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성폭행범 만기 출소에 비상 걸린 순천시민들

공인중개사들 '조두순 사건' 떠올리며 불안 호소

13차례의 성범죄를 저지르고 만기 출소한 연쇄 성폭행범이 전남 순천에 주거공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물론 순천 개업공인중개사 사이에 비상이 걸렸다.

28일 순천시 등에 따르면 A씨(50)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주거침입강간·특수강간), 강도상해, 야간주거침입절도 등 혐의로 징역 15년형을 마치고 지난 22일 만기 출소했다.

A씨는 2003년부터 5년간 광주에서 10∼30대 여성 12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08년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 형기를 마치고 나온 뒤 추가 성범죄 등이 드러나 2020년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또다시 수감됐다.

▲전자발찌 ⓒ연합뉴스

성범죄 재범 위험성이 '높음' 수준으로 평가됐음에도 불구하고, A씨는 전남 순천의 한 임시거주지에 머무르며 내달 10일까지 주거지를 결정해 법무부에 통보해야 한다.

A씨가 순천에 머무르겠다고 의사를 밝히자 순천시 공인중개사들은 '조두순 부동산 임대차 계약 사건'을 떠올리며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해 성범죄자 조두순의 부인이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주택을 공인중개사무소를 통해 계약을 맺었다.

남편을 회사원이라고 신분을 감췄지만 결국 탄로가 났고 집주인은 계약해지가 어려워 곤란한 상황을 겪으며 위약금을 공인중개사무소에 전달하고 중개사무소에서 책임지라며 계약해지를 원했다.

헌법상 주거권과 공인중개사법상 성범죄자에 대한 계약해지 사항이 따로 없기에 공인중개사는 책임을 묻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난감한 상황에 부딪힌다.

연향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신분을 감추고 제 사무실에서 계약을 하게 될까봐 걱정이다"며 "거주하면서 성매매를 해서 손해를 끼친다면 명백한 계약해지 사유로 볼 수 있겠지만 신분을 감추고 계약 후에 공인중개사에게 계약에 대한 원망을 들을 거 같아 죽을 맛이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는 "성범죄자라고 해도 주거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일반적인 계약해지는 어려울 수 있다"며 "공인중개사 등은 성범죄와 관련된 신상이 드러나면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하기로 한다는 특약사항을 꼭 기재하고 중개사무소 연계망을 통해 계속해서 정보를 습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