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호 태안유류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은 25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번에 통과된 태안특별법은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쏙 빠진 있으나마나한 법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정부나 국회가 피해 주민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지난 23일 국회를 통과한 태안특별법은 유류오염 피해 주민들을 위한 생계 지원책으로 마련한 것이다. 유류오염 피해 주민들이 '유류오염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른 손해보상금 또는 보상금을 지급받기 전 정부가 피해 보상금을 선지급하고 이후 국제기금 등에 구상권을 행사한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에 통과된 태안특별법은 피해 주민들의 실질적인 보상을 위한 첫 출발점이 되는 것인 만큼 피해 보상을 위한 명확한 준거틀을 마련해야 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삼성 봐주기'와 '정치적 생색내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태안특별법은 가해자인 삼성에 대한 책임이 빠짐으로써 알맹이 없는 껍데기 법률'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국제기금협약의 한도액을 초과하는 부분은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사고 책임자인 삼성이 배상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고 자원 봉사자가 흘린 땀의 대가나 환경오염에 관한 복구 책임도 삼성에게 묻는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태안특별법에는 정부가 가해자인 삼성에 대한 책임 규명과 그 배상을 받아내는 조항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피해주민의 지원 및 해양 환경 복원 등에 관한 특별법'이라는 제호에서도 삼성은 고스란히 빠져 있다. 검찰의 중간 수사발표에 이어 태안특별법 제정에서도 '삼성봐주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동영상 참조 : "가해자 삼성이 빠진 껍데기 법률"/ 주민 인터뷰)
한편 기름유출 피해 주민들을 남의 자식 보듯 하는 정부의 태도 또한 주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태안특별법에 따르면 정부의 피해 보상 선지급 항목은 '의무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으로 명시되어 있어 상황에 따라 정부가 지원을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정부가 선지급을 언제 어떻게 보상하겠다는 구체적인 기준이나 계획도 없이 막연히 할 수 있다라는 라고 규정하는 것은 주민들에게 더욱 더 불안감만을 조성하는 일이 될 것'이라면서 '실질적인 지원책이 되기 위해서는 의무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동영상 참조: "태안특별법은 특별법이라고 말할 수 없죠"/ 민변 박주민 변호사)
태안특별법 통과를 지켜본 태안 주민은 '이 상태로 더 가면 공황 상태가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언제 어떻게 하겠다고 꽉 못 박아도 시원찮을 판에 임의 규정이 뭐냐'고 울분을 통했다. 그는 '지금 태안은 피해 보상이 제대로 되려면 "10년은 걸려야 한다"는 말에 목숨 끊는 어민들이 줄줄이 생겨나고 매일 불안과 절망으로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자는 사람들이 널려있다'고 태안의 절박한 현실을 전했다.
임의 규정이라도 어떻게 안하겠는냐는 정부측 관계자 말대로 시행이 된다하더라도 문제는 계속 된다. 정부가 선지급을 국제기금에서 산정한 기준으로만 삼겠다는 것. 이럴 경우 바지락 캐서 먹고살던 맨손 어업자 등 국제보상관례를 벗어난 피해는 정부의 선지급 대상에서 빠질 뿐 아니라 피해 규모도 현저히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국제보상을 위한 피해 조사 시 자국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고 피해자들이 최대한 보상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국내 사정기관 등을 두고 병행 조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 법안에 따르면 정부는 뒷짐 지고 피해보상 문제를 국제기금 등에만 맡겨놓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국제기금에서 산정 기준이 나오기 최소한 6개월은 아무런 지원책을 마련해 놓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6개월 후에도 피해액 산정이 안 되면 그때는 정부에서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도 버거운 주민들을 대상으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동영상 참조: 민노당 강기갑 의원 인터뷰)
한편 관광, 숙박 음식업 등 어업 외에 피해 보상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보상은 더욱 더 불투명하다.
또 국제기관 등의 피해 조사를 대비한 증거 보전 지원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피해 당사자인 너희들이 알아서 증거 보전을 하라는 말이다. 가해자는 멀쩡하게 그냥 놔두고 날벼락 맞은 피해자에게 증거 보전을 위한 조사비용까지 감당하라는 말이다.
문성호 태안유류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태안특별법을 만들기까지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보인 태도를 용납하기 힘들다고 했다.
"주민이 죽어져 나오고 주민들이 손톱이 썩고 코가 물러지고 눈이 멀고 목이 다 가라앉고. 그런 실정인데 정부는 뭐하고 있냐 그거야. 왜 손 놓고 있냐 그거지. 피해 조사든 환경 복구든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줘야 되는데. 정작 정부는 뒷짐 지고 있고. 사고가 났을 때는 대선을 앞에 두고 너나나나 태안 주민을 위해서 해주겠다면서 온갖 공약을 남발하더니... 특별법도 만들어 주겠노라하더니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해 준 게 없어. 태안 군민을 우롱한 결과밖에 없다 그거야. 말장난만 한 거지." (동영상 참조 : "정부는 태안을 버렸다!"/ 태안 주민 인터뷰)
그는 피해 주민들이 더 이상 당하지 않을 거라면서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한바탕 맞짱을 뜰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우리 주민들은 이제는 생계 터전도 없고 건강까지 악화 되고 있다. 그렇다면 가만히 앉아서 죽을 수는 없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 정부는 최대한 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1/10도 되지 않는다. 또 그건 피해 본 것의 1/100에 해당되지도 않는 솜방망이다. 우는 애 껌 하나 주고 달래는 거다. 이렇게 심각한대도 국회의원들은 자기들 정치 논리에 의해서 주민들을 희생시키냐 그거야.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 그거야. 더 이상은. 하여튼 정부가 하는 것을 지켜는 보겠지만 앞으로는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것이 대다수는 주민들의 마음이라고. "
유류오염피해대책투쟁위원회는 충남 6개군과 전남 3개군 피해 지역 대표자들이 모아 통합대책위를 결성할 것을 합의하고 이후 피해보상 등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통합대책위에서 벌어나가면서 주민들의 실질적인 피해보상을 위한 강력한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기획 : 박사야
영상취재 : 강민균 / 김미영
편집 : 강민균
제작 : 인디코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