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우익 대사는 23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초청 특강에서 "천안함 침몰 당시 베이징에서 (남북) 화해를 논하는 강의 원고를 쓰다가 슬픔과 분노에 치를 떨었다"며 "이제는 현실을 직시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류 대사는 이어 "정부와 각국이 남북관계 개선과 6자회담에 긍정적인 신호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 기습적인 공격을 당한 것이라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천안함 공격의 주체로 '북한'을 직접 입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전후 맥락을 따져볼 때 천안함 사고의 원인을 북한으로 확증한 셈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북한의 공격을 사실상 공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중 대사는 청와대가 직접 인선하는 '4강(强) 대사' 중 하나다.
류 대사는 이어 "지금 우리의 가장 큰 한(恨)은 천안함"이라며 "화해를 말하면서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한이고 그 때문에 더욱 더 화해의 길을 찾아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이제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고 진실과 마주서야 하며, 이러한 현실에 맞서 미래를 내다보고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대사의 이같은 발언은 "심증만 갖고 원인을 예단해선 안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과 정면 배치된다. 이 대통령은 현재까지 북한 공격설을 확인한 바 없고, 정부와 군 당국자들도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류 대사가 이명박 정부의 초대 대통령실장을 지낸 대통령의 최측근임을 감안할 때, 이날 발언이 단순한 돌출발언이 아니라 청와대와의 교감 속에서 나온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북한과의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주중 대사가 이같은 언급을 한 것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북한의 반발은 물론이고, 북한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파장이 일자 외교통상부는 "류 대사의 언급은 최근 남북간 화해를 위한 노력이 이뤄지던 중에 이번 사건이 발생해 마치 기습적으로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당혹스러운 느낌을 받았다는 개인적인 소감을 이야기한 것이며 북한을 염두에 두고 언급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외교부는 별도의 자료에서 이같이 말하고 "'결단해야' 한다는 부분 역시 젊은 대학생들로서는 항상 진실을 보고 진실을 추구하면서 결단력있게 살아야 한다는 일반적인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과 류우익 주중대사. 사진은 지난 2008년 6월 3일 국무회의 장면으로, 당시 류 대사는 대통령실장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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