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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 2010서울연극제-7] 산다는 게 감격이다, 연극 '내일은 챔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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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 2010서울연극제-7] 산다는 게 감격이다, 연극 '내일은 챔피온'

[공연리뷰&프리뷰] 술 취해 부르는 인생찬가

무하마드 알리가 말했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 나는 복싱보다 위대하다.' 이건 무하마드 알리, 그러니까 챔피언이 한 말이다. '쌈질이라니? 권투는 과학이야. 각角과 역학力學의. 그리고 스피드와 타이밍의 예술이지.' 이건 여름이 막 지나간 어느 날, 무하마드 알리를 존경하는 이정일이 미용실에 들어와 한 말이다. 인생이야말로 타이밍의 예술이다. 멋없고 시시하게 생을 향해 던지는 잽, 그 누구에게도 한 방을 날리지 못한 꼴찌의 KO승은 언제 이뤄질까. 한 방을 노리며 무수한 잽을 날리는 우리 대신 그들이 링 위에 섰다. 화려한 조명과 관중들의 환호성이 있는 열광의 경기장이 아니다. 링은 낡은 건물 3층에 있다.

▲ ⓒ프레시안

지역 헤어 쇼 준비로 분주한 드봉 헤어살롱, 챔피언 도전자 훈련으로 정신없는 미래체육관, 권투가 하고 싶은 철가방 강군이 있는 중화요리 태화루, 세상 참 뭐 같은 다방의 미쓰리와 대책 없는 낙관주의자 가슴이 등. 평범하다 못해 지루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연극 '내일은 챔피온'은 놀라우리만치 흥미롭다. 우리와 닮은 그들을 보고 박장대소할 수 있는 이유는 연극의 정직함에 있다. 연극 '내일은 챔피온'은 넓은 지구의 코딱지만 한 한국, 서울 변두리에 있는 어느 건물 3층을 뚝 떼어다가 무대에 올려놨다. 그러니 가관이다. 그대로 코미디다. 실컷 웃고 있으면 어느 순간 서러워진다. 그러니까 우리 모습이 가관에 코미디인 것이다. 더구나 인물들은 모두가 다른 곳을 향해 큐피드의 화살을 사정없이 쏘아댄다. 때문에 모두가 거절당하는 기막힌 상황이 연출된다. 이 판국에 가슴이는 지치지도 않고 하나님의 사랑을 선포한다. 객석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절로 기도가 나온다.

▲ ⓒ프레시안
헤어 쇼에 나간 드봉 헤어살롱은 꼴찌 했다. 잘난 척이 독수리보다 높이 솟아 타인의 자존심을 사정없이 낚아채던 챔피언 도전자 도윤석은 철가방 강군에게 얻어터졌다. 도윤석만 바라보던 마관장은 넋이 나갔다. 일에서든 사랑에서든 누구 하나 챔피언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연극 '내일은 챔피온'을 관람하는 동안 관객은 인생이 그래도 살아볼 만한 것이라는 새삼스런 희망을 얻게 된다. 연극이 희망을 종용하는 것이 아니다. 위험한 환상은 없다. 단지 그들을 보고 있자면 무수한 잽을 날리는 우리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서글프도록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연극은 내일이 있음을 알린다. 내일이 온다고 세상이 너그러워지지는 않겠지만, 그래서 화려한 챔피언 등극은 없겠지만 박제되지 않았음을 알리는 땀방울이 떨어질 것이다. 이 궁상 인생이 날것 그대도 펼쳐지던 연극 마지막에는 시원한 맥주가 있다. 꼬인 인물들의 화해가 어색하지만 그들의 건배는 통쾌하다. 이 작품은 술 취해 부르는 인생찬가를 닮았다.

연극 '내일은 챔피온'은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와 함께한다. 적절한 조화다. 극은 더욱 비참해지고 리얼해졌으며 아름다워졌다. 대극장에 어울리는 무대전환 역시 영리하다. 한 건물의 내부를 인물 묘사만큼이나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감칠맛 나는 배우들의 연기는 대극장이 가진 산만함의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했다. 무대 옆에 위치한 건물 모형은 아옹다옹하는 인간의 우물 안 개구리 삶을 조롱하는 것 같다가도 인간의 속사정을 껴안은 건물의 속사정에 사정없는 애정이 간다. 연극 '내일은 챔피온'은 티 나지 않는 한방을 갖고 있다. 관객은 KO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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