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시안 |
- 침묵으로 더욱 극대화되는, 그 슬픔
동반여행. 설레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해방감은 일말의 기대감을 자극하는 법. 그러나 동반여행을 떠나는 두 부부사이에는 숨통을 조이는 불편함만이 식은땀과 침묵으로 일관돼 드러난다. 이들은 살인자와 피해자의 부모들로 사형선고를 받은 살인자에게 가는 길이다. 극단 산수유의 연극 '기묘여행'은 피해자 부모와 살인자가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담담한 묘사들은 3년 전의 살인임을 알리나 표면적으로만 과거일 뿐, 침묵으로 드러나는 당사자들의 아픔은 그것이 절대 과거일 수 없는 현재임을 호소한다. 어색한 상황과 형식적 대화들이 오고가는 사이, 상처들은 꿈틀대며 점차 선명해진다. 침묵하는 슬픔은 오열보다 고통을 극대화시킨다. 살의로 가득 찬 피해자 아버지와 어떻게든 아들의 목숨만을 살리고 싶은 가해자의 어머니는 안절부절 못한 채 당황하기만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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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목격하게 만든다. 입장은 다르지만 고통은 같다. '그 때'를 위해 3년을 30년처럼 견디어 온 아버지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파리하게 일상을 유지하고 있는 어머니, 극도의 불안 상태 속에서 속죄의 기회를 달라고 애걸하는 가해자의 부모 모두 설득력이 있다. 그들의 주장 모두가 타당하며 모두가 충분히 아프다.
- 절제돼있으면서도 날카로운, 그 슬픔
이들 사이에는 만남을 알선한 코디네이터와 자원봉사자가 있다. 코디네이터는 현재 꽃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과거에 살인을 집행했던 교도관으로 단 한 번의 집행 경험이 있다. 한 번의 경험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자원봉사자는 과거, 누군가에 의해 아버지를 잃었다. 그럼에도 연극 '기묘여행'은 과도하게 슬퍼하거나 울부짖지 않는다. 그들의 슬픔은 침묵 외에도 무대와 음악 등으로 '기묘하게' 전달된다. 비사실적 무대와 사실적 소품의 대비, 살아서 고통 받는 사람과 죽은 딸의 등장, 연극의 흐름을 신선하게 바꿔놓는 음악 등이 조화돼 낯선 화음의 성공적 소통을 알린다. 고통이 유발하는 희극적 상황은 유머가 된다. 섬세한 배우들의 연기는 절제돼있으면서도 날카롭다. 밀도 있는 날카로움 끝에 찔린 관객들은 연극이 제시하는 문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자극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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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는 노래방에서의 대면을 시작으로, 서로가 만들어온 인형을 안고 찌르기를 지나 살인자와 대면하기까지의 기묘한 여행. 연극 '기묘여행'은 사형 제도를 밑거름삼아 생명의 존엄성과 숭고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뚝심 있는 연극 철학으로 신뢰감을 주는 연출가 류주연과 남명렬, 예수정 등 말이 필요 없는 배우들의 만남은 기묘여행에 동참하는 관객들로 하여금 동행의 기쁨을 맛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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