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대일 특별담화' 이후 처음 열린 26일의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최대 현안인 '동해안 해저지명 등록 문제'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오갔다.
유명환 외교부 차관은 "해양수산부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실무협의를 거친 후 구체적으로 보고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6월 국제수로기구(IHO) 해저지명소위에 등록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확답을 피했다.
"조용한 외교 이후 로드맵은 도대체 뭔가?"
유 차관은 한일 외무차관 회담에 의한 '외교적 타결'에 대해 "우리의 기본입장과 원칙을 견지한 결과로 한일 관계의 파국적 악화를 방지했다"며 "일본의 부당한 조사를 철회시켰고 우리의 정당한 (해저지명변경) 권리는 준비를 거쳐 시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 차관은 "일본 측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과 단호한 의지에 직면해 무모하게 계속 (독도 인근 해저탐사를) 시도하면 한일관계만 악화시킨다는 생각으로 타협해 온 것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한일 관계의 파국적 악화, 정확히 말하면 물리적 충돌을 방지한 것이 아니라 유보시킨 것 아니냐"고 묻자 유 차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권 의원은 "조용한 외교를 그만 둔다고 하면 정확한 로드맵이 제시되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해저지명 등록을 언제 하겠다, 다 준비되었으니 시기 선택의 문제가 남았다 는 등의 이야기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권 의원은 "일본이 대통령 담화를 '지방선거를 앞둔 국내용'이라고 폄하하며 5월 한 달 동안 은 협상도 안하겠다는 이야기를 내놓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구체적 일정을 제시하지 않는 것을 납득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 차관은 "해양수산부에서 상당한 기술적 준비가 필요해서…. 외교부와 함께 실무적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고 추후 보고하겠다"고 즉답을 피하면서 "준비가 되면 등록할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김부겸 "해저지명등록 6월에 안되면 대일외교 전체가 불신 받을 것"
그러나 여당 의원들은 '6월 해저지명 등록'을 강하게 요구했다.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은 "국제수로기구(IHO) 해저지명소위가 이번 6월에 열리고 그 다음부터는 한 해에 한 번씩 열린다"면서 "결국 이번 6월에 등록을 못한다는 말이냐"고 물었다. 유 차관은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면서 "아직은 설득자료가 부족하다"고 난감해 했다.
김부겸 의원은 "6월 중에 국제수로기구협약에 갈 수 있냐는 질문에 차관이 '준비가 되면'이라고 말했지만 확답을 듣고 싶다"고 몰아붙였다. 김 의원은 "만약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외교부가 6월 등록을 포기한다면 국민들은 감당할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고 정부의 대일 외교 전체가 불신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유 차관은 "상당한 기술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협의해 보고하겠다"는 답을 반복했다. 유 차관은 "신청 자체보다 (해저지명등록 소위 위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실질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최성 의원은 "양국 외무차관 회담 이후 일본 측에서는 '우리가 6월까지 (해저지명변경) 등록을 안 한기로 했다'고 주장한다"며 "이에 대해 합의한 적이 있냐'고 물었다. 유 차관은 "일본 측에서 합의하자고 그랬지만 끝까지 못한다고 버텼다"고 답했다.
최 의원은 "만약 우리가 6월에 등록한다면 일본 측에서 외교차관 협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할 우려는 없는 것이냐"고 추가로 따졌고 이에 유 차관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또한 여러 의원들은 지난 1999년 체결된 한일신어업협정의 일부 조항이 일본 측의 영유권 주장 근거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협정 폐기와 재협상'을 요구했다. 유 차관은 "검토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유 차관은 "외교부에서 신어업협정과 EEZ의 연관성과 독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봤는데 확신을 갖지 못했다"고 말해 "한일어업협정과 EEZ 문제는 절대 무관"하다는 기존의 입장과 약간 다른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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