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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오바마 압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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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오바마 압박용?

[송기호 칼럼] 마지막 카드 버리려는 국회

"멋있지?"

딸에게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 버락 오바마 의원의 저서, <희망의 담대함(The Audacity of Hope)>을 사주면서, 책 표지의 오바마 의원을 가리키며 한 말이다. 남자인 내가 봐도, 그는 인상이 좋다. 그리고 심성도 괜찮아 보인다.

어린 시절을 인도네시아에서 보내면서, 그는 미국보다 약한 나라의 내부를 체험할 수 있었다. 그는 위 책에서 솔직하게 말한다. 미국인 스스로 거울을 들여다보자. 미국은 가난한 나라에 무역 장벽을 제거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하면서, 가난한 나라들이 빈곤에서 벗어나는 데에 필요한 미국의 무역 장벽은 지키고 있지 않은가! 이 정도면 그는 좋은 남자이다.

오바마 의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찬성할지 아니면 반대할지 아직 알 수 없다. 그는 2005년의 중미 FTA에는 반대하였으나, 2006년의 미국-오만 FTA에는 찬성했다. 무엇이 그의 선택 기준일까? 그는 위 책에서 더 공평하고, 정의롭고, 풍요로운(greater equity, justice, and prosperity) 국제 통상이라는 추상적 기준을 제시했다. 아마도 더 현실적인 기준은 한미 FTA가 미국 대중의 하루하루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냐 아니냐, 이런 것일 테다.
▲ 지난 11일 오전 국회 통외통위 위원장실에서 한미FTA 비준동의안의 상임위원회 상정을 저지하는 단병호 의원 등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김원웅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 회의장 참석을 물리적으로 막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13일 결국 동의안이 상정되었다. ⓒ연합뉴스

한국의 지배 동맹은 오바마 의원을 압박할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국회가 미국 의회보다 먼저 한미 FTA 동의안을 처리함으로써, 미국 의회를 압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오늘 한사코 동의안을 상정하였다. (☞관련 기사 : 찬반토론도 없이…끝내 FTA비준동의안 상정)

그러나 한국 국회의 힘이 그렇게 국제적으로,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의 지적을 염두에 두고 말하자면, '파우어훨(powerful)'하다는 인수위의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 지금 한미 FTA 수준에서, 한국 국회의 동의 절차가 실제적 효용성을 가지고 있는 영역은 그나마 쇠고기 문제 정도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시인하였듯이, 미국은 한미 FTA 협상의 선결 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관철시켰다. 물론 미국은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미국은 한미 FTA 타결 조건으로 쇠고기 검역 기준 완화를 내세웠다. 노 대통령은 한미 FTA 타결을 국민에게 발표하는 자리에서까지 쇠고기 검역 완화를 언급해야 했다.

그리고 지금 미국은 미국 의회 동의의 조건으로 큰 폭의 쇠고기 검역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소송을 해서 어렵게 구한 자료를 보면, 서울의 미국 대사관은 수입이 금지된 광우병 감염 위험이 큰 등뼈가 미국산 쇠고기에 섞인 경위를 해명하는 공문에서조차도, 검역 완화를 위한 작업을 신속히 진행하자고 한국을 압박한다.

이러한 미국의 집요한 요구를 제어할 한국의 유일한 카드는, '이렇게 심한 요구를 하면 한국의 국회가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런 것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국회 동의 절차는 아직 효용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지배 동맹은 이구동성으로 이 마지막 카드를 서둘러 없애자고 한다. 그렇게 하면, 미국에게 흡족한 방향으로 쇠고기 검역은 대폭 완화될 것이다. 압박당하는 것은 미국 대통령으로 유력한 오바마, 힐러리 의원이 아니다. 한국의 쇠고기 검역 기준이다.

한국의 지배 동맹은 한미 FTA가 '국운 융성'의 길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했듯이 그들은 절대로 오바마 의원을 비롯한 미국의 지배 동맹을 압박할 수 없다. 단, 한국의 지배 동맹은 오바마 의원을 유혹할 수는 있다. 미국을 유혹해 한미 FTA를 체결한 것처럼 말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쇠고기 검역보다 더 한미 FTA에서 중요한 것은 없다. 한국의 검역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연간 8억 달러의 쇠고기 수출이 좌우된다. 게다가 미국은 한국의 검역 기준을 먼저 완화시킨 후, 이를 이용해서 세계 최대 시장인 일본의 검역을 헤집으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한미 FTA만이 살 길이라고 굳게 믿는 한국의 지배 동맹에게 묻고 싶다. 만일 오바마 의원이 쇠고기에도 유혹당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작정인가? 그는 작년 8월, 한 노동조합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산 티셔츠보다 더 싼 외국산을 소비하는 탓에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어야 한다면, 일자리를 유지한 채 좀 더 비싼 미국산 티셔츠를 사 입는 것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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