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의 개편방안이 확정됐다. 이름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로 바뀐다. 논의가 시작된 지 근 2년 만이다. 이제는 말 많고 탈 많던 노사정위가 사회적 대화의 중심기구로서 위상을 재정립하는 일만 남았다.
지난달 이후 논의 재개에 따른 성과
노사정은 지난 2004년 6월에 열린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핵심 논의주제로 노사정위 개편방안으로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노사정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데 대해 노사정 사이에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편방안이 확정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비정규직 법안을 둘러싼 노사정 간 대립과 갈등, 지하철·GS칼텍스에 대한 정부의 직권중재 결정 등은 노사정대표자회의를 파행으로 몰고갔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노사정위 개편 문제는 매번 현안에 밀려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달에 노사정이 다시 만났다. 한국노총의 역할이 컸다. 노동부 장관 교체된 뒤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재개에 강한 의욕을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달 15일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재개되면서 노사정위 개편방안에 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탔다.
노사정위 개편방안은 27일 오후 제5차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확정됐다. 물론 구체적인 내용은 지난 한 달여 간 진행된 실무위원회에서 정리된 상태였다. 다만 노사정위의 개명 문제만 남아 있었다. 결국 노사정 각 단체 대표자들은 이날 노사정위의 새 이름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로 하자는 데 합의함으로써 노사정위 개편방안을 확정지었다. 노사정 대표자들은 굳게 손을 맞잡았다.
이날 노사정대표자회의는 이상수 노동부 장관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금수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업종별, 지역별 노사정 대화 활성화
개편방안은 노사정위의 효율성과 대표성을 강화하고 중층적 대화체계를 구축한 것이 핵심이다.
먼저 업종별 협의회를 설치할 근거가 마련됐다. 노사가 합의할 경우 본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면 업종별 협의회가 구성될 수 있게 됐다. 다양하게 분출되고 있는 업종별 현안을 다루기 위해서는 보다 전문화된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노사정은 지역 노사정협의회의 기능과 구성을 명확히 했다. 지역 노사정협의회를 지방자치단체장을 의장으로 하고 노사단체 및 시민단체 등 30인 이내로 구성해 지역 내 실업 등 지역현안을 집중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노사정은 이를 두고 "중층적 대화체계의 구축"이라고 말한다. 중앙의 노사정 간 대화와 함께 업종별 혹은 지역별 노사정 간 대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장'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노사위원 대표성 제고…비정규직 대표자도 노동위원으로 위촉
한편 노사정은 노사단체의 대표성도 보완하기로 했다. 그간 시민단체는 노사정위에 참여하는 노사단체의 대표성에 대해 줄곧 의문을 표시해 왔다. 양대 노총과 경총·대한상의가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골고루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이었다.
노사정은 이같은 비판을 일부 수용해 개편방안에 반영했다. 개편방안에는 본위원회, 상무위원회에 참석하는 공익위원으로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을 위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의제별로 만들어지는 비상설 회의체에 논의 의제에 따라 비정규직·취약계층·중소기업 등의 대표자가 노사위원으로 위촉될 수 있도록 했다. 노사정위의 문호가 더 넓게 개방된 것이다.
이밖에도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됐다. 특히 노사 중 일방이 불참할 경우에 대비한 별도의 의결방법이 강구됐다. 즉 노사정 과반수 출석에서 3분의 2 찬성이라는 의결요건은 유지하되 노사정 중 일방이 불참할 경우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도록 했다. 논의기한도 1년으로 한정시켰다.
아직은 반쪽짜리 못 벗어나
이날 개편방안의 확정으로 노사정위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하지만 여전히 난제는 남아 있다. 최근 제1노총이 된 민주노총이 여전히 노사정위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정위가 여전히 반쪽짜리 사회적 대화기구라는 오명을 버리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노사정이 상호 인정하는 자세를 갖추는 일이다. 특히 노동계가 최근 들어 정부에 대해 친노동적 정책의 채택을 요구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노동계를 사회적 대화의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간 실업, 제조업 공동화, 일자리 창출 등 현안의 해결을 위해 사회적 대화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외국의 경우 풀기 어려운 문제를 사회적 대화로 해결한 선례가 적지 않다. 노사정위 개편을 계기로 노사정 각 주체가 성공적인 사회적 대화를 위한 선결조건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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