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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만 준수돼도 용역폭력 문제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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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만 준수돼도 용역폭력 문제 해소"

국회서 공청회…기륭전자 분회 경험담 소개도

"길을 걷다가 뒷골이 서늘해질 때가 있어요. 검은색 정장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남성을 마주칠 때입니다. 혹시나 용역 깡패가 아닐까…."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의 오석순 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악스러웠던 지난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용역 경비원에게 '당했던'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데는 적잖은 고통이 따라붙었다.

"두들겨 맞고 있어도 경찰은 고개 돌렸다"

3일 노동쟁의 현장의 용역경비 폭력 실태를 고발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 주관으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렸다. 오석순 씨는 용역 경비에게 직접 폭행을 당한 당사자로서 이날 토론회 첫 번째 발제자로 초청됐다.

"남성이면 마음껏 팰 수도 있는데, 여기는 여성이 많아 답답하다." "너 나한데 찍혔다. 집에 갈 때 밤길 조심해라."
▲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 오석순 조합원이 용역 경비직원에게 폭행 당한 경험을 증언하고 있다. ⓒ프레시안

오 씨가 늘상 들었던 말이다. 오 씨는 직접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오 씨는 "목을 조이고 밟히고 꺾인 채로 손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두들겨 맞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한 달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고 말했다.

오 씨가 더욱 기가 막혔던 일은 용역 경비원의 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현장에 경찰이 있었지만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공장 안에 전경버스가 2대, 밖에는 10여 명의 사복경찰이 있었어요. 용역 경비원이 한 조합원을 공장안으로 끌고 들어가 뒤로 손을 묶고 무릎을 꿇린 채 30분 동안 구타를 했지만 그들(경찰)은 모른 척 하더군요. 아무 일도 안 했습니다."

오 씨 등 분회 조합원이 경찰에 항의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고 한다.

"우리도 무서워서 못 들어간다." "노사 문제에 경찰이 개입할 수 없다. 노사 협상으로 풀어라."

법이 없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닌데…

기륭전자 분회가 겪은, 용역 경비 직원의 폭행과 위협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지난 1~2년 사이 노동 현장에서 용역 경비들의 '불법행위'가 심심찮게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제 1980년대 '백골단', 1990년대 '구사대'를 이어 '용역 경비 직원'이 회사의 핵심 방패막이로 자리잡았다는 말이 노조 관계자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관련 전문가들은 용역업체와 경찰 등 관계당국이 현재 있는 법만 제대로 지켜도 많은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불법을 저지르는 용역업체 직원의 행동을 처벌하는 법과 제도가 없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일단 용역 경비업체 직원의 물리력 행사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현행 경비업법에 따르면, 경비원은 타인에게 위력을 과시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용역업체가 경비원에게 이를 강요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이를 위반하다 적발될 경우 해당 경비원은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용역업체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각각 내야 한다.

민병덕 변호사(민변)는 "폭력행위가 과할 경우 경비업법 위반죄뿐만 아니라 형법상의 폭행, 협박, 상해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 변호사는 "그러나 법을 집행해야 하는 경찰이 (용역 직원의 폭력행사 현장을) 일부러 피하거나 보고도 부인하는 일이 다반사이고, 실제 불법을 저지른 용역 업체가 처벌 받았다는 보고도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법망 피해 편법 속출'경비업법 개정도 검토해야'
▲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 주관으로 노동쟁의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용역 경비업체 직원들의 폭력 행위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프레시안

한편 용역 경비 사용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자 사용자들이 편법을 구사하기 시작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노당 이영순 의원실의 안승찬 보좌관은 "경비업법에 의한 경찰의 관리감독, 처벌을 피하기 위해 사용자들의 편법 행위가 나타나고 있다"며 "용역 경비원을 위장해 직접 계약직 직원을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심장전문병원인 경기도 부천 소재의 세종병원이 대표적이다. 올해 초부터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이 병원은 용역 경비업체로부터 일부 경비원을 직접 채용했다. 대량 정리해고로 노조와 마찰을 빚고 있는 경북 구미 소재의 한국합성 사업장도 마찬가지. 이 회사도 최근 다수의 경비원을 직접 고용해 노조를 상대하고 있다.

안 보좌관은 "용역업체와 물밑으로 용역 계약을 맺고 표면적으로는 직접 고용해 용역 경비를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럴 경우 경비업법 위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용역 직원의 폭력행위에 대해 경찰이 더욱 더 손을 놓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병덕 변호사는 "사용자가 경비업법 회피를 목적으로 경비원을 직접 고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경비업법 개정을 통해 직접 고용된 경비원의 복장, 활동, 장비 등을 규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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