것도 있지만 음악가로서의 편견을 심어주게 돼 손해를 본 부분도 있다고 했다. 김동률, 양파 등 대중가수들의 출연으로 클래식계에서 '너무 대중적이다' 혹은 '상업적'이라는 시선을 받기도 했다. 그는 "김동률이나 양파 같은 경우 공연을 위해 따로 섭외한 것이 아닌 실제 친한 친구들이예요. 개인적으로 공연을 보지 않고 그런 선입견을 갖으시는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김정원과 친구들'은 장르를 넘나드는 크로스 오버 공연이라는 대중 선입견도 만들어진 것 같고요"라고 설명했다.
▲ ⓒNewstage |
그의 설명에 따르면 모차르트는 밝고 경쾌하고 사랑스럽다. 아렌스키는 서정적이고 시적인 반면 라흐마니노프는 회화적인 느낌이 많다. 강렬하고 정렬적인 피아니즘이랄까? 김정원은 "이런 곡들이 피아노라는 악기의 특성적인 매력을 다양하게 잘 보여줄 수 있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3년부터 바이올리니스트 김수빈, 첼리스트 송영훈, 비올리스트 김상진과 함께 MIK 앙상블을 결성해 활동 중이기도 하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이어진 투어 리사이틀에서 전국 12개~18개 도시를 순회하며 공연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해냈다. 최근에는 경희대 음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또한 새롭게 시작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매일 12시간씩 이어지는 연습 때문에 앉아서 이메일 쓸 시간도 없을 정도라고. 서울국제음악제 폐막식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5번을 연주하게 된 그는 "이번이 아시아 초연이자 세계적으로는 두 번째 연주되는 곡이에요"라고 소개하며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은 원래 4번까지였어요. 오케스트라만을 위해 쓴 교향곡이 있는데 영국 출판사에서 피아노 협주곡으로 편곡을 하면서 새롭게 탄생된 곡이죠. 아주 잘 만들어진 위대한 작품이에요"라고 설명했다.
▲ ⓒNewstage |
한 줄로 연결된 음악 안에서 슬픔, 기쁨, 사랑, 분노, 이별을 하고 느끼며 또 다른 삶을 산다고 말하는 피아니스트 김정원.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를 묻는다면 지금 현재 연주하고 푹 빠져 지내는 그 작곡가의 이름을 대겠다고 말하는 김정원. 그는 요즘 보기 드문 진정한 예술가의 마음씨를 지녔다. "사랑을 하다보면 이 사람 때문에 내가 살아갈 이유를 찾기도 하다가도 어느 순간엔 또 이 사람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잖아요? 음악도 똑같은 것 같아요. 내 인생의 3분의 2를 피아노 앞에서 보내야 된다는 생각을 하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반대로 '내가 피아노 때문에 포기했던 것들을 하고 살았을 때 나는 얼만큼 만족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결국 음악이 주는 위로는 사실 어느 것보다도 크다는 걸 알게 돼요. 그래서 생각을 다시 바꾸게 되죠."
'김정원과 친구들, 다섯 번째 이야기'는 오는 6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된다.
(* 이 글은 삼호뮤직 6월 호에 실린 글임)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