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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의 한 귀퉁이를 헐어 제목과 공연 소개가 나와 있다. 2010 현대극 페스티발 장 쥬네 탄생 100주년 기념이라는 글귀도 보인다. 장 쥬네는 1910년 프랑스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평생 외국을 떠돌며 가족도 없이 외롭게 살았다. 소년시절엔 문제아로, 청년 시절엔 탈영과 절도, 남창으로 시간을 보낸 그는 감옥 속에서 연극 '하녀들'을 완성한다.
마담을 모시는 두 하녀는 연극놀이를 통해 평소 불만들을 쏟아낸다. 마담의 거만한 행동을 흉내 내기도 한다. 하지만 연극의 마지막은 늘 마담을 살해하는 장면이다. 포스터는 이런 인물들의 권력 구조를 여실히 드러낸다. 하녀들을 지배하는 마담, 머리채가 잡히고 놀라는 하녀들은 언제나 밑바닥에서 마담의 호의를 바랄뿐이다.
마담 연기를 소화하는 배우 김소희의 시선은 위에서 아래로 고정돼있다. 들키기라도 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면을 응시하는 쏠랑쥬와 머리채가 잡혀 고통스러워하는 끌레르. 흑백의 세 여자와 푸른빛의 배경이 섬뜩하게 조화를 이룬다.
두 하녀의 모습은 작가 장 쥬네의 모습과도 겹쳐 보인다. 물질적 결핍과 가족도 없는 외로운 생활을 반복했던 그는 마담과 하녀의 관계를 통해 이룰 수 없는 욕망을 대신 해소했을지도 모른다. 연희단거리패에서 배미향, 김소희, 신향주, 김세은, 황혜림, 배보람의 출연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연극 '하녀들'은 오는 5월 29일부터 6월 6일까지 대학로 게릴라 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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