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등 ㈜한화 소액주주들이 19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한화 전ㆍ현직 이사 8명을 상대로 총 45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했다. 소액주주운동이 다시금 활성화되는 모양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05년 6월 ㈜한화가 자회사인 한화에스앤씨의 지분 66.7%를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씨에게 저가에 매각해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목적으로 이뤄졌다. 원고들은 피고 8명 전체에게 200억 원의 손해배상을, 김승연 회장과 남영선 대표에 대해서는 추가로 25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한화에스앤씨는 지난 2001년 ㈜한화의 전산사업부문을 분리해 ㈜한화와 김승연 회장이 각각 66.7%, 33.3%를 출자해 설립된 회사다.
경제개혁연대 "헐값 매각으로 ㈜한화 손해 입어"
㈜한화 이사회는 지난 2005년 6월 17일, 회사가 보유한 한화에스앤씨 지분(40만주) 전량을 김동관 씨에게 주당 5100원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를 헐값 매각으로 규정했으며, 이에 따라 ㈜한화 주주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화에스앤씨는 매각 이전인 2004년 39억 원의 손실을 냈다. 이 회사가 유일하게 손실을 낸 해다. 한화에스앤씨는 설립 이후 2008년까지 한화그룹 계열사 매출 비중이 52.4%에 달할 정도로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한 곳이다.
경제개혁연대는 "㈜한화는 지분 매각 당시 미래현금흐름할인법(DCF법)으로 한화에스앤씨 주가를 평가했으며 2004년 실적을 토대로 이후 10년의 수익력을 추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비정상적으로 실적이 나빴던 기간을 기준으로 미래수익을 추정하는 것은 적절한 평가방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또 작년 24일 낸 보고서에서도 "설립 이후 줄곧 영업이익을 내던 회사가 유일하게 적자를 낸 직후 거래를 했다"며 "평가이익을 낮출 시점을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한화에스앤씨의 매각 당시 주식의 적정가치를 산정하면 주당 12만2736원"이라며 "이에 따르면 ㈜한화가 적정가격으로 지분을 매각했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금액은 490억9440만 원이며 실제 매각 가격과 차액은 470억5440만 원"이라고 주장했다.
이 차액이 ㈜한화가 입은 손해며, 손해를 보는 매각을 결정한 이사회와 그룹 총수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경제개혁연대의 설명에 따르면 한화에스앤씨 매각은 총수일가의 그룹 지배력 확보를 위해 이뤄진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 실제 매각 이후 한화에스앤씨는 계열사를 늘렸다.
한화 "문제될 것 없다"
반면 한화 측은 회사가 아니라 오히려 김동관 씨가 손해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한화 관계자는 "2005년 당시 한화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한도 기준을 초과한 상태라 일정 주식을 처분해야만 했다"며 "우량 계열사 지분을 처분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고, 당시 IT 경기 자체가 고꾸라지던 시기라 한화에스앤씨 지분을 매각해야만 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한화에스앤씨 자본금이 30억 원대에 불과했고 부채비율은 6000%가 넘었다"며 "이런 부실 회사를 인수한 주주(김동관 씨)가 오히려 손해를 입은 셈"이라고 말했다.
산정한 매각 가격도 문제가 없다는 게 한화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상속ㆍ증여세법 기준으로 회사 지분을 평가하면 가격이 517원에 불과했던 상황"이라며 "최대한 가격을 높이기 위해 DCF법을 적용했고 여기에 프리미엄 10%까지 붙여서 매각 가격을 구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소송이 제기됐으니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관련 법과 절차를 밟았으니 문제될 것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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