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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표절 공방이 유발시킨 오해에 대한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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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표절 공방이 유발시킨 오해에 대한 해명

[기고] 매력 없는 공방에 관련시키지 말아 주십시오

최근 신인 작가 주이란 씨가 작가 조경란 씨의 소설이 표절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소설가 방현석 씨가 자신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입장을 보내왔다. <프레시안>은 방현석 소설가의 글 전문을 싣는다. (☞ 관련 기사: "저는 '영혼'을 도둑 맞았습니다" )<편집자>
  
  최근 보도되고 있는 '조경란-주이란의 표절공방'에서 본의 아니게 관계자로 등장하는 오해를 받게 되어 몇 자 해명하고자 합니다.
  
  저는 논란의 비생산적인 확산을 우려해 그동안 여러 언론의 인터뷰 요청과 주변 분들의 사실확인 요청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해왔습니다. 저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음 제 이름이 언론에 거론되었을 때도 마음이 불편했으나, 불필요한 오해가 증폭될까봐 발언을 자제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이후로도 언론의 인터뷰 요청과 주변 분들의 사실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텔레비전 시사프로그램 등에서까지 경위와 사실확인을 요청해올 뿐 아니라 그 내용 또한 일부 부정확한 사실과 저의 역할에 대한 오해를 담고 있어서 침묵하는 것이 오히려 말썽이 되는 지점에 이른 듯합니다.
  
  무엇이 참이고 허위이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기 이전에 제 이름이 거명된 부분에 대한 사실 관계만을 밝히고자 하오니, 그간 제게 응답을 요청했다가 무안을 당한 분들께서는 널리 양해하시고 참고해주실 것을 당부합니다.
  
  1. 발단
  
  (1) 지난 6월경, 평소 친분관계가 있던 서울대 앞 서점 '그날이 오면'의 김동운 대표가 "어떤 작가지망생이 작품을 표절당했다고 억울해하니 조언을 해달라" 부탁해 왔습니다.
  
  (2) 김동운 대표의 소개를 받은 작가지망생(주이란)이 자신의 작품과 경위를 설명한 자료를 보내왔습니다.
  
  (3) 저는 자료를 일독한 뒤, 오해가 발생될 소지가 있는 문제인 만큼 당사자들이 만나서 대화로 푸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여 조경란의 <혀>를 펴낸 출판사(문학동네) 강태형 대표에게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강태형 대표는, "아주 여러 해 전에 조경란으로부터 직접 줄거리를 듣고 출판계약을 했기 때문에 표절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렇다면 조경란에게 이 문제를 알릴 필요가 없다고 보느냐?"고 묻자, 강태형 대표는, "어쨌든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조경란에게 얘기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해, 저는 바로 조경란에게 전화를 하였습니다. 조경란은 주이란이 제기한 내용을 듣고 "어이없다, 나는 2007년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심사를 본 사실도 없다"고 답하였습니다.
  
  2. 조언한 내용
  
  (1) 저는 조언을 요청해온 주이란에게 전화를 걸어서 문학동네 강태형 대표와 작가 조경란에게 들은 바를 그대로 알려주었습니다.
  
  (2) 얼마 뒤 주이란에게 전화가 와서 "이 문제를 상의하고 싶다, 찾아오겠다"고 하여, 저는 사려 깊은 조언이 필요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적당한 선배를 물색하여 동석해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결국, 저와 김형수 시인, 주이란, 주이란의 부군, '그날이오면'의 대표 김동운이 함께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나중에 소설가 정도상이 우연히 합석하게 되었습니다.
  
  (3) 여러 명이 앉은 자리에서 주이란의 입장을 듣고, 저와 김형수, 정도상이 한 목소리로 일치된 의견을 내게 되어 주이란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하였습니다.
  
  첫째, '법적 대응 및 언론에 제보'하는 점에 대해
  
  -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문학에서 발생한 문제들은 법으로 판가름하기가 어렵다. 아마도 주이란-조경란 둘 다 심한 상처를 입을 것이다. 경위야 어떻든 동일한 문장이 있다든가 하는, 표절이라고 단정할 명확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 승소하기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언론이 다룬다고 해도 진실을 가리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추문만 남을 것이고, 두 사람은 추문의 주인공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더 좋은 방법을 찾기를 권한다.
  
  둘째, 주이란의 작품에 대한 의견
  
  - 주이란의 작품은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도발적 상상력, 문제의식, 서사적 돌파력을 높이 사고 싶다. 그러나 본격적인 문학수업을 거치지 않은 탓인지 장점만큼이나 확연한 단점을 노출하고 있어서 현재 상태로는 등단이 어려워 보인다. 주이란의 단점은 재능의 문제이기보다는 비교적 사소한 기예에 속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조금만 더 공부하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어서 안정을 찾아 작품에 정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셋째, 권하고 싶은 '대응방법'에 대하여
  
  - 작품을 투고하는 입장에서는 약자라는 의식이 강할지 모르나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문학의 세계에서 결코 약자가 아니다. 주이란의 문제는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작가의 길로 들어서서 훌륭한 문학적 성과를 거두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다. 주이란에게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만약 표절 여부에 대한 진위를 가리고 싶다면, 다른 작품으로 문학적 능력을 평가 받아 등단한 다음 작품집을 발간할 때 <혀>도 함께 실어서 독자가 표절 여부를 판단하도록 맡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4) 그 후, 주이란이 전화를 해서, 제가 관계하는 매체를 통해 등단할 수 있는가, 물어와서 저는, 지금 상태로는 등단할 수 없다, 다른 매체에서도 내 생각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라고 답하였습니다. 이후 언론에 기사화될 때까지 조경란-주이란 어느 쪽에서도 이 문제의 처리 방법과 관련해서 저에게 상의하거나, 보충 해명하거나, 양해를 얻은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기사화되기 두어 주 전부터 KBS를 비롯한 여러 언론사 기자로부터 저에게 두 사람간의 표절문제와 관련한 질의와 인터뷰 요청이 있었지만 저는 "어떤 코멘트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켜왔습니다.
  
  3. 명확한 사실관계
  
  만일 제게 사실 관계를 질문해 온다면 저는 다음의 사실을 알려드릴 수 있을 뿐 그 이상의 내용을 증언해 드릴 수 없습니다.
  
  하나, 저는 주이란의 사정을 듣고 조언에 임한 것이 사실입니다.
  
  둘, 제가 전화로 문의했을 때 문학동네 강태형 대표는 "오래 전에 직접 줄거리를 듣고 계약했기 때문에 표절이라는 말은 터무니없다"고 답했고, 조경란은 "2007년도 동아일보 신춘문예의 심사를 보지 않았다"고 답한 것이 사실입니다.
  
  셋, 그러나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동아일보에 직접, 사실여부를 확인할 의사도, 확인한 적도 없습니다.
  
  넷, 주이란은 저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상이 제가 이 문제에 관계되는 내용의 전부입니다. '당사자들 간의 대화를 통해 이견이 해소되기'를 기대했던 저의 바람과 맞지 않게 전개되는 과정에서 저의 이름이 거명되어 불편한 오해가 확산되는 것을 저는 원치 않습니다. 제가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길'을 선택하지 않은 당사자와 언론에 간곡히 당부합니다. 이 매력 없는 공방에 저를 더 이상 관련시키지 말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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