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금융권 부실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지난 1년 6개월 사이에 85%나 급증한 것. 한국은행이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광재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47조9122억 원으로, 총 대출액(1088조8491억 원)의 4.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6년말 25조8608억원에 그쳤던 부동산 PF대출잔액이 1년 반 사이에 22조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총대출 증가율은 23%에 그쳐, 부동산 PF 증가율이 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국내에서도 부동산 PF 부실 위험성이 지속적으로 경고됐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이 부동산 PF 대출을 무분별하게 늘려왔음을 보여준다.
대출이 늘다보니 연체율도 급등했다. 2006년말 은행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0.23%에 그쳤으나, 지난 3월말에는 0.86%까지 치솟았다. 6월말 현재는 0.68%로 소폭 하락했다.
미분양 아파트 문제가 심각한 지방의 연체율은 심각한 수준이다. 강원도와 경상북도는 각각 8.65%와 8.31%로 전국 평균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경상남도도 1.22%의 연체율을 기록했다.
"저축은행 PF 연체율 20%에 달할 것"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문제는 더 심각하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은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워 은행에 비해 좀더 높은 금리를 물고 상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금은 2006년말 21.2조 원으로 전체 대출금의 50%까지 비중이 늘었다가 올해 6월말 12.2조(24%)로 감소했다. 그러나 연체율은 6월말 기준 14.3%로 은행 연체율의 21배에 달한다. 이 의원은 여기에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홍익, 경북) PF 대출과 워크아웃프로그램에 편입된 연체 PF대출을 포함하면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2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보험권도 부동산 PF 대출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5.3조 원, 총대출금 대비 6.9%) 연체율은 5.3%로 높은 수준이었다.
PF란 대출금의 원리금 상환이 일정한 자산이나 신용이 아니라 프로젝트에서 발생되는 현금 흐름에 의존해 이뤄지는 금융거래 방식이다. 선분양제로 추진되는 건설 프로젝트는 시행사(건축주)가 시공사(건설사)의 보증으로 대출을 받아 공사자금을 조달하는데, 시공사 보증만으로는 자금이 부족할 때 부동산 PF가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부동산 PF는 지난 2002년 부동산 활황과 주택가격 상승을 배경으로 금융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취급 규모를 늘려왔다.
간략히 설명해, 대출을 해준 금융회사는 그 댓가로 시행사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수익증권(ABS) 등 유동화증권을 인수해 투자펀드의 형태로 시장에 재판매해 일정 기간 동안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대출과 마찬가지로 증권화 과정을 거친 PF 역시 부실 규모가 얼마나 발생할지 아무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불확실성의 문제가 있다.
조만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17일 한국증권학회 주최의 증권사랑방 토론회에서 가계대출과 함께 부동산 PF 대출을 한국 금융시장을 흔들어 놓을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 교수는 "이미 14%를 상회하는 연체율을 보이는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은 향후 우리나라의 부동산시장과 실물경기 동향에 따라 대규모 부실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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