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탈환 바람은 교육감 선거에서도 불었다. 전국 17명 가운데 3명에 불과했던 보수 교육감이 이번 선거에서 8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8년간 이어진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교육 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올해 지방 선거와 함께 치러진 부산시 교육감 선거는 사상 처음 양자 대결 구도로 성립돼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만큼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초박빙 대결이 이어졌다. 결국 하윤수 당선인이 3선에 도전한 김석준 교육감을 불과 1.65%p 차이로 신승을 거두며 당선을 확정지었다.
보수 성향의 하윤수 당선인은 지난 8년 동안 진보 교육감 체제의 정책을 깜깜이 교육으로 규정하며 이제는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육적 도움을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한 줄 세우기식 평가가 아닌 맞춤형 교육지원 차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 학력평가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프레시안>과 만난 하윤수 당선인은 공교육 본령에 충실한 교육이라는 평생의 교육철학을 담아 한 명의 아이도 뒤처지지 않도록 부산교육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다시, 부산을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으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공교육 정상화를 외친 그는 제2의 부산발 교육혁명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래는 하윤수 부산시 교육감 당선인과의 인터뷰 내용.
프레시안 : 당선 소감과 이후 근황은?
하윤수 : 부산 시민의 뜨거운 성원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6·1 지방선거 이후에는 부산교육감직 인수위원회를 구성한 뒤 학교 현장을 방문하며 운영 실태와 교육 여건 지원 상황을 파악 중이다. 최근에는 세종시에서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당선인들과 처음으로 진행하는 간담회에 참석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프레시안 : 지난 8년의 부산 교육을 평가한다면?
하윤수 : 중도·보수 후보들의 단일화가 이뤄진 뒤 부산 지역 16개 구·군을 돌면서 학부모, 주민의 여론과 요구를 들어오며 지난 8년의 진보 교육 폐해를 실제로 목격했다. 현재 부산 교육은 질 높은 교육에 천착하기보다는 획일적 평준화 교육에 크게 경도돼 있다. 이로 인해 학력 깜깜이, 기초학력 저하가 심각한 수준이고 학력 진단이 없으니 교육 격차만 더욱 심화됐다.
어느 시도에 있는 교육청은 국어시간에 받아쓰기도 금지시켰다. 이것도 평가의 일환이고 아이에게 부담을 준다는 이유였다. 교육감의 이념과 성향에 따라서 정책 방향이 바뀌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어려움을 겪을거라 생각한다. 부산교육청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의 기초학력을 보장하고 일정 수준의 학력에 도달하도록 해야 할 책무가 있지만 지난 수년간 이를 방치하다시피 해왔기 때문에 안타깝게 생각한다.
프레시안 : 부산 교육의 비전 방향과 주요 공약은?
하윤수 : 다시 부산을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으로 만들고자 학력신장, 인성교육, 미래교육, 혁신소통, 교육복지, 안전보건 6대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공교육 본령에 충실한 교육이라는 평생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기초학력 보장, 학력신장 뿐만 아니라 그동안 홀대받아온 인성교육을 반드시 복원시키겠다.
프레시안 : 학교 폭력 문제를 비롯해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한 방안이 있다면?
하윤수 : 최근 울산에서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학교 교육에서 가르쳐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인 인성교육이 실종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특히 코로나 여파로 대면 수업의 비중이 작아지면서 아이들이 타인에 대한 소통과 공감 능력도 많이 떨어진 상태다. 가급적이면 아이들이 부대끼며 활동하는 예체능 수업을 늘릴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이어 교육 현장에는 정규직 교사뿐 아니라 기간제 교사도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지만 차별 대우 문제도 잇따르고 있다.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 교사로 채용하는 사안에 대에서는 상위법이 있기 때문에 힘든 부분이 있다. 다만 이를 전환할 수 있는 어떤 규정이나 법규가 있다면 최대한 활용할 생각이다. 똑같이 수업을 가리키는 상황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처우 개선을 마련하겠다.
프레시안 : 기초학력 평가에 대해서 구체적 계획이 있는가?
하윤수 : 지금 부산 교육은 학부모가 아이들의 학력 수준이 어디에 있는지 부족한 과목은 무엇인지 모르는게 현실이다. 초등학교 단계에서의 기초학력은 다음 단계의 학습을 위한 필수 요소다. 그래야 학업 포기와 상급 학교에 진학을 중단없이 계속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다. 개인의 삶을 살아가는 기본소양으로 기초학력이야말로 진정한 인권이다. 기초학력이 되어야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도 가능하다.
우선 현재 고등학교만 실시하는 전수 학력평가를 초등학교 3학년부터 1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또한 전국 규모의 학력평가를 교육부에 건의하고 만약 성사되지 않으면 다른 시도 교육청과 연합해 함께 학력평가 시험을 치르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물론 한 줄 세우기식 평가가 아니라 학생 개인의 맞춤형 자료로 지원하는 기초 자료로만 활용하도록 할 것이다. 나아가 지역별 학생의 기초 소양 정도가 어느 정도 인지 확인하고 맞춤형 교육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
프레시안 : 서부산권의 자사고·특목고 설립·추진에 대해서는?
하윤수 : 동서 교육격차 해소 차원에서 서부산권에 자사고와 특목고를 설립하겠다. 이와 함께 명지국제신도시에 국제학교를 유치하고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학생들이 영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5개 권역별로 2030 영어빌리지도 조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교육적 정합성 요건뿐 아니라 학부모의 의사를 반영하여 방안을 마련하겠다. 특히 특목고와 자사고는 본래의 취지와 목적에 맞게 다양한 교육 과정이 운영되도록 엄격히 지도해 감독할 방침이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하윤수 : 이번 부산시 교육감 선거는 큰 차이가 아니라 어려운 차이로 당선됐다. 부산교육을 개혁하라는 시민들의 준엄한 명령으로 받아들여 제2의 수도에 걸맞게 공교육을 정상화 시키고 우리 아이들이 인성과 창의를 배우고 재능의 꽃을 활짝 피우게 하도록 하겠다. 오롯이 교육의 한길만 걸어온 교육자로서 부산교육 회복에 저의 모든 혼과 정신, 열정과 헌신을 다하겠다. 부산이 다시 한번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취재 : 부산·울산본부 김진흥 기자, 박호경 기자, 홍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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