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 말로 임기를 마치고 42년 한국은행 생활을 정리하는 이성태 한은 총재가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의 감독권 강화를 재차 주문했다.
24일 이 총재는 한은 출입기자단과 송별 간담회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불안을 조성할 유인이 존재하는지, 커지는지 판단해야 하고 시정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한다"며 "중앙은행에 수단을 하나도 주지 않고 자산가치 안정과 금융안정 등 숙제는 많이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최근의 금융불안 사태를 설명하며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 기능을 갖고 있지만 금융안정 기능은 간단한 게 아니다. 건전하지만 일시적으로 부실한 건지 정말로 (지급불능으로) 갈 건지 판단하기 어렵다. 평소에 감을 잡고 있어야 기본적으로 건실한지 나쁜지 판단할 수 있다"고 어려움을 설명했다. 시중 금융기관을 감시할 권한을 갖고 있어야 적절한 위기대응책을 세울 수 있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 한국은행은 최종대부자로서 기능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중앙은행이 감독권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기준금리 조절로 시중자금 흐름을 통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총재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만약 (금융불안) 원인 중 하나가 금리가 너무 낮은 점이라면 금리를 올릴 수 있지만 완전히 치유되지 않는다"며 "다른 부분에서는 금리를 올리면 안 되는 일이 생겨 목적의 충돌이 발생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총재는 특히 감독권 강화 여부와 더불어 최근 정부의 저금리 기조 유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감독권을 갖지 못해) 자산가격에 문제가 있어도 시중은행에 대출을 금지할 권한이 없어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정부는) 기준금리를 올리지 말고 안정을 꾀하라고 하니 손발을 묶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한은법 개정 당시 국회에서 기획재정부와 충돌을 빚던 일을 두고는 "'금융안정을 위해 상황판단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정부 자료라도 보완해달라'는 측면에서 조사권 얘기가 나왔다"며 "그런데 저쪽(재정부)에서는 조사를 감독으로 보고 매우 부정적으로 반응했다"고 아쉬워했다.
이 총재는 비둘기파임이 확실시 되는 후임 김중수 총재에 당부할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별로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전문가들 대다수는 후임 총재 집권기 한은이 재정부에 더욱 종속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총재는 어느 정도의 기준금리가 적정한지에 대해서도 답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금통위원 임기가 더 늘어나야 하며,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인원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며 "1년에 한 명씩만 바뀌도록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