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데 어쩌랴. 다른 의원은 몰라도 국회 정보위원들은 도움을 줄 것 같지 않다. 사정이 그렇다.
조전혁 의원은 "국회의원이 가진 정보가 있다면 발표해서 여론을 형성하고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의무이자 권한"이라고 주장했지만 정보위원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하고 거기서 나온 내용은 극히 제한적으로만 국민에게 공개한다. 조전혁 의원의 논리에 따르면 정보위원들은 "국회의원의 의무이자 권한"을 수행하지도, 행사하지도 않는 사람들이니 지원 대열에 합류할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아무도 정보위원을 욕하지 않는다. 회의에서 나온 내용이 국익과 직결된 민감한 정보라고 간주하기에 그렇다. 그 정보가 마구잡이로 공개되면 혼란만 부추긴다고 여기기에 그렇다.
▲ 법원의 전교조 명단 공개 금지 결정에 불복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 서류를 접수하는 조전혁 의원 ⓒ연합 |
비교하면 분명해진다. 조전혁 의원의 명단 공개와 정보위원들의 정보 관리를 비교하면 논점이 선연해진다. 논점은 '정보 공개'가 아니라 '민감한 정보 공개'다.
국회의원이 취득한 정보가 일반 정보라면 조전혁 의원 말대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공개해야 마땅하지만 민감한 정보라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그 정보가 무분별하게 공개됨으로써 폐해를 일으킨다면 제한하는 게 마땅하다.
법원이 전교조 명단 공개를 금지한 결정도, 명단을 내리지 않으면 하루에 3000만원씩 배상하라는 결정도 이런 판단에 기초한 것이다. 명단은 "일반적인 개인 정보보다 더 엄격하게 보호돼야 할 민감한 내용"이라는 판단, 그리고 명단 공개가 "학생이나 학부모의 학습권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판단 말이다. 법원은 명단이 '민감한 정보'일뿐더러 명단 공개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도 좋다. 조전혁 의원이 법원의 이런 판단에 수긍하지 못한다면(조전혁 의원은 서울중앙지법에서 명단 수집·공개가 적법하다고 결정한 적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아무리 민감한 정보라도 국민의 알권리보다 우선해 보호될 수 없다고 확신한다면 좋다. 법원의 결정이 엇갈릴수록 상급심의 최종판단을 기다리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조전혁 의원의 행태를 볼 때 명단 공개는 법원 결정과는 무관한 확신 같으니까 이렇게 말하겠다. 차라리 '확전'하기를 권한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계속 맞서 싸워나가겠다"는 그 결연한 의지를 다른 사안에도 적용하기를 권한다.
국민은 손가락 사이로 본다. 진실이 뭔지 너무 궁금해 천안함 주변을 서성이지만 '군사기밀' 한 마디 말에 눌려 눈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찔끔찔끔 곁눈질을 한다. 알고 싶지만 알지 못해 답답해한다.
알권리의 수호자라면 국민의 절절한 요구에 부응하는 게 마땅할 것이다. 파산을 각오하면서까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분골쇄신하는 그라면 앞장서 요구하는 게 마땅할 것이다. 천안함 침몰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그렇게 해서 얻은 정보를 홈페이지에 올리는 게 마땅할 것이다.
조전혁 의원은 그럴 권한이 없다고? 그가 속한 상임위는 국방위가 아니라 교과위여서 국방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고?
걱정하지 마시라. 비빌 언덕이 또 있다.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이 법원의 명단 공개 금지 결정을 "조폭 판결"이라고 욕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의원의 적극적인 의정활동을 막는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조전혁 의원 활동을 100% 지지하고 돕겠다고 했다.
조전혁 의원만이 아니다. 그가 속한 한나라당 전체가 국민의 알권리를 100% 보장하기 위해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들이 나서면 된다. 의원 개인이 아니라 집권여당 전체가 나서면 취득할 정보도, 국민에게 공개할 정보도 더 많아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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