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여성영화제의 개막작인 수잔네 슈나이더 감독의 <다가올 그 날> 중 한 장면. |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은 독일의 수잔네 슈나이더 감독이 연출한 <다가올 그 날>. 60년대 독일에서 적군파(RAF)로 활동하며 딸마저 버렸던 어머니와, 역사를 위한다며 모성을 저버린 어머니를 고발하는 딸의 갈등을 팽팽하게 잡아낸 수작이다. 개막작을 포함해 모성의 다양한 면들을 다룬 영화들을 전면에 배치한 것도 올해 여성영화제의 특징. 저출산과 낙태 등, 국내에서도 첨예한 이슈가 되고 있는 '모성'을 주요 쟁점으로 삼으며 '모성에 대한 질문'이라는 특별섹션을 마련한 까닭이다. 여성영화제가 마련한 국제학술회의 역시 '지구지역시대 모성의 정치경제학'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신자유주의 시대의 생체권력과 모성', '지구지역시대 볼모로서의 모성'이라는 제목으로 두 차례의 학술회의가 14일 열릴 예정이다. 또한 작년 극장에서 정식 개봉한 안선경 감독의 <귀향>을 놓고 '볼모로서의 여성 - 버림과 버려짐의 기억'이라는 제목으로 토론도 열린다.
여성영화제가 올해 주목한 아시아 영화들은 인도네시아 영화들이다. 민주화 운동으로 98년 수하르토 정권이 몰락한 이후 다양하고 진보적인 문화예술, 특히 영화가 또렷한 성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가 고르게 발전하며 자국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이 일고 있는 현상은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까지 한국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 여성영화제 측의 설명이다. 다양한 장르와 부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여성감독들의 영화 9편이 '아시아 스펙트럼 : 인도네시아, 포스트 98' 섹션에서 상영된다.
▲ 12회 여성영화제 포스터. |
지속적으로 '발칙'하고 논쟁적인 주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선보여온 경순 감독의 신작 <레드마리아>도 드디어 완성돼 이번 여성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상영된다. 이 작품은 작년 여성영화제 옥랑문화상 수상작으로 선정돼 개봉지원을 받았던 작품이다. 곧 극장개봉 예정으로 세계적인 수퍼모델 와리스 디리의 실화를 영화화한 <데저트 플라워>와, <천사의 아이들>,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으로 익숙한 여배우 사만다 모튼의 연출데뷔작 <버려진 아이>도 화제작들이다. 작년 부산영화제 PIFF 메세나상 수상작인 권우정 감독의 <땅의 여자>, 역시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된 김정 감독의 <경>, 관객과 평단의 높은 지지를 받았던 박찬옥 감독의 <파주>도 상영된다.
한편 올해 여성영화제는 국고지원금이 작년 1억 5천만 원이 깍이면서 규모가 축소된 데다 올해 또 다시 1억 원이 깎이면서 한층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여성영화제가 올해 국고지원 받는 액수는 2005년 받았던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작년 환경영화제에 이어 올해에는 여성영화제가 의도적인 타격의 대상이 된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