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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북미 수교는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한다"

[한미 FTA 해법을 찾아서ㆍ2] 이명박과 유시민의 '갇힌 세계화'

송기호 변호사는 이번 연재에서 한미 FTA의 또 다른 맹점을 지적한다. 북미 수교를 비롯한 한반도 냉전 체제의 해체를 앞둔 시점에서 한미 FTA는 '한반도 경제 공동체'라는 비전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효과를 가진다는 것.

송 변호사는 "남북 간 경제 교류와 관련된 현재의 국내법은 남북 간의 통상을 '민족 내부의 거래'로 규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한미 FTA에서는 북한 지역의 주민을 명시적으로 배제하는 규정을 명문화했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1951년 이미 동서독 간의 통상을 '독일 민족 내부 간의 거래'로 봐야 한다는 논리를 국제 통상 규범으로 인정을 받은 독일과 대조적이다. 송 변호사는 "이것은 사실상 남북 간의 관계를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관계로 보겠다는 것을 국제 사회에 선언한 꼴과 같다"과 설명했다.

송 변호사는 "'한반도 경제 공동체'라는 비전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같은 식으로 대체하려는 것은 주요 대선 후보의 언급에서도 나타난다"며 "남북 간 FTA를 맺겠다는 유시민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예비 후보나 양자 간 FTA를 통해 동북아 자유무역지대를 건설하겠다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발언이 그 예"라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빅뱅 수준의 대전환'을 앞두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맞는 '한반도 경제 공동체'의 비전과 한미 FTA가 부합하는지를 검토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보기에 북미 수교는 한미 FTA의 재협상을 요구한다. <편집자>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의 '빅뱅 수준의 대전환' 발언이 시사하듯, 북한과 미국은 북미 수교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북미 수교의 빅뱅은 한미 FTA를 비켜갈까?

그렇지 않다. 한미 FTA의 근본 지형이 변한다. 한미 FTA '개성 공단' 조항을 보자. 북미 수교는 북한과 미국 사이의 무역 정상화로 이어지고, 중국이 그러했듯이, 북한은 미국 의회로부터 정상 교역 관계국(PNTR)의 지위를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북한 원산지 제품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길이 열린다. 개성 공단산 제품의 미국 수출도 가능해진다.

이 때, 개성 공단 제품이 북한 원산지로 미국에 수출될 지, 아니면 한미 FTA 적용으로 한국산으로 수출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북한이 북한식 개방 전략 속에서 결정할 문제이다. 북한이 내부 통합성을 더 중시한다면, 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많다. 이럴 경우 현재의 한미 FTA 개성 공단 조항은 앞의 연재 첫 회에서 살핀 그 터무니없는 틀조차도 다시 반 토막 날 것이다(☞관련 기사 : "'도장 찍은' FTA도 미국 요구하면 수정해야").

남북 경제 공동체의 국제 규범화

필자는 단지 개성 공단 조항 하나만 가지고, 북미 수교 후 재협상을 전망하지는 않는다. 더 근본적인 '남북 경제 공동체의 국제 규범화'라는 본질적 도전이 있다.

북미 수교는 "남북이 세계화에 어떻게 능동적으로 공동 대응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더 이상 관념의 문제로 놓아두지 않는다. 서독의 경험을 보면, 서독은 1951년에 영국 토르퀘이(Torquay)에서 열린 가트(GATT) 각료 회의에서 가트 가입을 승인 받았다. 이 때 서독은 "동·서독 사이의 무역을 국가와 국가 사이의 거래가 아닌 독일 민족 내부 간의 거래(inner-German Relations)로 본다"는 내용이 담긴 동독과의 베를린 협정을 가트 질서로 편입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저 양독 간의 합의에 지나지 않았던 베를린 협정이 당당히 가트 국제 규범의 하나로 승인된 것이다. 이를 통해 서독은 가트 질서의 외부 충격이 양독 간의 장기적 경제 통합을 저해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었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 여러 한국의 현행 법률(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WTO협정이행에 관한 특별법, 개성공업지구에 관한 법률)이 남북 간의 통상을 '민족 내부의 거래'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세계적 차원에서는 전혀 그 규범력이 없다. 남북 경제 공동체는 한국의 법전에만 있는 용어이지, 세계무역기구(WTO)의 규범으로 승인되지 않았다.

북미 수교 후 남북이 함께 추구해야 할 세계화는 남북 경제 공동체가 인정되고 작동되는 세계화이어야 한다. 그래야 남북은 세계화의 충격이 남북 경제 통합을 왜곡시키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남북 경제 공동체에 이로운 국제통상 규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 역사적 과제는 이미 지난 1994년에 한국이 WTO 창설회원국으로 가입할 때, 제기되었었다. 그러나 당시 한국은 이를 진지하게 시도하지도 않았다. 아무리 당시 북미 수교를 예견하기 어려웠다 하더라도, 한국은 미국의 추진하는 방식의 세계화에 편승하는 데에 익숙했을 뿐, 능동적이고 독자적인 세계화 구상을 하려들지 않았다.

조금만 부지런한 독자라면 한국이 WTO 가입에 반대하는 국내 계층을 설득하던 논리가 북미 공동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같은 배타적 경제 지역화(경제 블록화) 흐름이 한국에게는 절대 불리하므로, 이를 견제하기 위해 반드시 WTO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음을 당시 국회의사록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희생이 크더라도, 늦기 전에 WTO 열차에 올라타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이랬던 한국이 이제 한미 FTA를 추진하고, 이것이 WTO를 대체하는 대세이고, 이 FTA 열차에 올라타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미국에 편승하는, 미국에 갇힌 세계화라는 한국식 세계화의 얼굴에 지나지 않는다.

국제통상법의 38선

한국은 한미 FTA에서도 미국에 갇힌 세계화 노선에 충심을 다하고 있다. 한미 FTA는 다음 표 2의 국민 정의 조항에서 북한 지역의 주민을 명시적으로 한미 FTA 적용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표 2]

A natural person who is domiciled in the area north of the Military Demarcification Line of the Korean Peninsula shall not be entitled to benefits under this Agreement.

한반도 비무장 지대 이북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이 협정문의 이익을 받을 자격이 없다. (한미 FTA 1장 주석 2)

[표 2]의 조항에 의하여, 한반도는 한미 FTA가 적용되는 지역과 그렇지 않는 지역으로 분리된다. 한국이 지금까지 체결한 그 어떠한 FTA도 이와 같이 남과 북에 대한 노골적 분리를 시도하는 조항을 두지는 않았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투자자 보호 협정(BIT)조차 이렇게 남과 북을 명백히 분리하지는 않았다.

이 조항은 남북 경제 공동체가 국제통상법적으로 승인되는 것을 중대하게 제약한다. 이 조항은 미국이 그은 국제통상법상의 38선이다.

우리가 여기서 드는 의문은 왜 한국은 [표 2] 조항을 수용했느냐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 조항에 동의함으로써, 남북 경제 공동체의 국제 규범화를 포기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남북이 남북 경제 공동체라는 틀로 국제통상 질서에서 작동하는 것 대신, 각기 개별적으로 WTO에서 기능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다.

남과 북이 별도로 WTO에 가입하는 것은 남북이 각기 국제연합(UN) 회원국으로 가입하는 경우와는 매우 다른 사건이다. 유럽경제공동체(EC)가 그러하듯이, 경제공동체라면 '역외국'에 대한 관계에서는 국제통상법상 하나의 통합된 단위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남한과 북한이 각기 별도로 WTO에 가입하고, 각기 다른 WTO 통상 질서를 자기의 영역에서 관철시킨다면, 남북 경제 공동체는 국제통상법상 존재할 수 없다. 대신 '나프타(NAFTA)'와 같은 성격의 남북 경제 관계가 가능할 뿐이다.

결국 [표 2] 조항은 미국이 남북 경제 공동체 대신, 나프타 방식을 한반도에 관철시키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한국은 이에 동의한 것이다. 그러므로 남북경제공동체가 온전하게 국제규범으로 승인되기 위해서는 [표 2] 조항은 삭제되어야 한다. 지금 국회에게 긴요한 일은 결코 한미 FTA 비준 동의가 아니다. 북미 수교가 가져 올 새로운 국제통상 질서 속에서의 한미 FTA를 전면 재평가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결국 한미 FTA는 북미 수교 후 재협상될 될 것이다.

유시민과 이명박의 갇힌 세계화

이른바 '선진통상국가'를 내세운 유시민 대선 예비 후보가 남한과 북한 사이의 FTA 추진을 대선 공약으로 내놓았다는 기사를 보았을 때, 필자는 오보인 줄 알았다.

이미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과 남북교역물품통관관리에관한 고시는 북한산 제품에 대해서는 무관세를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남북 사이에는 △남북 간 투자 보장 △이중과세방지 △청산결제 △상사분쟁해결절차의 '4대 남북경협합의서'가 체결되었고, 한국의 국회는 2003년 6월 30일에 이 합의서를 승인했다.

게다가 이미 남북상사중재위원회 구성 운영에 관한 합의서, 남북해운합의서, 남북사이에 거래되는 물품의 원산지 확인절차에 관한 합의서도 체결되어 있다. 여기에다, 이미 개성공단에 관한 남북합의서도 여럿 체결되었다.

이런 제도적 조건에서 유시민 예비 후보의 남북 FTA 추진론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그가 나프타를 남북경제협력의 모델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뜻한다. 왜냐하면 유 예비후보는 위 [표 2]의 조항이 있는 한미 FTA에 대해서 이를 일관되게 찬성하였을 뿐 아니라, 연내에 조속히 국회에서 비준동의하자고 적극 주장하고 있다.

아무리 그가 남북 FTA가 한반도를 하나의 단일한 경제권으로 묶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변한다고 하더라도, 그가 남북경제공동체의 국제규범화를 추구하지 않는 한, 그의 통상국가론은 미국에 갇힌 세계화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남북 FTA는 한반도에서의 '나프타'에 지나지 않는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이른바 2008년 신발전체제론의 핵심 전략의 하나로 제시한 이른바 신동북아 경제공동체론도 마찬가지이다. 남북 경제 공동체의 국제 규범화를 간과하고 있는 점에서는 유시민의 신통상국가론과 다르지 않다. 그가 제창하고 있는 것은 동북아에서는 유럽공동체와 같은 다수 국가 간의 공동 협정이 어렵기 때문에, 각기 양자간 FTA를 체결하는 식으로 동북아 자유무역지대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세계화 길

북미 수교라는 근본적인 정세변화에서, 한국의 일차적 통상 과제는 남북 FTA 추진이 아니다. 남북 경제 공동체를 국제 규범화하는 것이다. 남북 사이의 민족내부간의 거래 원칙을 국제 규범으로 끌어 올리는 일이어야 한다.

그 첫 단추는 지금 국회에 제출된 한미 FTA부터 남북 경제 공동체를 승인하도록 하는 일이다. 그래야 유럽연합이나 중국, 일본에 대해서도 남북 경제 공동체의 국제적 승인을 요구할 수 있다. 미국에 갇힌 세계화, 미국 편승 전략은 더 이상 한국의 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버시바우 대사가 말하는 빅뱅 수준의 대전환이다.
FTA 서명본 해설

지난 7월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본이 공개됐다. 하지만 정부는 이 서명본이 지난 5월 25일 공개된 것과 구체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낯선 영미법 용어로 채워진 한미FTA 서명본의 내용을 일반인이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당시에도 송기호 변호사가 서명본의 내용을 풀어 설명하는 역할을 맡았었다.

"한미 FTA는 '불평등 조약', 미국서는 '뭉갤' 수 있다"

"한미 FTA로 '독도' 위험해질 수 있다"

"18개월 유예시켰다더니…계속되는 왜곡"

"한일 FTA는 왜 좌초됐나…비밀은 '독도'에 있다"

"한미 FTA, 기어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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