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이 짐작됐다. 아버지의 꾸중을 거부하는 현욱이의 뇌의 지향성이 청력 장애를 유발한 것. 귀가 갑자기 들리지 않는 데는 심리적인 요인도 있다. 회피하고 싶을 정도로 곤란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환자는 자신을 보호하고자 한다. 바로 이 때 귀가 들리지 않는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청력 장애 증상을 흔히 '심인성 난청'이라고 한다.
대개 사람들은 청각 장애보다 시각 장애를 걱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각만큼이나 청각은 훨씬 더 중요하다. 청각은 물고기의 측선계와 비슷하다는 것이 진화론적 입장이다. 측선계는 물의 파동 자극을 통해 몸의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인데, 청각이 바로 이런 기능과 흡사한 것이다.
청력이 손상되면 단순히 듣는 것 이상의 손상을 우리 몸에 미친다. 청력을 잃은 사람이 대체로 집중력이 떨어진 듯한 표정인 것도 이 때문이다. 어린이의 심인성 난청과 같은 청각 장애가 심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청각 장애는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서 더욱더 그렇다.
한국 사회의 조기 교육을 둘러싼 광풍은 어린이의 신체에 특히 많은 영향을 미친다. 공부를 독려하는 수준이 아니라, 공부를 못하면 끝장이라는 수준의 경고가 어린이에게는 부모에게 버려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런 감정이 어린이의 심인성 난청과 같은 청각 장애로 이어진 것이다.
▲ 소망 리본을 다는 어린이. ⓒ뉴시스 |
청각은 자신과 타인을 연결하는 하나의 통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반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특성에 따라 반응하는 양식에도 차이가 있으며 당연히 치료도 달라진다. 나는 한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첫째, 자신의 생각을 억누르고 타인의 생각을 우선하는 타인 우선군이다. 어릴 때부터 손이 가지 않는 착한 아이로 반항기가 없는 경우다. 자기 주장보다는 부모의 뜻대로 자라온 아이로 아이다운 생생함이나 역동성이 없고 틀에 짜인 학원 생활에 과적응한다. 단체 생활의 피로감, 친구 관계의 어려움이 많으면서도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지 않다. 이런 유형은 난청과 같은 청각 장애의 자각률도 낮다.
둘째. 자기를 우선시하는 자기 우선군이다.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거나 알아차리기 힘들어 문제 행동으로 가기 쉽다. 주의 집중 곤란, 과잉 행동, 부주의 등을 보이며 야뇨, 몽유병, 경기, 불면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비판적 언어를 무시하기 위해 타인의 말을 차단하는 심리적 경향에서 이런 증상이 오는 것이다.
셋째, 열등한 환경으로 인해 자신의 욕구를 신체가 대변하는 갈등군이다. 양친의 이혼이나 부모의 사망률이 높고 부부관계가 나쁘면서 경제적인 기반이 약한 경우다.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심리적 문제를 신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나이가 들수록 히스테리 성향이 심해지고 난청의 정도도 높아진다.
한의학에서 어린이는 봄으로 상징되며 나무와 같다. 나무는 곡직(曲直)한다. 좌우로 구불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어린아이가 좌와 우로 굽는 것은 자기 세계를 형성하는 과정이며 기다려야 한다. 좋든 나쁘든 자기 나름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지 아버지나 어머니의 세계와 같은 세계는 없다. 조화는 하지만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和而不同).
심지어 사법시험을 합격한 분이 판, 검사 어느 쪽을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어머니한테 물어보고" 이렇게 대답했다는 일화가 있다. 지난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 아동복지센터의 조사를 보면, 한국 어린이 청소년이 삶에 만족한다는 답변은 54퍼센트로, 선진국의 85퍼센트와 큰 차이를 보였다. 어린이 난청 환자를 보는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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