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시안 |
그들의 지난 기억은 자극적이고 세련된 소재들로 가득한 연극들 사이에서 관객과의 교감에 성공해야한다. 연극 '7인의 기억'은 70년대 소재로 현대와의 소통을 이뤄야한다는 부담을 안고 시작한다. 그러나 망설일 필요 없다. 눈치 볼 필요도 없다. 극 중 추달오의 대사처럼. "내 아들놈 말이야. 그 놈 호주 보내놨더니 공부 끝나고 거기서 살 거래. 안 올 거래. 한국이 지겹데. 지 아버지 돈 잘 버니까. 근데 왜 나는 걔 눈치를 봐야 되는데? 생각해봐. 역사는 말이야. 그렇게 누구 희생으로 나아지고 그런 거 아냐. 우리가 배운 거 전부 다 틀린 거야. 그냥 역사는 흘러가는 거야!" 속이 다 시원하다.
- 시대가 꾸는 꿈
작품 속 인물들은 동명의 극중극 연극 '7인의 기억' 연습을 위해 이곳에 모였다. 그런데 여섯 명이다. 이 자리에 없는 한 명의 이름은 서종태, 그는 이들과도 연관된 어떠한 사건의 충격으로 평범한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 딸과의 대화도 불가능하다. 딸 수정은 현재 뮤지컬 '더 미러'의 주인공 애린 역을 위해 오디션 현장에 있다. 연극 '7인의 기억'은 20대가 뛰고 있는 뮤지컬 연습현장과 50대가 만들어내려는 연극 연습현장을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동떨어진 두 시대는 이질적이지만 하나로 연결돼 있다. 바로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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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기억은 우리의 역사
연극 '7인의 기억'은 1972년 10월, 유신 당시 고등학교 학생 일곱 명이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정치 혹은 사회 고발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들을 하나로 묶고 있는 것은 기억이다. 그 기억이 현재 어떠한 모습으로 표출되는지, 그 결과물 '나'에게 어떻게 작용됐는가를 이야기한다. "살아있는 게 계속 그 구치소 같아. 구치소가 내 집이었던 것 같아. 평생 그 바깥을 못 나온 거 같아. 종태처럼." 더불어 그 시대를 희생으로 보냈던 아버지들, 그들의 아픔에 격려를 보낸다. 대신 어루만지며 당신들의 과거가 소중한 것이라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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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신이 젊어 느린 호흡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하더라도 이 연극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공연 중 객석을 둘러보면 중장년 관객들의 몰입도가 굉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그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들은 이 연극을 통해 공감하고 회상했으며 웃고 울었다. 세대를 불문하고 한국에서 이 시대를 사는 모든 관객들에게 이 연극이 의미를 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은 우리들의 아버지다. 이들을 경멸했던 수정은 아버지를 이해하고 연기에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벽을 깨며 아버지에게 다가온다. 8명의 중년들은 그런 수정을 보며 자신의 '기억'의 의미를 깨닫는다. 이것이 바로 연극 '7인의 기억'이 조심스레 제시하고 있는 소통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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