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사람은 최소 8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측이 확인한 피해자 숫자로 확인되지 않은 피해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산재 아니"라는 정부에 맞서 취소 소송 낸 지 2달 만에 눈 감다
2007년 백혈병 진단을 받은 박 씨는 수 차례의 항암치료와 골수이식 수술까지 했지만 지난해 9월 재발했다. 백혈병 재발 이후 다시 힘겨운 치료를 받아야했던 박 씨는 지난 27일 새벽 갑자기 상태가 악화돼 강남성모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강경여상 3학년이던 열아홉에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으로 취직한 박지연 씨는 몰드공정과 피니시 공정에서 일을 했다. 박 씨가 일한 몰드공정에는 2대의 방사선 발생 장치가 설치돼 있고, 피시니 공정은 화학약품을 이용해 도금 접착성 실험을 하는 곳이다. 반올림에 따르면, 방사선 기계로 검사하는 업무를 했다는 박 씨는 장비가 켜진 상태에서도 작업을 많이 했다고 증언했었다. 백혈병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방사능에 상당량 노출됐음을 추정할 수 있다.
고등학교 졸업도 전에 삼성반도체에 입사해 백혈병이라는 희귀 질병을 얻은 것은 지난 2007년 사망한 고 황유미 씨도 마찬가지다. 황 씨는 열아홉에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들어가 2년 만에 백혈병을 얻어 스물 셋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황 씨와 같은 라인에서 일을 하던 이숙영 씨도 똑같은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
▲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 림프종 등 조혈계 암을 얻은 사람은 현재까지 최소 22명이다. ⓒ프레시안(여정민) |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 림프종 등 조혈계 암을 얻은 사람은 현재까지 최소 22명이다. 이 역시 반올림이 확인한 명단이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박 씨를 포함해 8명으로 상당수가 20~30대의 젊은층이었다.
황유미 씨의 사망을 계기로 인권단체 등이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의 산업재해 인정과 노동환경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요구했지만 이들의 요구는 번번이 거절됐다.
이날 숨진 박 씨를 포함해 총 6명의 피해자 및 유가족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했지만, 공단은 이들을 외면했다. 이들이 얻은 병과 삼성반도체 공장의 환경 사이에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에 이들은 지난 1월 서울행정법원에 '요양급여 불지급 처분 취소 청구소송'과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불지급 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다시 낸 바 있다. 그러나 박 씨는 이 소송의 결과도 보지 못하고 눈을 감게 됐다.
박 씨의 빈소는 서울 강남성모병원에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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