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가을 본격화된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국면에서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른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이라는 가시적인 평가로 이어짐에 따라 윤증현 경제팀은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한국능률협회 신임 회장 취임식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가 신용등급이오른 것은 우리 경제 전반에 대단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무디스 훈풍'에 이어 미국 다우지수의 급등 영향으로 주가도 연일 급등하고 있다. 15일 오전 코스피지수는 한때 1747.38로 전고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런 호재를 즐길 수 만은 없는 정책 책임자가 있다. 바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다.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수록 출구전략 압력이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출구전략을 시행하면 일시적으로 경기에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앙은행 총재라면 누구라도 고민스러운 문제다. 김 총재는 여기에 하나의 '짐'이 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그가 한은 총재로 영전한 것은 '높은 경제성장률'이라는 '특명'을 받은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김 총재는 지난 9일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0%로 14개월째 동결 결정을 내리고, 12일 경제전망을 수정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5.2%로 0.6%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런 김 총재에게 출구전략 시행 압력이 갈수록 커지는 셈이다.
김중수, 일단 '버티기 모드'
▲ 김중수 한은 총재 ⓒ뉴시스 |
김 총재는 "정부의 큰 역할이 없이도 민간부문의 힘으로 성장을 해야 한다"며 "수출만 잘돼서 나오는 경제성장은 자생력이 없고 내수가 좋아야 하는데, 그 중 건설과 고용이 안 좋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가 작년에 0.2% 성장한 것을 베이스로 해서 (성장률이) 좋아진다고 움직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늦지 않으려고 하지만, 늦지 않으려는 것과 빨리 움직이는 것 모두 불확실성이 있어서 (시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거듭 시기상조 입장을 밝혔다.
"금리인상 더 늦추면 더블딥 올 수도"
하지만 시장에서 출구전략 시행에 대한 압력은 더 커지고 있다. 2.0%라는 사상 최저금리를 계속 끌고 가는 게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온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4일 SBS라디오에 출연헤 "기준금리 인상을 더 늦췄다가 중앙은행(한국은행)이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인상해야할 상황에 몰린다면 더블딥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한국경제 상황과 이에 대한 한은의 정책 대응이 80년대 일본 버블기와 매우 유사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여러 지표를 보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위기는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늦어져 물가 상승이나 경상수지 적자 확대가 될 경우 더블딥이 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버블을 형성하는 것은 경제주체들의 낙관적 기대가 큰데, 이런 기대를 초래하는 게 정부 정책"이라며 "80년대 후반 일본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거나 세금 완화 등으로 부동산 가격을 올렸고 정부가 장미빛 전망을 내놓았던 것이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정책은 단기적인 것보다 중장기적 시각에서 경기 진폭이 크지 않을 때부터 서서히 금리를 인상하면서 경제 전체에 긴장감을 주도록 운용돼야 한다"며 "현재 물가가 낮더라도 지속 가능한 성장과 지속 가능한 물가 안정을 위협하는 변수가 커지면 기준금리를 조금씩, 그러나 신속하게 인상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샤론 램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도 15일 "기준금리 2% 수준은 금융위기 시나리오 하에서 설정된 것으로 현재 거시경제 여건에서는 적절치 않은 수준"이라며 "현재 한국의 생산수준은 역사적 최고치에 와 있고 올해 GDP성장률은 최소 5%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준금리가 너무 오래 낮은 상태로 유지되는데 따른 부작용이 중요하다"며 "자산 버블 리스크가 있고 기준금리가 정상적인 수준까지 올라가지 않을 땐 미래에 있을지 모르는 금리 인하를 통한 부양 여지를 좁히는 결과를 낳는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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