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1만여 명(경찰 추산 4500명)이 모인 가운데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건설노조는 "덤프, 레미콘 노동자는 '위장된 자영업자'일 뿐 당연히 노조법상 보호를 받아야 하는 '노동자'"라며 "노동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노동부가 오히려 조직된 특수고용 노동자마저 노동자성을 부정하려는 태도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비난했다.
건설노조는 이날 상경 투쟁 이후 지역별로 파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하루 8시간 근무를 둘러싸고 현장에서 이미 갈등이 시작된 강원도와 울산의 경우 장기간 파업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이날 건설노조의 총파업에 맞춰 벌이려던 민주노총(위원장 김영훈)과 산하 산별노조의 총파업 등 총력투쟁은 천안함 희생자들에 대한 국민 애도 기간이라는 이유로 연기됐다.
2000년엔 설립필증 내주더니, 정권 바뀌니 돌변
건설노조 조합원으로 소속된 덤프와 레미콘 기사들의 '노동자성' 문제를 노동부가 새삼스럽게 문제 삼고 나선 것은 지난 2008년. 지난 정부에서는 이들의 노조 설립을 인정해줬던 노동부가 정권이 바뀐 뒤에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 활동에 대해 다시 후퇴된 기준을 들이대기 시작한 것이다.
노동부는 2008년 12월, 건설노조에게 처음으로 '자율 시정 명령'을 내렸고 2009년에도 3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다시 시정명령을 내렸다. 핵심은 '덤프와 레미콘, 화물 기사에게 노조 조합원 자격을 주지 말라'는 것이었다. 노동부의 이런 시정명령은 경총, 대한건설협회,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등 14개 관련 단체들이 공동으로 진정을 내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정부가 건설노조의 전신인 전국건설운송노조에 설립필증을 교부한 것은 지난 2000년. 당시에도 '자영업자냐 노조법상 노동자냐'는 논란의 중심에 있던 레미콘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든 것이었지만, 노동부는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2007년 토목건축, 건설기계, 타워크레인, 전기원 노동자들이 모여 산별 노동조합인 건설노조를 만들었을 때도 노동부는 설립필증을 내주었다.
▲건설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1만 여 명(경찰 추산 4500명)이 모인 가운데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
특수고용 노동자의 기본권 문제는 아직도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지만, 노조 활동 자체를 걸고 넘어진 것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부터다.
노동부는 3차례에 걸친 자율시정명령에 이어 지난 1월에는 노조 대표자 변경 신고를 반려하기도 했다. 건설노조가 새로 선출한 임원을 인정해주지 않은 것이다. 이유는 특수고용 노동자를 배제하라는 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건설노조는 지난 3월부터 총파업을 준비해 왔다. "노동기본권 쟁취" 외에도 8시간 근무제 쟁취 등 노동조건 개선 요구도 함께 내놓았다.
"국민적 정서 고려해 파업 연기" 민주노총…속사정은 '파업 동력 부족'?
건설노조의 파업 일정에 맞춰 준비되던 민주노총의 집중투쟁은 지난 27일 갑작스럽게 연기됐다. 천안함 희생장병 추도기간이라는 이유였다. 민주노총은 "국민적 정서를 고려해 숙의를 거쳐 투쟁일정 일부를 변경했다"고 설명했지만, 투쟁 동력이 딸리는 탓도 컸다.
민주노총에 앞서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가 26일 총파업 연기를 결정했다. 금속노조는 천안함 정국과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일정을 고려해 파업을 미룬다고 밝혔다.
이런 결정 이전부터 금속노조의 이번 파업 참여율이 저조하리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파업 찬반투표에서 금속노조 전체 조합원의 찬성율은 66.6%였지만 최대 조직인 현대차지부(위원장 이경훈)의 찬성율은 38%였다. 현대차지부는 금속노조의 파업을 거부한 셈이다.
금속노조 외에도 보건의료노조, 철도노조, 운수노조 화물연대 등도 민주노총의 지침에 따라 파업을 유보했다.
홀로 파업을 강행한 건설노조는 천안함 희생자 추도 기간임을 의식한 듯 "건설 노동자는 현장에서 떨어져서, 자재에 맞아서, 타워가 넘어져서, 감전을 당해서 등 하루 2명씩 죽어나간다"며 "어떤 죽음이라도 그 누군가에겐 슬픈 일이고 그 무게도 다르지 않은 만큼 정부와 자본이 합리적 수단을 '원천봉쇄'한 상황에서 죽어가는 노동자들을 살리려면 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노동부는 이날 건설노조의 파업에 대해 "노조법상 보호 가능한 쟁의행위가 아니며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이번 집단운송거부의 주축인 건설기계분과 구성원은 덤프와 레미콘 차주로 이들은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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