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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울었지만…4대강 '삽질'에 장애인은 '피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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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울었지만…4대강 '삽질'에 장애인은 '피눈물'

[장애인의 날] 예산 부족에 장애인 활동 보조 '뒷걸음'

제주도에 사는 뇌성마비 1급 장애 여성 이모(33) 씨는 2007년부터 활동 보조 서비스를 이용하다 얼마 전 서비스 시간 재판정을 신청했다. 사회 활동에 좀 더 열심히 참여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번 연도부터는 늦깎이 대학생도 돼 공부도 할 계획이었다.

이 씨가 현재 서비스 받는 시간은 월 60시간. 하지만 이것으로 일상생활을 제대로 이뤄나가긴 어렵다. 그가 이용한 활동 보조 서비스는 장애인 활동 보조 지원 제도로 정부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유급 보조원을 파견, 일상 활동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보건복지가족부는 서비스 시간 재판정을 위해 이 씨에게 장애 등급 심사를 새로 받을 것을 강요했다. 2010년 1월 개정된 장애인 활동 보조 지원 제도는 일정 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은 장애인의 경우 장애 등급 심사를 받도록 돼 있다.

결과는 당황스러웠다. 장애재검사에서 1급이었던 등급이 2급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활동 보조 서비스는 1급만 받을 수 있다.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이었다.

이 씨는 대소변은 가리지만 타인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거동할 수도 없고, 밥 역시 타인의 도움 없이는 한 숟가락도 입에 넣을 수 없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이동조차 못하는 중증 장애인이다. 그럼에도 2등급을 받았다. 억울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그나마 이용하던 60시간의 활동 보조 서비스는 3월 말까지만 이용해야 했다. 이 씨의 부모는 나이가 들어 겨우 자기 몸만 건사하는 정도다. 이 씨가 답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지난 1월 6일 열린 장애인 예산 삭감 한나라당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애인이 "한나라당은 장애인 앞에 사죄하라"고 외치고 있다. ⓒ프레시안

등급 심사 기간 2~3개월 동안 활동 보조 서비스 받지 못해

다행히 이 씨의 사연은 언론에 소개돼 국민연금공단 장애등급심사센터는 그를 재심했고, 장애 등급 1등급 판정을 다시 받았다. 그가 2등급을 받은 건 의사 개인의 일시적 과실로 일단락이 됐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례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인천시에 거주하는 뇌성마비 1급 장애 여성 최모 씨도 장애 등급 심사 결과 2급으로 장애등급이 하락해 활동 보조 신청 자격이 상실됐다. 최 씨는 전신성 뇌성마비장애인으로 보행은 가능하지만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어 일상생활에 많은 활동 보조가 필요하다.

전남 여주시에 살고 있는 지체장애 1급 장애 남성 박모 씨는 2007년부터 활동 보조 서비스를 이용해오다 최근 몸 상태가 악화돼 자주 병원에 가야했다. 그가 현재 받고 있는 월 120시간 서비스로는 일상생활을 이어나가기 어려워 서비스 시간 재판정을 신청했다.

장애 등급 심사를 받으려면 병원에서 근전도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그 비용은 장애인의 몫이다. 기초생활수급자라도 장애 재판정 검사 비용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9만 원 이상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더구나 박 씨는 3월 중순에 심사를 신청했으나 심사에 2~3개월 이상 걸린다. 물론 이 기간 동안은 활동 보조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활동 보조 서비스 예산 떨어지자 신규 가입 막는 정부

이렇게 보건복지가족부의 활동 보조 서비스 제도 개정과 장애 등급 심사 강요로 인한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장애인의 활동 보조 서비스 신청이 거부당하는가 하면 장애 등급 심사로 수개월간 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장애인이 방치되기도 한다.

장애 등급 심사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립 생활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의 장애 등급이 하락해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일까.

논란이 되는 장애인 활동 보조 서비스는 2007년 4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서비스에 많은 제한이 있다. 최중증 독거 장애인의 경우 월 최대 180시간까지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자립 생활을 영위하기에는 불가능한 시간이라고 장애인 단체는 입을 모은다. 외국의 경우 장애인 활동 보조 서비스를 이미 몇 십 년 전부터, 대상 제한과 시간 제한 없이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 19일 '장애인 생존 위협하는 활동 보조 제도 개악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홍구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왼쪽)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오른쪽). ⓒ프레시안
이런 상황에서 활동 보조 서비스의 이용 대상자는 매해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활동 보조 서비스 예산 인원은 2007년 1만600명, 2008년 2만 명, 2009년 2만5000명이 책정됐다.

특히 2009년의 경우, 활동 보조 서비스 지원자가 늘어나 예산보다 더 많은 서비스 이용자가 생겨났다. 하지만 정부는 추경예산을 쓰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추경예산을 고민하기보다는 장애인의 서비스 신규 가입을 금지하는 수단을 택했다. 복지부는 10월께 서울, 부산, 대구 등 8개 지방자치단체에 예산 부족을 이유로 활동 보조 서비스 신규 신청을 전면 금지하는 공문을 내렸다. 이에 따라 기존 예산대로 2만5000명만이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다.

심각한 문제는 2010년도 장애인 활동 보조금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2009년보다 5000명 늘린 3만 명 기준으로 1268억 원의 활동 보조 서비스 예산을 정했다. 하지만 이미 이용하는 사람만 2만5000명인 것을 고려하면 2010년 신규 신청은 조기에 마감될 가능성이 크다.

활동 보조 서비스 개정안으로 곳곳에서 폐단 드러나

상황이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가족부는 2009년 10월 1일부터 활동 보조 서비스 신규 신청자에게 장애 등급 심사를 받도록 의무화했다. 2010년 1월부터는 신규 신청자뿐만 아니라 2년 이상 서비스 이용자에게도 장애 등급 심사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또 '장애 등급 판정 기준'도 개정했다.

이전에는 병원에서 발급받은 장애 등급이 인정됐지만 새롭게 개정된 '장애 등급 판정 기준'은 해당 진단 의사로부터 검사 자료, 진료 기록 등을 발급받아 행정 관청에 제출해야 한다. 이것을 국민연금공단 장애등급심사센터에서 심의 후 장애 등급을 통보한다.

물론 개정안으로 인한 폐단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활동 보조 서비스는 1급 장애인에게만 신청 자격을 부여하고 있어서 장애 등급이 하락해 1급 장애 등록이 되지 않는 경우, 활동 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활동 보조 서비스를 이용하던 장애인이 장애 등급 심사 결과 등급이 하락할 경우, 이미 활동 보조 서비스의 필요가 인정되었음에도 서비스가 중단돼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신규로 활동 보조 서비스를 신청한 장애인의 경우 1급 등록 장애인이라 하더라도 장애 등급 심사를 받을 때까지 적어도 3개월 이상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이는 시설에서 나와 자립 생활을 고민하는 장애인에게 치명적이라는 지적이다. 장애 등급 심사 의무화로 활동 보조 서비스가 필요한 중증 장애인이 검사, 진료 기록 등을 제출해야 하며, 그 비용도 본인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 지난 12월 15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는 장애인 예산 확충을 요구하는 지체 장애인 20여 명과 경찰이 위태위태한 대치를 벌였다 경찰이 장애인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국회 앞 계단을 올라온 한 장애인을 막아서고 있다. ⓒ프레시안

"정부가 예산 절감 위해 장애 등급 엄격히 적용"

복지부는 장애 등급 판정 제도 변경 취지를 두고 '허위 장애 등록 방지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단체에서는 복지 예산 부족을 등급 판정 강화를 통해 해결하려 한다고 반박한다.

남병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직국장은 "이전과 별로 다를 게 없는 장애 등급 심사 기준이지만 현재 등급 심사를 받는 장애인 중 약 30퍼센트가 1등급에서 탈락하고 있다"며 "차이가 있다면 정부가 심사에 참여했다는 이유뿐"이라고 주장했다. 남병준 국장은 "결국 정부는 예산을 절감하고자 장애 등급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 중증 장애인의 절대수를 줄이고자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 단체에서는 1급 장애인만이 아닌 서비스가 필요한 2, 3급 장애인도 서비스 신청자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체 장애인의 14.5퍼센트인 35만 명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데 현재 1급 장애인 중 14퍼센트에 해당하는 3만 명만 혜택을 보고 있다는 것.

하지만 4대강 사업 등으로 한정된 예산을 써야 하는 정부가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기는 요원하다. 30주년을 맞이하는 '장애인의 날'이 빛바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애인 앞에서 흘렸던 이명박 대통령의 눈물은 정작 장애인을 적시지 못했다.

▲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2009년 4월 19일 경기도 일산 홀트일산요양원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장애인 합창단 '영혼의 소리로'의 공연을 관람하며 눈믈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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