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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 한명숙,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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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 한명숙, 왜 이러나?

'북풍'에 속수무책…"한명숙표 메시지가 없다"

25일 찾아간 한명숙 캠프는 '북풍'이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유세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했다. 캠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이걸 뚫지 못하면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선거는 어렵다"고 했다.

속수무책이다. 언론은 천안함 사건으로 도배되고 있다. 지방선거 기사는 5면, 6면으로 넘어가야 비로소 찾아볼 수 있다. 앞으로도 비슷한 패턴이 불 보듯 뻔하다. 24일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이어 26일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방한한다. 28일에는 한중 정상회담이 있다. 지난주 천안함 사건 결과 발표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수도권 세 곳 모두 여야 후보의 격차가 일제히 벌어졌다. 따져볼 것 없는 '북풍 선거'다.

한나라당은 한국정치의 취약한 구석을 기막히게 파고든다. 2008년 총선 때는 유권자들의 욕망을 건드렸다. 뉴타운이 서울을 휩쓸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천안함이 처음이자 끝이다. 이명박 정부 집권과 더불어 느슨해졌던 보수가 견고하게 결집했다. 중간층도 흔들린다. 북한과 접경하고 있는 경기 북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안보 민감 지대인 서울과 인천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한명숙 캠프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 때 치러진 선거에서 우리가 전패한 이유는 우리 지지층이 모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남향우회가 열린우리당에 등을 돌렸다. 사람들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다. 반면 한나라당 지지층은 똘똘 뭉쳤다. 정권이 바뀌어 이명박 정부가 재보선에서 연패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다르다. 천안함 사건으로 보수가 뭉쳤다. '노풍'? 그날 하루 보도 나오고 끝 아닌가?"

한명숙 후보가 24일 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유세 활동까지 포기하고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반박 회견을 가진 데에는 이 같은 속사정이 있었다. 서울광장에서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한 10일 행동'에 돌입한 것도 마찬가지다. 전날 방송연설에선 "벌써 며칠 째 신문과 방송은 온통 천안함 기사로 뒤덮고 있다"며 "선거는 실종되고 천안함만 남았다"고 했다.

북풍 앞에 뾰족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정면돌파로 가닥을 잡았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 동안 이 같은 안보 위기를 겪은 적도, 북의 도발에 패한 적도 없었다"며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의 안보 무능을 숨기기 위해 다시 이 나라를 냉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되돌리고 있다"고 했다. '오세훈 대 한명숙'이 아닌 '이명박 대 한명숙'으로 각을 잡고 'MB 정권 심판론'의 물꼬를 '천안함 책임론'으로부터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한명숙 캠프

"한명숙, 몸이 무겁다"

한명숙 캠프 엘리베이터에 '이해찬 선대위원장이 캠프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독려문이 붙어 있었다.

"(…)민심이란 짙은 안개와 같습니다. 처음 눈에는 희미하거나 잘 안 보이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안개에 휩싸이게 되고 아무리 미친 정부라도 흩어 버릴 수 없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선거를 해 봤기 때문에 이 현실만은 어떤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음을 잘 압니다. 민심은 우리 편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제대로 조사도 안 한 언론의 여론조사에 신경 쓸 필요도 없습니다. 제대로 해보면 박빙이면서 우리는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저 묵묵히 우리가 해야 할 일만 하면 우리가 이깁니다.(…)"

해석컨대, 켜켜이 쌓여 구조화된 바닥 민심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일 터. 그리보면 '북풍'도 일종의 변수일 뿐, 결국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지방선거의 본질이 드러나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는 자신감을 주문한 것이다.

캠프의 다른 관계자에게 공감하냐고 물어봤다. 고개부터 떨궜다. 그리곤 "중요한 선거다. 한명숙 개인이 아니라 소위 민주진영 전체의 명운이 걸린 선거인데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했다. "긴장감이 없고, 다들 지쳐있다. 캠프 분위기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고도 했다.

그가 주로 토로한 건 의사소통의 문제다. "밋밋한 선거로는 이길 수가 없다. 한명숙 브랜드를 구축해야 하는데, 아이디어를 내면 보고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해찬 전 총리는 미리 방향을 정해 놓고 따라오라는 식이고, 한명숙 후보도 '착한 정치인' 이상의 무엇을 해보려는 결기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심지어 "4년 강금실 후보가 아무리 추상적이었다고 해도 '보랏빛'이라도 남았는데, 한명숙 후보는 지금 사람들에게 무엇을 각인시키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밖에서 보는 평가도 비슷했다. 이해찬 전 총리가 '민심'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으나 바닥 민심을 자극해 표면 위로 끌어 올리는 건 선거 주체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몸이 무거워 보인다. 야당다운 공세적 문제제기, 소위 정권 심판의 중요성을 제기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유권자들은 무상급식을 포함한 정책적 이슈에 관심이 많다"면서 "4월부터 5월 초까지 그런 이슈를 가지고 핵심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어야 했는데, 너무 소극적이다"고 했다.

수도권 야당 후보들의 지지율 동반하락 현상에는 무엇보다 한명숙 후보의 정체가 원인이라는 진단도 있다. 경기도에 일고 있는 '유시민 효과', 박빙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인천시장 선거 분위기를 서울에서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서울에서 바람이 제대로 불었으면 수도권 전체가 해 볼만 한 선거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종반전으로 접어든 선거는 이제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암흑 속으로 들어간다. 이해찬 전 총리의 '박빙 상승' 자신에도 불구하고, 한명숙 후보를 보는 시선은 희망보다 우려로 바뀌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앞으로 일주일, 한명숙은 '한명숙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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