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시청 앞 삼성 본관에 방문한 태안ㆍ전남 어민들 대표 7인은 삼성중공업 박갑진 상무이사를 만나서 삼성에 책임 있는 배상을 촉구하는 서한문을 전달했다. 그러나 방문을 마치고 나오는 일행은 분통을 터뜨리고 말았다. 삼성 측의 성의 없는 태도 때문이다.
"입에 지퍼 채우고는 전혀 말이 없어요. 우리만 두 시간 동안 떠들다 나왔어요." 문성호 태안유류피해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이렇게 말하며 울분을 터뜨렸다. "지하실에 데려가서 문 꼭꼭 잠가두고 서한문만 받아가려고 하는데 이것이 대화하려는 자세입니까?" 이충희 부위원장도 옆에서 소리를 높였다.
"지금 피해 어민들은 곳곳에서 건강에 이상신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정부나 삼성이 그냥 둬서는 안 돼요. 이제는 한계입니다." 이충희 부위원장의 말이다. 실제로 지난 4일 녹색연합 등은 '태안주민들이 겪고 있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가 심각하다, 이 정도면 전쟁 수준'이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관련기사: 태안주민 20%, "죽어버릴까")
이들의 인내심을 한계에 달하게 한 것은 삼성중공업이다. 이들은 "중범죄를 저지른 삼성중공업이 책임회피로만 일관해 오다가 최근에 들어서야 기금 형태로 겨우 천억 원을 내놓겠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국회도 마찬가지다. 태안특별법이 삼성중공업에 면죄부를 줄 뿐,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서해안 지역 어민들은 이 특별법에 대한 재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관련기사: 태안주민들'삼성봐주기법이냐'분통)
"벌써 세 명이 죽었습니다. 계속 이렇게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이판사판입니다. 삼성이 죽든지, 우리가 죽든지, 끝장을 봐야겠죠." 석오송 전남유류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의 말이다. 태안 사태가 터진지 석 달째.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서해안 어민들의 시름은 날로 깊어만 간다.
기획: 박사야
영상취재: 김도성, 강민균
편집: 김도성
제작: 인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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