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주요일간지 1면 톱기사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경영복귀 소식이었다. 이 회장은 전날 '삼성특검'을 계기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23개월 만에 다시 삼성전자 회장을 맡겠다고 밝혔다. 지난 연말 대통령 특별사면 이후 3개월 만에 이전의 지위를 회복한 셈이다.
일간지들은 이날 이 회장의 경영 복귀 소식을 기사와 사설 등을 통해 다루면서 '기대'와 '우려'를 쏟아냈다. '기대'와 '우려'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느냐는 언론마다 차이가 있었다.
<중앙> "과거 허물 때문에 경영 복귀 미룰 이유 없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삼성과 '특수관계'에 있는 <중앙일보>다. <중앙일보>는 이날 '삼성의 심기일전을 기대한다'는 사설을 통해 "이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를 이해하고 또 환영한다"며 "그가 그동안 보여준 기업경영의 리더십과 경륜을 십분 발휘해 삼성전자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면 굳이 과거의 허물 때문에 경영 복귀를 미룰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은 "이제 이건희 회장은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다해 대한민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를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 재도약시키는 데 매진해야 한다"며 거듭 이 회장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앙>은 주요 외신보도 등을 통해서도 이 회장 복귀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이 신문은 "AP통신은 이 회장을 '한국 기업의 아이콘'으로 비유하며, 복귀 소식을 전했고, 블룸버그는 시장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회장의 복귀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삼성의 노력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고 강조했다. 또 "로이터는 별도의 박스 기사로 삼성의 역사를 소개했다"며 "월스트리트 저널은 '삼성은 한국인들에게 애증이 교차하는 기업'이라며 이 회장의 퇴진에서 복귀까지 과정을 소개했다"고 밝혔다.
<중앙>은 "삼성 사장단 '리더십 절실' 건의, 이 회장 한달 고심 끝 수락"이라는 기사를 통해 이 회장의 복귀가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앙>은 이어 3면에 "이건희 회장, 5∼10년 비전 내놓고 조 단위 투자 결정할 것"이란 기사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의 복귀를 부른 것은 '위기감'이었다"며 "삼성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 있던 지난해 세계 전자업계의 1등으로 올라섰지만 해가 바뀌면서 글로벌 경영 환경은 급변하기 시작했다"고 이 회장 복귀의 불가피성을 거듭 역설했다.
이 신문은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일본 도요타가 갑작스러운 리콜 사태에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휴대전화 시장에선 스마트폰을 앞세운 애플과 구글의 도전이 거세게 밀려왔다. 반도체 시장 1위 탈환을 노리는 일본 업체들의 추격도 이어졌다"고 '위기감'을 강조했다.
<동아> "이건희 복귀 위기감에서 비롯"
<동아일보>도 <중앙일보>와 비슷한 논조를 보였다. <동아>는 사설에서 "이 회장의 복귀는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낙오할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며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떠났던 2년 전에 비해 오늘의 경제환경은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크게 바뀌었다"고 복귀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동아>는 미국 GM과 일본 토요타의 사례를 들면서 "삼성보다 더 강했던 글로벌 강자들이 속속 쓰러지고 있는 것"이라며 "삼성이 1위 자리를 지키려면 모방을 넘어 창조의 길을 외롭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신문도 이 회장 복귀의 문제점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 "도덕적 책임 해소 안돼"
보수언론 중 이날 <조선일보>만 이 전 회장 복귀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조선>은 이날 '이건희 복귀와 삼성의 책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이 회장의 기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작년 연말 정부로부터 단독 특별사면을 받았다. 그러나 이 회장이 말한 '지난날의 허물'에 대한 윤리적·도의적 책임 문제가 사면과 함께 자동적으로 해소됐다고 하기 어렵고, 따라서 이 회장의 복귀는 삼성이 도덕적·윤리적으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 '원 포인트' 사면의 이유가 됐던 평창 올림픽 유치는 뒷전으로 밀리고 경영 복귀에만 속도를 낸 것에 대한 비판이다.
<조선>은 이어 "글로벌 규칙도 지켜야 할뿐더러, 투명 경영과 사회적 공헌을 통해 계층·지역의 구별 없이 한국 국민 전체의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며 "관계·정계·법조계·학계·언론계에 과도한 삼성 인맥(人脈)을 구축하고 필요할 때마다 그 인맥을 작동시켜 '국가 안의 국가'로 불리는 것이 과연 삼성의 장래에 도움이 될 것인가도 깊이 헤아려봐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이 회장은 삼성이 다음 세대, 그리고 그 다음 세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경제적 유산과 함께 도덕적 토대도 함께 물려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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