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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 2010서울연극제-1] 구하라, 그래도 얻지 못할 것이니! 연극 '부활, 그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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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 2010서울연극제-1] 구하라, 그래도 얻지 못할 것이니! 연극 '부활, 그 다음'

[공연리뷰&프리뷰] 빵으로 눈물 닦는 미친년과 빵으로 똥 닦는 노파

식탁 위에는 빵과 통닭이 그려진 종이가 있다. 모자(母子)는 음식들을 사이좋게 나눈다. 미련 없이 시원하게 찢어 입에 넣고 씹는다. 포도주가 빠졌다. 어머니는 손을 그어 컵에 담겨 있는 수돗물에 피를 섞는다. 이것으로 포도주까지 갖췄다. 그들만의 만찬이다. 가난의 풍요다. 연극 '부활, 그 다음'은 작은 창으로 유일한 '빛'을 받고 있는 셋방의 모자(母子)를 비추며 시작된다. 친절하지 않은 이 연극은 관객에게 묻지도 않고 피로 채워진 포도주를 건넨다. 잔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공간을 날카롭게 가로지른다.

▲ ⓒ프레시안
구석에 자리 잡은 이들의 방은 어느 노부부의 큰 거실 속에 있다. 한때 검관이었던 노인은 치매 아내를 두고 있다. 쉴 새 없이 먹어대는 아내를 '어쩔 수 없이' 묶어뒀다. 그들의 식탁에는 음식이 넘친다. 왜 먹는지조차 모른 채 끊임없이 밀어 넣는다. 무대 위의 두 공간에서 사는 그들은 종이를 먹고 실제 빵과 과일을 먹는 동안 끊임없이 종교를 찾는다.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며 찾으라, 그리하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그래서 두 손에 못이 박히도록 두드렸다. 머리로 두드리고 간절함으로도 두드렸으나 그 문은 결코 열리지 않았다.

이 작품에는 '휴지'가 없다. 이 세계에는 극단의 상황을 깨끗하게 씻어줄 희망이 없다. 넓은 거실의 노인은 휴지가 없어 치매 아내의 배설물을 빵으로 닦는다. 어머니의 눈물을 닦아 줄 휴지가 없는 아들은 빵이 그려진 종이로 어머니의 눈물을 훔친다. 노부부는 먹을 것이 많아 죽고 셋방의 어머니와 아들은 먹을 것이 없어 죽는 것이다. 손을 내미는 시늉을 하는, '신 흉내 내는 인간'도 없다. 혹시나 신이 구석에 숨어있는 아들을 찾지 못할까 밖으로 밀어내지만 아들에게 현실적인 것은 눈앞에서 쓰러져가는 어머니다.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애쓰다보니 미쳐버린 인물들이 천국을 믿지 않은 채 부활을 꿈꾼다. 외로움과 병마에 시달리는 노부부는 부모의 건강보다 미국 독립기념일이 중요한 자식들의 외면 속에서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먹으며' 죽어간다. 소통의 부재 속에서 자신들만의 틀에 갇혀 밑도 없이 추락한다. 서로는 서로에게 가해자이며 동시에 피해자다.

공연은 "양극화로 치닫는 병든 자본주의는 끝내 사회전체를 파멸의 길로 이끌 것이다"고 전했다. 위나 아래나 닦아줄 휴지, 구원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신은 그 누구에게도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 정작 서민들의 주머니는 채워지지 않는 경제 성장 속에서 그곳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죽어가는 인간들에게 '부활, 그 다음'은 변하지 않는 삶뿐일 것이다. 무대 위에서 썩어가는 세상이 적나라하게 펼쳐지자 그곳에는 공포가 있다. 연출가 김태수(극단 완자무늬 대표)는 이런 우리를 "바다로 뛰어 들어가는 쥐"라고 표현했다. 이어 "답답하고 지옥 같은 삶, 짐승이나 벌레 같은 삶"이라고 말한다.

연극 '부활, 그 다음'에는 각각의 색으로 구분되는 문들과 방이 있다. 인물들은 어떠한 문이든 그 문을 뚫고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 그들을 가둔 것은 무엇인가. 어머니를 십자가에 못 박고 부활하라고 외치는 아들의 마지막 장면은 섬뜩하다. 비현실 같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이 작품은 우리의 삶 구석에 은폐돼 있는 것들이 공포임을 알린다. 스냅사진처럼 선명한 이미지로 기억되는 연극 '부활, 그 다음'에는 희망과 단념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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