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기간 끝나지도 않았는데, 생계 대책도 없이 나가라니…"
"이래서는 안 된다"라고 생각한 이들이 한데 모였다. 민주노총 공공노조 서울·경기지부 연세대 분회와 민주노동당·진보신당 서대문 지부, 연세대 일부 단과대 학생회 등이 참가해서 '연세대 비정규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연세대 비정규직 공대위)가 꾸려졌다.
지난 6일 오후 기자 회견을 열어 "연세대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문제를 즉각 해결하라"고 촉구하면서, 이들의 활동이 시작됐다. 당시 회견에는 연세대 비정규직 교직원 60여 명과 학생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학교는 경비원들에게 계약 기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아무런 생계 대책도 없이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며 "나가라면 짐을 싸는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는 현실을 만들고 있는 연세대는 각성하라"고 외쳤다.
"청소, 경비 담당하는 노동자 없이 대학이 유지될 수 있나"
이들은 또 '출입문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면, 경비원이 필요없다는 대학 측의 주장이 터무니 없다고 지적했다. 자동화 시스템은 경비원을 보조하는 수단일 뿐, 사람을 대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상현 연세대 법대 학생회장은 "경비원의 역할은 출입문을 관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건물 외곽 청소를 하고, 엘리베이터 등 학내 시설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장애학생을 위해 경사로를 열어주는 업무도 한다"고 설명했다.
대학 측은 청소, 경비 등 흔히 허드렛 일이라 불리는 일을 주로 비정규직에게 맡겼다. 하지만, "정규직=핵심 업무, 비정규직=꼭 필요하지 않은 업무"라는 발상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게 이날 모인이들의 생각이다.
구권서 민주노총 공공서비스노조 서울지부장은 "청소와 보안을 책임지는 노동자들이 손을 놓으면 학교가 제대로 돌아갈 것 같은가"라고 되물었다.
"연세대, 비정규직 체불 임금 3억5000만 원에 대한 책임을 지라"
그런데, 연세대 비정규직 공대위 측은 대학 측이 비정규직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례가 또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학이 비정규직 교직원에게 밀린 월급 3억5000만 원을 지불할 책임이 있다는 것.
연세대와 계약을 맺은 비정규직 용역 업체인 명신개발이 지난 3년간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지불하면서 남긴 이익이다. 명신개발 측은 이 돈을 연세대 비정규직 교직원들에게 돌려주기로 약속했었다. 하지만 이 회사가 파산하면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연세대가 지난해 명신개발 측으로부터 학교 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체불임금과 같은 액수인 3억5000만 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연세대는 지난 3월 "발전기금 전액을 명신개발에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세대 비정규직 공대위 측은 이 돈을 비정규직 교직원에게 직접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 교직원을 채용해 일을 시킨 실질적 책임이 연세대 측에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폐업한 명신개발 사장에게 돈을 지급해봤자 비정규직 교직원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도 이유다.
연세대 비정규직 공대위 측은 이날 "대학 측은 구차하게 하청 업체 핑계를 대지 말라"며 "자신들이 비정규직 교직원을 고용해 일을 시킨 원청임을 자각하고, 그들의 삶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행동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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