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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2000년 러시아 핵잠수함 사고 재판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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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2000년 러시아 핵잠수함 사고 재판되나

민간 음파탐지기 도움만 받았어도…대통령 칭찬한 초기 대응 '엉망'

천안함 침몰 일주일이 흘러가도록 여전히 탐색작업이 지지부진하면서 군의 미흡한 초기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군은 침몰한 함미를 찾는 작업이 늦어져 생존자 구조 가능성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고 발생 사흘째(사고발생 60시간 후)인 지난달 29일 오전 어선의 도움을 받아 천안함 함미를 발견한 기뢰제거함(MSH) 옹진함이 소나(SONAR, 음파탐지기)를 사용했다는 점을 군은 언론에 알렸으나 이내 "왜 즉각 민간 소나업체의 도움을 받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점은 군의 초기대응이 얼마나 미숙했는가를 알려주는 사례다.

이와 관련, <SBS>는 31일 방영된 '뉴스추적'에서 민간 소나업체와의 통화를 근거로 군의 초기대응은 실패작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군의 떨어지는 위기대응 능력이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여론 악화의 큰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군의 부실한 초기대응은 해군 정예요원들의 무리한 탐색으로 이어졌다. ⓒ연합뉴스

"해군 마음만 먹었으면 음파탐지기 즉각 활용 가능했을 것"

왜 사건 인지 초기부터 소나를 사용해 함미를 탐색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에 군은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첨단 소나를 장착한 기뢰탐색함이 경남 진해에 몰려 있었기 때문에 이동에 시간이 걸렸다는 이유다.

침몰한 천안함을 비롯한 해군 대부분 함선이 소나를 장착하고는 있으나 이들 소나는 움직이는 목표물을 탐지하는 수준에 불과하며, 기뢰함에 탑재된 소나를 이용해야 해저 바닥에 가라앉은 물체를 찾을 수 있다.

박창권 국방연구원 정책기획연구실장은 1일 <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저널'에서 "기뢰탐색함이 진해에 배치된 이유가 있다"며 "기뢰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이 산업단지가 집중된 부산이나 포항, 울산이며, 기뢰탐색함을 한 지역에 집중해야 훈련이나 교육을 시킬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뉴스추적'은 그런 군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군에 납품하는 소나 생산업체의 말을 빌리면 첨단 소나는 군뿐만 아니라 소방서, 지방자치단체 등에도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군이 사고해역 인근의 소방본부나 지자체에 도움을 바로 요청했더라면 침몰지역 인근 정밀 탐색이 보다 빨랐으리라는 얘기다.

이 소나업체 관계자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소방서에 사이드 스캔 소나(함선이 견인하면서 바다를 탐색하는 장비)와 수중 카메라를 납품한다. 수중 조난자를 찾을 때 주로 활용한다"며 옹진함이 사용한 첨단 소나를 소방서에서도 자주 사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초기대응 부실로 사고 키워"

앞으로 인양 후 자세한 조사를 통해 군의 초기대응력이 떨어진 것으로 확인될 경우, 군은 국민적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무리한 탐색작업으로 한주호 준위가 순직했기 때문에 군 상층부가 비판여론을 의식해 무리한 작업을 진행하다 애꿎은 정예요원만 희생된 것이라는 여론이 보다 강해질 수 있다.

이와 관련, <뉴스추적>은 지난 2000년 8월 러시아의 핵잠수함 쿠르스크호 침몰 사례를 들며 사고 직후 군의 초기대응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쿠르스크호는 사고 당시 노르웨이 북부해안을 항해하다 연료유출 사고로 침몰했으며, 승무원 118명 전원이 사망했다. 영국과 노르웨이가 구조 지원을 제안했으나 러시아 군은 보안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문제는 결국 노르웨이와 영국의 합동지원팀의 도움으로 선체 탐색에 성공한 후 발생했다. 승무원 23명이 침몰 후에도 최대 이틀가량 생존해 있었던 사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러시아 군이 조금 더 신속히 외부의 도움을 받았더라면 다른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으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러시아는 사건을 쉬쉬하려다 유족에게 진정제 주사까지 투여하는 무리수를 둬 큰 논란을 빚었다.

한국 군은 나름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초동조치에 대한 의문에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물론,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첫 반응도 "초기대응은 잘 되었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정작 군은 사고 발생 직후 사건 원인을 두고 '파공(구멍)에 의한 침몰'에서 '절단'으로 말을 바꾸었고, 사고 발생 시각도 수차례 바꿔 말했다. 또 함미 탐색시간이 지연된 결정적 계기였던 부표 실종과 관련해서도 군은 "부표를 설치했다"고 해명했으나 이후 조사 결과 부표를 천안함에 직접 연결하지 않아 부표가 조류에 휩쓸려가는 초보적 실수를 저질렀음이 드러났다. 여론의 질문에 '보안'을 이유로 시종일관 소극적 대응을 하다 안보의 가장 큰 힘인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 셈이다.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천안함 침몰 당시 해군이 침몰에 따른 기초적인 조치조차 취하지 않았다"며 "군과 정부 당국의 발표와는 달리 사고 직후 현장에서 해군의 초기대응이 매우 부실했고 그로 인해 피해를 더욱 키웠음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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