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차다. '중앙일보'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질책이다.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서갑원·이정희 의원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천안함 격실마다 천장에 환풍기가 설치돼 있었다고, 전기 스위치로 닫을 수 있지만 방수기능이 별도로 갖춰지지 않은 환풍기였다고, 천안함의 전원이 모두 나가 환풍기를 닫는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더불어 전했다. "(국방부 관계자가) '69시간 생존이 가능하다는 설명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 아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특별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고 전했다. <기사 보기>
'동아일보'의 보도에 의거하면 서갑원·이정희 의원은 제기할만한 사실을 제기했고 추궁할 만한 문제를 추궁한 것이다.
▲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는 정운찬 국무총리 ⓒ뉴시스 |
물론 '중앙일보' 기사엔 없다. 두 의원의 추궁이 잘못됐다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다. 다만 비교했을 뿐이다. 닷새 전 같은 야당 의원의 질문 맥락과 180도 다르다는 점을 근거로 '오락가락' 추궁을 지적했을 뿐이다.
마찬가지다. 그것이 정녕 문제라면 '중앙일보', 나아가 모든 언론 또한 과녁에서 탈출할 수 없다. 언론도 어제 달랐고 오늘 달랐다. 내부폭발과 외부충격 사이, 기뢰와 어뢰 사이를 '오락가락' 하며 '추정 보도'를 남발했다.
하지만 크게 탓하지 않는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부각시키고 싶은 것만 부각시킨 언론이 없지 않고, 그들의 의도를 경계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큰 틀에서 볼 때 결과론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단면을 잘라 보면 성급한 추정과 섣부른 예단에 빠진 부실 보도임에 틀림없지만 군사정보가 극히 제한된 환경에서 빚어진 결과라고 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국방부가 해당 의원들에게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비공개로 제공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한, 의원들이 충분한 정보를 갖고도 '헛다리'를 짚었다는 확증이 서지 않는 한 국회의원들의 '추궁 환경'을 언론과 다르게 평가할 수는 없다.
'중앙일보'가 질타할 대상은 국회의원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아니라 국방부의 '용인할 수 없는 입씻기'다. 천안함의 내부 구조는 상세히 브리핑하면서도 격실 천장에 방수가 안 되는 환풍기가 달려있는 사실은 쏙 뺀 국방부의 처사를 먼저 도마 위에 올려야 한다. 그게 먼저고, 그게 본질이다.
국회의원의 추궁을 받아 확인 보도를 한 '동아일보'의 '대응법'은 논외로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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