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분양권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서울에도 분양가 밑으로 떨어진 '깡통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대규모 입주가 임박해 매물이 쏟아지는 곳은 물론, 입주와 무관한 단지도 분양가 이하 매물이 수두룩하다.
23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미아동 미아뉴타운 두산위브는 입주가 내년 말에 시작되지만 일반 분양가보다 싼 조합원 매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아파트 85㎡형 일반 분양가는 3억4600만~3억4700만 원대. 현재 중개업소에는 동향은 3억1000만 원, 남향은 3억2000~3억3000만 원에 조합원 매물이 나와 있다.
대형인 145㎡형은 분양가가 6억6200여만 원으로 분양권 가격은 이보다 8000여만 원 싼 5억8000만 원에 살 수 있다.
같은 미아뉴타운에서 이달 29일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삼성래미안 1,2차도 대형은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계약자의 급매물이 나오면서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을 찾아볼 수 있다.
6억4000만 원에 분양된 이 아파트 141㎡형은 한 때 분양권 가격이 7억 원을 호가했으나 현재 분양가보다 2000만 원 싼 6억2000만 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가 이하 매물이 나와도 매수자들의 입질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매수 대기자들이 가격이 더 내려갈 것으로 기대해 섣불리 나서지 않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오는 9월 입주를 앞둔 은평뉴타운의 북한산래미안도 대형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이 아파트 158㎡형은 분양가가 8억7000만 원으로 현재 이보다 7000~8000만 원 싼 분양권 급매가 나와 있지만 살 사람이 없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은 거래가 아예 없어 적막감까지 흐른다"며 "분양받은 사람도 더는 손해를 감수할 수 없을 테니 가격이 이 이상 떨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조합아파트인 동작구 상도동 엠코타운 109㎡는 분양가가 7억 원에 육박하지만 현재 최저 분양권 가격은 4억4000만 원이다. 조합원 추가부담금 1억 원 정도를 합해도 일반 분양가보다 1억 원 이상 싸게 살 수 있는 셈이다.
S중개업소 대표는 "거래가 안되니까 딱히 시세로 형성된 가격이 없을 정도"라며 "매수 문의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대규모 입주가 임박한 단지는 이미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심각한 상황이다.
다음 달 입주를 앞둔 인천 청라지구의 청라자이, 중흥S클래스 등 아파트는 165㎡형 이상 대형에서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1억 원에 달하는 매물이 나와 있지만 거래는 거의 없다.
청라지구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최근 이 지역에 신규 분양이 많았던 데다 수도권에 값싼 보금자리주택을 계속해서 공급하다 보니 분양권 거래 자체가 안된다"며 "입주일이 다가오면서 매매를 포기하고 전세로 돌리는 물량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 수도권에 '깡통 분양권'이 확대되는 것은 이들 아파트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더 높아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에 주변 시세보다 싼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되면서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수세가 크기 위축됐다.
재개발 사업장은 집값 하락과 사업 지연 등으로 조합원 수익이 급감했고, 향후 집값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급매로 빨리 처분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분양권은 지난 4월 최근 1년새 처음으로 0.07% 하락한 데 이어 5월 현재도 0.07% 떨어졌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보금자리주택이 주택구입 수요를 빨아들이면서 분양권 시장은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이라며 "집값 하락이 계속되고 하반기 대출금리 인상까지 겹치면 분양권 시장에 투매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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