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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젊은 피아니스트 김정원, 마음을 담아 연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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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젊은 피아니스트 김정원, 마음을 담아 연주하다

[人 스테이지] 피터 야블론스키 & 김정원 피아노 듀오 콘서트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따뜻하다. 그는 수많은 공연에서 다양한 작품을 연주했지만 그 때마다 "진실된 연주"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미 모두가 인정하는 스타 피아니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을 속이는 연주를 하고 싶지 않다"는 그는 "자기 스스로에게 진실한 음악만이 사람들의 삶을 어루만지고 위로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단순히 피아노를 치는 행위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를 소망하는 피아니스트 김정원. 그가 오는 6월 27일 '김정원과 친구들, 그 다섯 번째 이야기'로 관객들을 찾는다.

▲ ⓒNewstage

그에게 이번 공연을 올리는 소감에 대해 묻는 건 마치 '밥 먹은 소감이 어때?'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 이미 연주가 생활이 되고 생활이 연주가 되어버린 피아니스트에게 이처럼 실례가 되는 질문이 또 있을까. 그는 소감을 말하는 대신 '김정원과 친구들'의 다섯 번째 이야기가 이전의 공연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말해주었다. 사실 '김정원과 친구들'은 애초에 특별한 콘셉트 없이 그저 친한 친구들끼리 "만나서 놀듯" 만들어졌다고 했다. "사실 다른 연주와는 다른 게 '김정원과 친구들'은 기획할 때 두 번 할 생각도 없었어요. 일회성이었고 특별기획 같은 거였죠. 근데 반응이 좋아서 한 번 더 했던 것이 해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공연하는 것 같아요. 물어보실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지만 내년에 또 할 진 잘 모르겠어요. (웃음)"

▲ ⓒNewstage
그의 설명대로 '김정원과 친구들'은 연주멤버들을 일부러 모아서 시작된 게 아니라 '진짜 자주 만나는 친구들'로 구성돼 음악을 즐기고 연주하는 클래식 콘서트로 꾸며진다. 하다 보니 4년 연속 매진, 매해 공연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클래식 공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도 받았다. 김동률, 양파 등 절친한 지인들이 이미 그의 무대를 거쳐 갔고, 이번에는 스웨덴 출신 피터 야블론스키가 함께 한다. 이에 대해 김정원은 "그는 제가 학생일 때 굉장히 유명했던 피아니스트였어요. 혜성처럼 나타나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사람이죠. 음반도 사서 듣고 그랬었는데 우연히 친구의 소개로 만나게 됐어요. '이 사람하고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슬쩍 제안을 해봤더니 흔쾌히 응해주시더라고요."

사실 그는 '김정원과 친구들'이라는 콘서트를 하면서 얻은 것도 있지만 음악가로서의 편견을 심어주게 돼 손해를 본 부분도 있다고 했다. 김동률, 양파 등 대중가수들의 출연으로 클래식계에서 '너무 대중적이다' 혹은 '상업적'이라는 시선을 받기도 했다. 그는 "김동률이나 양파 같은 경우 공연을 위해 따로 섭외한 것이 아닌 실제 친한 친구들이예요. 개인적으로 공연을 보지 않고 그런 선입견을 갖으시는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김정원과 친구들'은 장르를 넘나드는 크로스 오버 공연이라는 대중 선입견도 만들어진 것 같고요"라고 설명했다.

▲ ⓒNewstage
따라서 이번 공연은 최대한 '클래시컬'하게 가기로 했다. 피터 야블론스키와 피아노 두 대를 놓고 포핸드 곡과 피아노곡을 섞었다. 포핸드는 피아노 한 대에 두 사람이 앉아 함께 연주하는 주법을 말한다. "남자 둘이 앉으면 너무 좁지 않을까 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까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모차르트, 아렌스키,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할 예정이에요."

그의 설명에 따르면 모차르트는 밝고 경쾌하고 사랑스럽다. 아렌스키는 서정적이고 시적인 반면 라흐마니노프는 회화적인 느낌이 많다. 강렬하고 정렬적인 피아니즘이랄까? 김정원은 "이런 곡들이 피아노라는 악기의 특성적인 매력을 다양하게 잘 보여줄 수 있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3년부터 바이올리니스트 김수빈, 첼리스트 송영훈, 비올리스트 김상진과 함께 MIK 앙상블을 결성해 활동 중이기도 하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이어진 투어 리사이틀에서 전국 12개~18개 도시를 순회하며 공연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해냈다. 최근에는 경희대 음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또한 새롭게 시작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매일 12시간씩 이어지는 연습 때문에 앉아서 이메일 쓸 시간도 없을 정도라고. 서울국제음악제 폐막식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5번을 연주하게 된 그는 "이번이 아시아 초연이자 세계적으로는 두 번째 연주되는 곡이에요"라고 소개하며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은 원래 4번까지였어요. 오케스트라만을 위해 쓴 교향곡이 있는데 영국 출판사에서 피아노 협주곡으로 편곡을 하면서 새롭게 탄생된 곡이죠. 아주 잘 만들어진 위대한 작품이에요"라고 설명했다.

▲ ⓒNewstage
김정원은 "곡의 난이도가 상상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지금으로선 이 작품을 제 안에서 무르익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산인 것 같아요. 최근엔 거기에 많이 매달리고 있어요"라고 전했다. 피아니스트 김정원에게 테크닉보다 중요한 건 무엇일까. 그는 "음악에 있어서 테크닉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감동을 주는 데 도구가 될 순 있지만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음악의 내용이고 영혼이기 때문이죠. 도구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고행'이라는 표현을 썼을 정도로 고된 작업이에요. 그러나 곡이 어느 순간 손에 익고 자유로워질 때, 내 영혼을 담고 내 가슴으로 느낀 해석을 해나갈 때 느끼는 행복은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한 줄로 연결된 음악 안에서 슬픔, 기쁨, 사랑, 분노, 이별을 하고 느끼며 또 다른 삶을 산다고 말하는 피아니스트 김정원.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를 묻는다면 지금 현재 연주하고 푹 빠져 지내는 그 작곡가의 이름을 대겠다고 말하는 김정원. 그는 요즘 보기 드문 진정한 예술가의 마음씨를 지녔다. "사랑을 하다보면 이 사람 때문에 내가 살아갈 이유를 찾기도 하다가도 어느 순간엔 또 이 사람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잖아요? 음악도 똑같은 것 같아요. 내 인생의 3분의 2를 피아노 앞에서 보내야 된다는 생각을 하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반대로 '내가 피아노 때문에 포기했던 것들을 하고 살았을 때 나는 얼만큼 만족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결국 음악이 주는 위로는 사실 어느 것보다도 크다는 걸 알게 돼요. 그래서 생각을 다시 바꾸게 되죠."

'김정원과 친구들, 다섯 번째 이야기'는 오는 6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된다.

(* 이 글은 삼호뮤직 6월 호에 실린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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