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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에 식초를 넣어 먹는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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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에 식초를 넣어 먹는 진짜 이유는?

[판다곰의 음식 여행·20] 지역 음식 : 북부 지방

우리나라가 좁은 땅이기는 하지만,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고 동쪽으로 산악 지방이 형성되어 있기에 기후로는 한대와 온대를 끼고 있으며 남해안 일부와 제주도는 아열대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하여 폭넓은 기후 편차를 보인다. 그래서 음식에서도 북쪽 지방과 남쪽이 무척 차이가 크고 동서로 가늠해도 동과 서가 꽤 다르다. 기후는 서식하는 동식물에 영향을 주며, 이 차이가 우리 음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예전 사람은 보통 자기가 난 땅에서 살다, 그 땅에서 죽는 경우가 흔했으니 낯선 땅은 바로 낯선 음식과 결부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고향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고향의 맛과도 통하고, 고향의 맛이란 바로 어머니의 손맛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낯선 음식이 싫기만 한 것은 아니다. 목포 사람이 아니어도 세발낙지를 맛있게 먹을 수 있고 부산 사람이어도 평양 만두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내 어머니의 입맛인 평안도 음식

어렸을 적 일이지만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평안도가 고향인 모친이 스물대여섯 무렵 어리굴젓을 처음 먹었다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교편을 잡고 있던 모친은 어느 날, 충청도 서산이 고향인 한 제자에게서 어리굴젓 한 단지를 선물 받았다. 굴 맛은 알았지만 어리굴젓은 처음 먹어본 모친은 그 맛에 흠뻑 반했다. 그리하여 글쓴이도 겨울철이면 늘 어리굴젓을 맛보게 되었다. 모친의 이야기가 여전히 기억에 또렷한 것은 그것이 맛으로 새겨졌기 때문이리라.

이런 새로운 경험이 언제나 기쁨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심하게 삭은 흑산도 홍어 맛을 잘못 보았다가 입천장을 다 데고 그 지린내에 덴 기억도 있다. 볼 때는 시원치 않았던 모양새가 새로운 맛을 선사해준 기억도 있다. 고춧가루와 콩나물이 둥둥 뜬 안동식혜의 맛이 바로 그러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어릴 적 먹던 음식의 맛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으며 나이가 들수록 그 향수에 젖어들게 된다. 부모의 고향이 평안도였기에 명절음식은 으레 빈대떡, 만두, 편육이어야 하는 것으로 알았다. 설날 전에는 양지머리를 사다가 삶아 행주에 싸서 큰 돌멩이로 눌러놓는 것과, 녹두를 거피해서 빈대떡을 부치고 만두를 빚는 것이 음식 장만의 첫걸음이었다.

김치는 대개 고춧가루나 젓갈이 들어가지 않은 백김치였으며 김장 김치는 기껏해야 황석어젓이나 조금 넣을 정도였다. 김장을 할 때에는 고춧가루를 전혀 쓰지 않은 동치미가 으레 큰 독으로 하나는 있었다. 김치는 소금간도 세지 않았으며 겨울철에는 고기를 볶아 김치를 가득 넣고 시원한 맛에 김치말이를 해먹곤 했다.

고기는 빠지지 않는 메뉴였다. 하다못해 도라지나물도 고기를 볶아 넣는 형태였다. 몸이 좀 허하다 싶으면 닭고기를 삶아 먹는 것이 최대의 보신이었다. 어떤 평안도 출신 사람은 1960년대에 미국에 유학했을 때 그 맛있는 닭고기가 가장 싸다는 것을 알고 거의 매일 닭백숙을 해서 먹는 바람에 훗날 고혈압으로 고생했다고 한다.

평안도 음식의 특징

이렇듯 평안도 사람의 고기 탐에 끝이 없는 것은 예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옛 기록에도 관서 지방의 명물로 노루, 사슴, 산양, 산돼지, 표범 등을 꼽고 있으니 포수들의 땅이었음은 틀림없는 것 같다.

평안도의 대표 음식이 곰 발바닥 요리였음을 보면 야생 동물의 포획이 얼마나 성행했는가를 알 수 있다. 이 곰 발바닥 요리는 조선 시대의 요리 백과인 <음식디미방>에 오를 정도였다. 무슨 맛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곰 발바닥이 거의 다 힘줄인 것으로 보면 아마도 요즘의 도가니탕과 비슷한 음식이 아니었나 싶다.

평안도 육류 요리의 특색은 간이 아주 심심하다는 것이다. 수육이나 편육은 초간장에 찍어 먹는다. 북쪽 음식의 간이 심심한 것은 추운 지역이라 음식이 상할 염려가 적어서다. 또 여름이라 해도 땀도 덜 나고, 육식을 주로 하니 구태여 소금기를 찾을 필요가 없어서일 것이다. 간이 싱겁다는 것은 남도 사람들에게는 맛없다는 이야기와 상통하겠지만 고기의 제 맛을 즐기는 데에는 오히려 좋은 면이다.

평안도 음식으로 가장 대중적인 것은 냉면이다. 냉면의 원료인 메밀은 만주에서 여진족으로부터 전해 받은 작물로, 생육 기간이 짧고 척박한 땅에서도 자라며 가뭄에 잘 견디는 구황식물인 셈이다. 곡식이라고는 조밖에 되지 않는 청천강과 대동강 일대의 우리나라 대표 소우 지역에는 딱 알맞은 작물이다.

이 메밀은 끈기가 없어 밀과 달리 국수로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국수틀이다. 국수틀 아래에 국수 삶을 물을 끓이고 반죽한 메밀 덩이를 틀에 넣고 압력으로 밀어 국수를 뽑아내는 것이다. 메밀로만 반죽하면 끈기가 너무 없어 뚝뚝 끊기는 맛이 나지만 평안도 사람들은 이를 더 즐긴다. 끈기를 더하려면 녹말이나 밀가루를 넣고 반죽한다.

냉면은 평안도 사람들이 잔칫날이나 겨울에 먹던 간식이다. 추운 겨울날 군불 뜨뜻한 방 안에서, 있는 집이라면 국수를 내리고 없는 집이면 국수를 사다가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는 것이다. 고기 삶은 국물이 있다면 거기에 말아 먹기도 하고 동치미 국물과 반반 섞기도 한다. 냉면을 먹을 때 식초를 치는 까닭은 간을 세게 하지 않기에 고깃국물의 누린내를 없애려는 것이다. 간이 심심한 국물에는 식초가 제격이기도 하다.

ⓒ프레시안(손문상)

회를 즐긴 함경도 사람들

평안도에서 낭림산맥을 넘으면 함경도 땅이다. 평안도가 세종 때 사군의 땅이라면, 함경도는 육진의 땅이니 우리가 오랑캐라 부르던 여진족과 함께 있던 땅이다. 조선의 개국공신 이지란도 태조 이성계가 이 함경도 땅에서 사귄 친구다.

산세는 평안도보다 더욱 험하고 우리나라의 지붕이라는 개마고원이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 함경도에서 그나마 농사를 짓고 날씨도 좋은 지역은 원산 근처의 바닷가뿐일 정도로 산세도 험하고 농사지을 땅도 얼마 없어 그만큼 인구도 적고 낙후된 지역이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함경도의 냉면은 메밀이 아닌 감자 전분으로 만든다. 물론 감자가 들어온 다음의 이야기다. 끈기가 많기에 쫄깃한 면발에 매운 양념을 넣어 비벼 먹는 냉면이 원래 함흥냉면이다.

아마도 이북음식 가운데 흔치 않게 매운 것이 이 함흥냉면일 것이다. 원래 여기에는 가자미회가 올라 있어야 하는데, 요즘 함흥냉면집에서 파는 냉면은 가자미보다는 다른 회일 경우가 많고 감자 전분을 쓰지 않은 것도 많다. 함흥냉면집의 물냉면은 평양냉면을 본떠 만든 것이다.

원래 함흥은 냉면보다는 가릿국밥이라는 것이 더 성행했다. 가릿국밥은 갈비나 사골, 양지머리를 삶아 국물을 내고 거기에 밥을 토렴해서 먹는 국밥이다. 고명으로는 삶은 고기 찢은 것과 선지 삶은 것, 두부를 올려놓는데 거기에 꼭 육회를 얹어야 한다. 이것을 보면 함경도 사람들이 얼마나 회를 좋아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 가릿국밥은 먹는 법이 특이한데 국물에 밥을 말아 함께 먹는 것이 아니라 국물을 먼저 다 떠먹고 밥은 나중에 양념 고추장에 비벼 먹는다. 그나저나 함흥냉면집은 꽤 있지만 이 가릿국밥집은 드물다.

가자미식해와 아바이순대

아마도 함경도 음식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가자미식해일 것이다. 냉면에도 가자미회가 들어가니, 함흥 지방에서는 가자미가 꽤 많이 잡혔나 보다. '식해'라는 말이 새로운데 보통 우리가 '식혜'라 부르는 것은 남쪽에서는 '감주(甘酒)'를 뜻하는, 엿기름으로 밥을 당화시킨 음료를 뜻한다.

그 식혜의 '혜(醯)' 자와 가자미식해의 '해(醢)' 자가 닮기는 했지만 모양도 약간 다르고 발음도 다르다. 뜻도 고기를 삭힌 것이냐 곡식을 삭힌 것이냐 하는 차이가 있다. 어찌 되었거나 삭힌 음식이라는 뜻이고 삭힌다는 것은 발효를 뜻하니 식혜나 가자미식해나 엿기름을 넣어 발효를 시킨 것은 마찬가지다.

가자미식해는 노랑가자미를 잡아 내장과 대가리를 떼고 소금을 뿌려 약간 말렸다가 물기를 짜내고 토막을 내서 조밥과 마늘, 생강, 고춧가루, 엿기름가루를 넣어 항아리에서 삭힌 것이다. 다 삭고 나면 여기에 무를 채 썰어 마늘, 고춧가루, 깨를 넣고 버무린다. 대략 담그고 나서 일주일이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고춧가루, 조밥이 섞여 있기에 모양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지만 삭힌 가자미의 살과 달고 매콤하고 신맛이 어우러져 맛이 기가 막히다. 하지만 본디 가자미식해가 함경도만의 음식은 아니다. 경상도에서도 가자미가 많이 잡히며 남해안에도 가자미식해를 해 먹었다. 하지만 경상도는 날씨가 더워 쉽게 상하기에 소금 간을 짜게 하다 보니 차츰 젓갈과 구분할 수 없는 것으로 변해 젓갈의 무리에 속해버렸다.

날씨가 추운 함흥 지방만이 가자미식해의 본디 맛을 지킬 수 있었다. 이제야 냉장고가 있고 신선한 가자미도 얼마든지 살 수 있어 쉽게 만들 수 있지만 함경도 출신 노인들이 차츰 사라지며 가자미식해도 사라져가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함경도 음식으로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아바이순대다. 순대면 그냥 순대라 하지 왜 아바이순대라고 하느냐 하면, 남쪽에 내려온 실향민인 함경도 사람들이 만들어 팔기 시작하면서 다른 순대와 구분하는 의미에서, 함경도 사람들이 자주 쓰는 표현인 '아바이'를 붙인 것이다.

소, 돼지, 양 등 가축의 창자에 내용물을 채워 굽거나 쪄서 먹는 음식은 많은 지역에서 널리 만드는 음식이다. 서양의 소시지가 그렇고 중국이나 한국에도 어김없이 이런 요리가 있고 다만 한국의 순대는 굽지 않고 찌는 것이 특색이다.

다른 지방의 순대와 아바이순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창자 안에 들어간 내용물만 조금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아바이순대는 이북 음식들이 그렇듯 숙주와 두부, 미나리, 김치우거지를 넣는다. 평양만두도 김치와 숙주, 두부에 돼지고기가 필수 내용물이다. 이것을 만들 때 가장 어려운 문제는 내용물의 양을 조절하는 일이다. 너무 많이 채워 넣으면 창자가 터져 보기 흉한 것을 먹게 된다. 어릴 적 어머니가 아바이순대 만드는 법을 배워 처음 만들었을 때에도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 거의 꿀꿀이죽과 같은 순대를 먹어야 했다.

함경도 사람들은 창자만으로 순대를 만들지는 않았다. 함경도 특산물이었던 명태도 순대의 재료에 올랐다. 명태 순대는 내장을 다 들어낸 명태에 순대 재료를 넣고 찐 음식이다. 생선의 내장을 빼내고 거기에 무언가를 채워 넣는 것은 일본도 그렇다. 일본의 '스시'도 원래는 생선의 내장을 빼내고 거기에 초밥을 집어넣어 썰어 먹던 음식이다. 뭉친 초밥 위에 생선 살점을 올려 만드는 방법은 20세기에 들어와서의 이야기다.

함경도 사람들은 남북이 분단되고 나서는 동해안의 속초와 강릉에 많이 내려와 살았는데 순대 본능은 죽지 않았다. 전쟁 뒤에 돼지 창자가 귀하고 얻기 어렵게 되자 오징어의 내장을 파내고 거기에 재료를 넣어 순대를 만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오징어순대가 나오게 되었다.

남북으로 나뉘는 황해도음식

평안도나 함경도 모두 춥고 척박한 땅이다. 농사도 짓기 어렵기에 생존하는 문제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의 성격도 부지런하고 괄괄하기로 이름이 났다. 평안도나 함경도의 음식을 보면 음식도 사람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북 음식들은 화려하지 않고 양념을 별로 쓰지 않은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그렇기에 아기자기한 재미는 없지만 재료의 고유한 맛을 살리는 데에는 제격이다.

북쪽 음식이 간이 세지 않고 남쪽 음식일수록 간이 센 것은 날씨와 관련이 깊다. 특히 저장 식품은 더욱 그렇다. 날씨가 덥고 간이 세지 않으면 음식이 상하기 쉽고, 또 간에 센 음식을 먹다 보면 입맛에 익숙해져 짠 음식을 더욱 찾게 된다. 반면에 추운 지방은 추운 날씨 때문에 몸에서 원하는 소금의 양도 적고 추위가 음식의 보관을 책임져주기 때문에 간이 세지 않아도 된다. 그러는 것이 재료의 본맛을 살리는 데도 좋다.

그런데 황해도는 중부에 가까운 이북 지방이다. 그래서 그 성격도 묘하게 두 지역의 특색을 지니고 있다. 크게 보아 황해도의 멸악산맥 이북은 평안도 음식에 가깝고 그 이남은 개성 음식에 가깝다. 이 묘한 경계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백령도다. 백령도에 가면 보통은 풍부한 해산물 때문에 자연산 회 외에는 다른 것을 먹기 쉽지 않으나, 아직도 메밀칼국수하며 '짠지떡'이라는 만두 비슷한 음식도 있다. 이북 음식인 비지찌개도 있다. 백령도는 원래 황해도 장연군에 속했던 땅이다. 섬이기는 하지만 황해도에서 십여 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위치도 남과 북을 가르는 중간에 있다. 그래서 작은 섬이지만 독특한 음식이 있는 것 같다.

황해도 북부의 음식은 사리원을 중심으로 한다. 흔히 사리원면옥이니 사리원냉면이니 하는 간판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냉면이 유명하다. 황해도냉면은 평양냉면과 잘 구별이 되지 않는다. 맛의 차이라고 하면 거의 음식점마다 보이는 차이 정도일 뿐이다. 만두도 거의 비슷하다. 다만 만두의 크기가 평양만두보다는 좀 더 크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해주가 단연 중심지인 황해도 남쪽의 음식이라면 보쌈김치와 호박지찌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쌈김치는 개성 음식에, 호박김치로 만든 호박지찌개는 충청도에도 있으니 고유 음식이라 하기도 뭐하다. 보쌈김치는 배춧속에 밤과 잣, 여러 해산물을 넣고 담근다. 바닷가 해주의 풍부한 해산물이 녹아 있는 김치라 할 수 있다.

황해도 음식이 중부 지방과 북부 지방에 끼인 위치 때문에 독특한 특색은 덜하다. 그렇다고 해서 황해도 음식이 맛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두 접합점에서 양쪽의 장점을 살려 더 맛있는 음식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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