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관계자가 말했다. "정부 발표 중 미흡하거나 의혹이 풀리지 않는 부분에 대해 개인의 의견이나 논리를 개진하는 정도는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동아일보 보도)"고 했다.
합리적인 방침이라고 생각했다.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가 아니라면 얼마든지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니까 당연한 방침이라고 생각했다. 헌데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렇지가 않다.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 후 정부가 고소하고 보수언론이 비판하는 내용을 들여다보니 그렇지가 않다.
정부가 두 사람을 고소했다. 신상철 민군 합동조사단 민간위원에 대해서는 해군이, 박선원 전 청와대 비서관에 대해서는 김태영 국방장관과 이상의 함참의장이 고소했다. 신상철 위원은 좌초설을 주장하고 박선원 전 비서관은 "한국 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자료를 미국이 갖고 있다"고 주장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같이 조치했다.
▲ 민군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장면 ⓒ뉴시스 |
헌데 문제가 있다. 신상철 위원이 제기한 좌초설은 하나의 견해다. 민군 합동조사단이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기 전부터 꾸준히 피력한 자신의 견해다. 경찰청 관계자의 말을 약간 틀어 말하면 "정부 조사내용 중 미흡하거나 의혹이 풀리지 않는 부분에 대해 개인의 의견"을 개진한 것이다.
박선원 전 비서관의 경우도 그렇다. 그가 말한 정보는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한 직접 정보가 아니라 천안함의 항적·교신기록과 같은 통상적인 정보다. 한국과 미국의 군사동맹 체제에 입각해 볼 때 그런 정보들을 주한미군이 갖고 있을 것이라는 점을 정황적으로 언급했을 뿐이다. 더구나 그는 북한에 의한 피격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도 않았다.
발언 성격과 맥락이 이런데도 정부는 두 사람을 고소했다. 경찰은 "개인의 의견이나 논리 개진"은 허용한다고 하는데 군은 그것마저도 용인하지 않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보수언론이 '괴담'으로 분류하는 것 가운데 상당수도 "정부 발표 중 미흡하거나 의혹이 풀리지 않는 부분에 대한 개인의 의견이나 논리"다. 북한에선 '번'이라는 표현을 안 쓴다는 주장이나 연어급 잠수함은 중어뢰를 쏘지 못한다는 주장이 그렇다. 이런 주장은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직후부터 '인터넷 괴담'이 아니라 '언론 보도'를 시발로 시중에 유통됐던 "의견"이자 "논리"였다.
지금에 와서 신빙성이 흔들리는 주장이 일부 있다손 치더라도 당시 시점에서 '합리적 의심' 제기와 '개인의 견해' 표명 차원으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 또한 이런 문제제기가 사실에서 벗어났다 하더라도 검증과 공론 과정에서 바로 잡는 게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단속해야 한다면 먼저 군부터 징벌해야 한다. 사고 직후 물기둥이 솟지 않았다거나 잠수함 침투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가 최종 조사결과 단계에서 말을 뒤집은 게 바로 군이니까, 이로 인해 숱한 논란과 억측을 유발한 게 바로 군이니까 응당 그렇게 해야 한다.
말 하면서도 힘이 빠진다. 무엇이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이고 무엇이 '합리적인 의견 개진'인지 재는 일 자체가 부질없다.
경찰청이 잡았다. 수사대상이 되는 허위사실과 유언비어 항목에 '6.2지방선거 이용'을 포함시켰다(동아일보 보도).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가 선거에 미칠 영향, 그리고 여당의 선거전략에 대한 검증 논의조차 허위사실 또는 유언비어 유포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는가.
남은 건 줄줄이 불려가는 일이다. 예를 들어 '북풍의 선거 이용' 의혹을 제기한 숱한 야당 인사들, 그리고 '북풍 선거 이용 금지'와 '미국 정부의 정보 공개'를 요구한 4대 종단 관계자 등이 검찰 또는 경찰에 잇따라 소환되는 일이다. 경찰청이 잡은 단속 기준에 따르면 이들도 허위사실 또는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있으니까 예외가 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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