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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에 감동한 세계, 공포에 짓눌린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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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에 감동한 세계, 공포에 짓눌린 미국

[주간 프레시안 뷰] 에볼라 퇴치에 나선 쿠바의 위대한 투쟁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한 쿠바의 헌신적인 노력이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습니다. 반면 세계의 지도 국가를 자처하는 미국은 에볼라 공포에 짓눌린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의 최고 권위지인 <뉴욕타임스>가 에볼라 사태를 계기로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를 요구하고 나서 50년 이상 계속돼온 미국과 쿠바 간 적대 관계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쿠바, 에볼라 퇴치 위해 1만5000명의 의사와 간호사 자원

AIDS 이후 40년 만의 최대 의료 재앙인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해 선봉에 나선 나라는 쿠바입니다. 자그마치 1만5000명의 의사, 간호사가 에볼라 진원지인 서아프리카 파견에 자원을 한 것입니다. 쿠바 보건 당국은 이 가운데 461명을 선발해 3주일 훈련 과정을 거친 후 이달 초부터 서아프리카 현지에 파견하고 있습니다. 10월 2일 165명이 시에라리온에 도착했고, 21일에는 95명이 기니와 라이베리아에 파견됐으며 나머지 205명이 출발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아프리카 현지에서 의료 봉사를 하고 있던 분들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쿠바는 10월 20일 수도 아바나에서 '미주인을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 긴급 정상회담을 열어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한 남미 차원의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ALBA는 남미 국가들의 주체적 연대를 표방하며 지난 2004년 쿠바와 베네수엘라 주도로 창립됐습니다. 현재 9개 국가가 가입돼 있고 2개 나라가 가입 신청을 한 상태입니다.

이 회담의 개막식 연설에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라울 카스트로는 쿠바와 아프리카 대륙 간의 긴밀한 유대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이미 7만6000명의 쿠바 의료진이 아프리카 대륙 39개 국가에서 의료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쿠바에서 교육받은 3392명의 아프리카 의사들이 45개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 한 푼의 치료비도 받지 않습니다. 나아가 4000명의 보건 관련 요원들이 32개 국가에서 에볼라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 미국 뉴욕 등 일부 주에서 서아프리카에서 귀국한 의료진을 무조건 21일간 격리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정상회담에서는 에볼라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23개 권고 사항이 결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ALBA 회원국들은 유엔,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지휘 아래 필요한 의료진 및 의료 장비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들은 또한 10월 29~30일 쿠바 아바나에서 각국 보건 담당 장관들의 실무 회담을 열어 에볼라 확산 방지를 위해 세계 각 나라가 취해야 할 '행동 계획'을 11월 5일까지 보낼 계획입니다.


에볼라와의 전쟁에 나선 쿠바 보건 요원 중에는 벌써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선발대로 기니에 파견돼 에볼라 구호 활동을 지원하던 호르헤 후안 게라 로드리게스(60)가 말라리아 증세로 10월 26일 사망한 것입니다. 앞으로 에볼라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쿠바 의료진이 에볼라에 감염될 것이 거의 분명합니다. 이미 400명 이상의 의료진이 에볼라에 감염됐기 때문입니다. 이 중에는 스페인 사람과 미국인도 있습니다. 하지만 쿠바 의료진의 각오는 단단합니다. 앞서 10월 21일 라이베리아에 도착한 쿠바 의사 호날두 에르난데스 토레스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나는 혁명가적 의사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에볼라 전염병과 싸우는 아프리카 인민들을 돕는 것이 그것이다. 우리는 어제 도착했고 곧 에볼라와의 싸움에 나설 것이다. 인류가 아프리카에 진 빚을 갚아야 한다. 에볼라가 전 세계로 퍼지는 것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바로 이곳에서 에볼라를 멈추게 하는 것이다. 이 위대한 대륙에 더 이상 에볼라 희생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나는 온 힘을 다할 것이다."

쿠바 의료진은 에볼라에 감염된 경우에도 본국으로 송환되지 않고 현지에서 아프리카인과 똑같은 조건에서 치료를 받을 것이라고 합니다.

의사 대신 군대를 보낸 미국

미국의 대응은 쿠바와 극단적으로 대비됩니다. 에볼라 창궐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첫 대응은 군대 파견이었습니다. 아프리카사령부에 소속된 미군 550명을 라이베리아 등에 파견했고 앞으로 모두 4000명을 파병할 예정입니다. 치명적 전염병이 번지고 있는데 의료진이 아니라 군대를 파견하다니, 이상하지 않습니까? 오바마 정부는 현지에 야전병원 등을 건설하기 위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속셈은 차제에 이들 국가에 대한 정치·경제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란 평가가 더 정확한 것 같습니다.

미국 메인 주의 전직 의사인 W.T. 휘트니 박사는 "미국이 강요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공공 의료 체계가 붕괴한 것이 에볼라 창궐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점에서 군대 파견은 뻔뻔한 짓이라고 질타합니다. 보건 위기에 미국이 군대 파견으로 대응한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닙니다. 지난 2010년 아이티 지진의 여파로 콜레라가 창궐했을 때도 미국은 군대를 보냈습니다. 반면 쿠바는 의료진을 보내 콜레라 퇴치에 온 힘을 기울였습니다. 그 때문에 일부 의료진이 콜레라에 감염된 채 고국으로 돌아와 쿠바는 100년 만의 콜레라 사태를 맞기도 했습니다.

2005년 카트리나 태풍으로 미국이 곤욕을 치르고 있을 때도 쿠바는 긴급 의료진을 피해 지역인 뉴올리안스에 파견할 것을 제의했습니다. 물론 미국은 거부했습니다. 50년 이상 적대 국가인 쿠바의 도움을 받는다는 걸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겠죠.

한편 미국에서도 에볼라 환자가 발생하면서 미국 국민들은 극단적이며 비이성적인 공포에 휩싸여 있습니다. 에볼라 진원지인 서아프리카에서 의료 활동을 벌이고 귀국한 의료진에 대해 사실상 "범인이나 죄수"로 취급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의 일부 주는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은 무조건 21일간 격리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최근 시에라리온에서 '국경 없는 의사회' 소속으로 활동하고 돌아온 간호사 캐시 힉콕스가 10월 24일 뉴욕 근교 뉴워크 공황에서 겪은 일을 폭로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힉콕스는 <댈러스 모닝 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7시간 동안 격리된 채, 배고프다고 하니까 그들은 나에게 시리얼 바 하나 주었을 뿐"이라고 폭로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왔지만, 3주간 격리된 채 보건당국의 감시를 받아야 합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21일이기 때문입니다. 뉴저지 등 일부 주 방역당국은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와도 무조건 21일 격리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3주간 무조건 격리"라는 조치는 "에볼라 감염자라도 증세를 보이기 전까지는 감염력이 없다"는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발표와 상반됩니다. '과잉 대책'이라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힉콕스는 "나 같은 의료봉사자는 누구나 귀국하면 광기 어린 검역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미국인들의 심리 상태는 정상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미국 방역당국이 손을 쓰기 힘든 것이 바로 에볼라보다 더 무서운 '피어볼라', '에볼라에 대한 공포(fear + ebola)'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에볼라 창궐에 1만5000명의 의료진이 의료봉사를 자원한 쿠바, 그리고 한두 명의 에볼라 환자 발생으로 온 국민이 공포에 질려 있는 미국, 과연 어느 나라가 더 본받아야 할 나라일까요?

<뉴욕타임스>,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요구

한편 미국의 최고 권위지인 <뉴욕타임스>가 쿠바의 에볼라 퇴치 노력을 격찬하면서 오바마 정부에 대해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를 촉구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신문은 10월 19일 '에볼라에 대한 쿠바의 인상적인 역할(Cuba’s Impressive Role on Ebola)'이란 사설에서 "쿠바는 에볼라가 창궐하는 서아프리카에서 4500마일이나 떨어진 가난한 섬나라인데도, 수백 명의 전문 의료진을 파견하는 등 에볼라 확산을 막으려는 노력에 동참하는 여러 나라들 중 가장 돋보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쿠바의 활약이 부분적으로는 국제 사회에서 입지를 높이려는 계산도 있지만, 칭찬 받고 본받아야 할 기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나아가 사설은 "에볼라 퇴치 전선에 가장 많은 돈을 기부한 미국이 가장 헌신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 쿠바와 외교적 단절 상태에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두 나라의 단절로 양국의 협력이 고위급 당국자들 수준에서 조율되지 못해 지금 생사를 가르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바마 정부는 쿠바와의 즉각적인 국교 정상화가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은 조치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앞서 쿠바 최고지도자 피델 카스트로는 국영 신문 <그랜마>에 기고한 '소명에 응답하라(Duty Calls)'는 글을 통해 수십 년간 적대 관계를 이어온 미국과 쿠바 '양국 간의 평화'가 아니라 에볼라 퇴치라는 '세계 평화'를 위해 일시적이라도 협조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전적으로 동의한다(He's absolutely right)"고 화답했습니다.


미국 주류 사회의 의사를 대변하는 <뉴욕타임스>가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은 놀라운 변화입니다. 쿠바는 카스트로의 쿠바혁명이 있은 지 2년 후인 1961년부터 지금까지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아온 철천지원수였기 때문입니다. 북한 다음으로 가장 오랫동안 미국에 의해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나라였습니다. 그런 쿠바에 대해 미국 주류 사회를 대변하는 신문이 관계 정상화를 요구한 것입니다. 그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0월 11일 자 사설에서도 오바마 정부에 대해 쿠바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미국의 주류 사회가 쿠바와의 관계정상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자비심 때문이 아닙니다. 그동안 미국의 텃밭이었던 중남미에서 미국이 고립되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입니다. 지난 4월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제7차 미주대륙 정상회담에서 모든 중남미 국가가 쿠바의 가입을 요구했습니다. 2년 전,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도 똑같은 요구가 터져 나왔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반대로 이 같은 요구를 막아왔지만, 더 이상 쿠바의 가입을 거부했다간 미국이 쫓겨날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게다가 중국과 유럽 국가들이 쿠바와의 경제 관계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설은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는 (그동안 소원해진) 중남미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은 물론이고 미주 대륙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2000년 이후 자주적 노선을 걷고 있는 중남미 국가들 사이에서 미국이 소외되고 있음을 자인한 것입니다. 정말로 놀라운 변화 아닙니까? 만일 오바마 정부가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에 나선다면 이는 국제 사회에도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입니다. 그동안 전쟁과 비밀공작에 의해 자신의 의지를 타국에 강요해온 미국이 진정한 호혜 평등의 정신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변화가 일어날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지난 50여 년간 미국의 경제제재 속에서도 자주와 평등의 정신으로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면서 중남미를 비롯해 국제 사회에 혁명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쿠바의 행동은 칭찬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베네수엘라의 한 정치학 교수가 이런 말을 했더군요.

"가진 자원이라곤 용기와, 품위, 그리고 교육밖에 없는 이 영웅적 섬나라는 이번 에볼라 퇴치 투쟁을 통해 다시 한 번 진정한 국제주의는 무엇인가를 국제 사회에 보여주고 있다."

맞는 말입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국제/생태/세월호 등으로 나눠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이 맡고 있습니다. 생태와 세월호는 각각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원장이 격주로 진행합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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