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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입은 여직원은 성희롱 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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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청바지 입은 여직원은 성희롱 해도 되나요"

[인터뷰] 삼성전기 직원 이은의 씨

만난 장소가 하필, 토요일 저녁의 서울지하철 강남 역 주변이었다. 이야기를 마치고 걸어 나오는데, 화사하게 치장한 젊은이들이 거리에 빼곡했다. 나란히 걷던 그가 툭 던진다.

"우리가 속고 있다는 느낌 들지 않으세요."
"왜요?"

"모두들 이렇게 아등바등 살고 있는데, 정작 나아지는 것은 없고…. 누가 뒤에서 음모를 꾸미는 것 같아요."

'지쳤구나' 싶었다. 북적이는 거리에서 덩달아 들뜨기에는, 그가 너무 지쳤다. 사실이 그렇다. 강남대로를 지나쳐 거대 기업으로 매일 출퇴근하는 그는, 자신이 당한 성희롱에 대해 고발했다는 이유로 혹독한 따돌림을 겪었다. 그리고 회사는 그를 '근무에 태만한 직원'으로 몰아붙였다. 심지어 회사 측은 "청바지를 입고 출근한 적이 있다"면서, 그에게 '문제 직원'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하지만 그는 묻는다.

"청바지 입은 여직원은 성희롱 해도 되나요."

'성희롱 피해자'인 그는 기사에 이름을 공개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미 한 일간지에 짧게 소개되기도 했다. 삼성전기 사회봉사단에서 일하는 이은의 대리다. 9일 저녁 기자와 만난 그는 그동안 겪은 사연을 자세히 이야기 했다. 내용은 이렇다.

"자꾸 그러면 '대졸 여사원'은 까칠해서 못 받는다는 말 나온다"

이 씨가 성희롱을 당한 것은 지난 2003년 6월부터다. 삼성전기 영상사업부에서 일하던 이 씨가 1년 반 동안의 연수 휴직을 마치고 복직했을 때다. 대학원에 다니다 회사에 복귀한 그를 삼성전기 측은 전자 영업팀에 새로 배치했다.

약 20명으로 구성된 부서에서 그는 삼성전자 영국 법인, 삼성전자 헝가리 법인, 삼성SDI 독일 법인, 삼성 SDI 브라질 법인 등 8곳에 부품을 판매하는 일을 맡았다. 삼성전기의 주요 거래선을 상대하는 일을 하며, 그는 늘 쾌활한 직원으로 통했다. 동료들은 "회식에 이은의가 빠지면 재미가 없다. 이은의가 시간 되는 날에 맞춰서 회식 날짜를 잡으라"는 우스개 소리를 종종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밝은 표정 짓기가 거북해졌다. 부서장의 지속적인 성희롱 때문이다. 부서장은 사무실을 오가다가, 책상 뒤에서 그의 뒷목이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곤 했다. 또 등에 손을 대 브래지어 끈을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처음에는 당황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부서장이 성희롱을 할 때마다, 그는 몸을 움직여 가해자의 손을 뿌리치거나 불쾌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그래서 주변 동료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대신, "자꾸 그러면, '대졸 여사원은 까칠해서 못 받는다'는 말이 나온다"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말라"고 '충고'하는 동료도 있었다.

"'가해자가 퇴사할 때까지만 참자' 했는데…"

그렇게 참고 지냈다. 그리고 1년 반쯤 지났다. 2005년 1월, 그는 월차 휴가를 냈다. 휴가를 마치고 오니, 소속 부서가 바뀌었다는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삼성전기가 생산하던 부품 가운데 일부를 분사한 회사에 넘긴다고 했다. 그래서 이런 이관 작업을 진행하는 팀이 꾸려졌다.

회사 측의 이런 조치를 이 씨와 동료들은 구조조정 예고로 받아들였다. 사무실 분위기가 술렁였다. 새롭게 구성된 팀에 이 씨가 포함됐다. 그리고 새로운 팀을 이끄는 팀장은 이 씨를 지속적으로 성희롱 하던 부서장이었다. 부서가 바뀌었지만, 성희롱 가해자를 벗어날 수 없었던 셈이다.

그래도 참기로 했다. '구조조정이 끝나면 가해자는 회사를 떠날 테니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대략 같은 해 여름쯤이면,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팀이 해체되리라고 여겼다.

그런데, 가해자가 새로운 팀을 이끌게 되면서 성희롱의 수위가 더 높아졌다. 주위 동료들도 "(부서장이) '손버릇'이 나쁘다"며 수군댔다. '여름까지만'이라고 되뇌면서, 그 시절을 보냈다.

"여직원이 술자리 분위기 맞춰주는 존재인가"
▲ 이은의 씨. ⓒ프레시안

기다리던 여름이 코앞에 다가왔다. 2005년 5월 말, 이 씨는 이 회사 상무와 함께 유럽으로 출장을 가게 됐다. 분사되는 회사로 옮기기로 결정된 가해자도 동행했다. 이 씨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일을 진행해 왔던 삼성전기 헝가리 법인 직원은 이 씨를 위해 이 씨와 가해자가 다른 호텔에서 묵도록 일정을 잡았다. 이 씨가 겪은 성희롱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해 6월 1일, 이 씨는 거래처인 삼성전자 헝가리 사업장을 방문해 업무 협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뒤따라오던 가해자가 얇은 여름 치마를 입고 있던 이 씨의 엉덩이를 툭 쳤다. 이어, 가해자의 입이 귀에 다가왔다. 그리고 한마디. "상무님, 잘 모셔."

다시 하루가 지났다. 삼성SDI 독일 법인을 방문했다. 업무를 마친 뒤, 술자리가 벌어졌다. 2차 술자리에서 가해자가 이 씨에게 다가와 블루스 춤을 추자고 했고, 이 씨는 거절했다. 분위기가 잠시 얼어붙었지만, 금세 풀렸다. 문제가 터진 것은 술자리가 끝난 뒤였다.

호텔에 돌아온 뒤, 가해자는 이 씨를 밖에 불러냈다. 그리고 마구 야단을 쳤다. "여사원으로서 해 줘야 하는 의전이 부족한 것 같다. 복직 후에 다른 부서장들은 (이 씨를) 안 받겠다고 했는데 나는 받아줬다. 아침에 모닝콜도 좀 해주고 술자리 분위기도 좀 잘 맞추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

"'프로답지 않다'는 말 두려워 억지로 웃었다. 그런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문제제기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사적인 이유로 다른 사람들의 업무에 방해를 끼친다는 평가를 받을까봐 두려웠다. 이 씨는 '프로답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꾹 참았다. 대신, 웃었다. 억지로 밝은 표정을 지으려 애썼다.

억지웃음의 대가는 혹독했다. 뒷날 이 씨가 성희롱에 대해 문제 제기했을 때 회사 측은 출장 기간 동안 이 씨가 밝은 표정을 유지했다는 주변 동료들의 전언을 근거로 이 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씨는 "가해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한 노력이 '성희롱은 없었다'라고 주장하는 증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라고 이야기했다.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뒤인 같은 해 6월 17일, 이 씨는 부서장에게 당한 성희롱에 대해 회사 측에 정식으로 알렸다.

이 씨는 끝까지 망설였다. 지속적인 성희롱을 제외하면, 가해자는 크게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조금만 기다리면, 가해자가 회사를 떠날 상황이었다.

"가해자가 퇴사해서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 씨는 또 다른 피해자를 생각하기로 했다. 성희롱에 대해 공론화하지 않으면, 피해자가 계속 늘어나리라고 여겼다. 또 그동안 성희롱이 계속 이뤄지도록 방치한 회사 측의 책임도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회사 인사팀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그동안 겪은 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것으로, 지난 2년 여 동안 당한 성희롱의 상처는 아물 줄 알았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이 씨는 성희롱에 대해 알린 뒤 겪은 일이, 성희롱 자체보다 더 큰 고통이었다고 말했다.

이 씨를 만난 인사팀 담당자는 "조사해보고 다시 연락을 주겠다"라고 했다. 연락은 금방 오지 않았다. 얼마 뒤, 가해자가 명예퇴직금을 받고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가해자와 영영 멀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가해자는 삼성전기에서 분사한 회사에 입사했다. 그런데 그 회사는 이 씨가 일하는 사무실 바로 아래층에 있었다.

가해자가 퇴직한 직후, 인사팀 담당자가 이 씨를 불렀다. 그는 이 씨에게 "가해자가 퇴사했기 때문에, 회사가 가해자나 피해자에게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기가 막혔다. 그래서 이 씨는 "정식으로 문제 삼겠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인사팀 담당자는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리고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이 흘렀다. 상급 단위인 본부 인사 그룹 부서장이 이 씨를 불렀다. 그는 가해자가 퇴사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사가 이미 퇴사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은 없으니 원하는 부분이 있으면 이야기 하라. 그것을 해결 해주겠다"고 했다.

가해자와 한 건물에서 지내야 했던 시간

이 씨는 가해자와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대답했다. 가해자는 이 씨가 성희롱에 대해 알렸다는 사실을 안다. 이 씨가 두려움을 느낀 게 당연하다. 이 씨는 당시 근무지였던 수원사업장이 아닌 곳에 발령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이 씨가 당시 속해있던 팀은 분사가 마무리되면서 할 일이 없어졌다. 이 씨는 어차피 부서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팀의 동료들이 하나씩 빠져나가서 사무실이 썰렁해지는 동안 이 씨는 회사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같은 해 9월 중순께부터는 혼자 사무실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됐다. 나머지 동료들은 모두 다른 부서로 발령받았다.

이 씨는 할 일 없이 멍하게 지내는 것도 힘들었지만, 가해자와 같은 건물에서 마주치는 것은 더 괴로웠다고 했다.

같은 해 10월 말, 인사 고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인사 담당자가 'C-'를 부여했다. 담당자는 "부서장의 성희롱을 고지하고 배치요구를 하고 있는 것도 조직 부적응이다"라고 말했다. 이 무렵, 마음의 상처는 몸으로 번졌다. 심한 스트레스로 화농성 여드름이 생겼다. 얼굴에 붕대를 감고 다녀야 할 만큼 심한 상태였다.

따돌림…건물 계단에서 보낸 시간

이 씨에게 수원 사업장이 아닌 곳으로 발령 나게 해 주겠다던 인사 담당자가 2006년 1월 중순께 이 씨에게 연락했다. 자신은 부산으로 발령 났다고 했다. 그리고 이 씨가 수원 사업장 내 교육부서로 가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도 도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전화를 끊고나서, 이 씨는 항의 메일을 보냈다. 하루 뒤, 담당자가 이 씨를 불렀다. 그는 서울 사무소 IR(외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 설명 활동) 부서에 이 씨가 배치되도록 결정됐다고 이야기 했다.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가해자와 다른 건물에서 일할 수 있도록 요구한 지, 반년이 지나서 나온 결정이었다.

2006년 2월, 서울 사무소로 출근했다. 마침 휴가 중이었던 부서장은 복귀한 첫날, 부서원 전체에게 메일을 보냈다. 명령에 따르지 않은 여직원을 부서장이 직권으로 해고하는 게 정당하다는 판결을 소개하는 기사가 담긴 메일이었다.

이어 부서장은 외부 투자자 미팅에서 이 씨를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IR 업무의 핵심에서 빠지라는 뜻이다. 따돌림의 시작이었다. 업무에서 배재되니, 다른 부서원들과의 인간관계도 소원해졌다. 부서원들 역시 이 씨를 따돌렸다. 하루 종일, 아무도 이 씨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업무에 대해 이 씨가 물어도, 다들 대답하지 않았다. 혼자 밥을 먹는 날이 많았다. 회식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료들은 이 씨를 빠뜨리고 술잔을 권하기 일쑤였다.

홀로 고립된 사무실을 빠져나와, 계단에서 우두커니 시간을 보내는 날이 늘었다. 계단에 서 있노라면, 건물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 아주머니와 친해진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성희롱 공론화 하면 '꽃뱀'인가"

같은 해 말, 이 씨는 자신을 따돌렸던 부서장에게 업무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부서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끝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부서장은 이 씨를 불러 "이 대리와 일을 할 수 없다고 인사팀에 통보하였으니, 다른 부서로 가라. 인사팀에 항의하려면 해도 좋지만 아무런 소용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회사 측은 2006년 4월 이 씨를 사회봉사단으로 발령 냈다. 이 씨는 현재 수원 사업장에 있는 사회봉사단으로 출퇴근 한다.

이 씨는 성희롱보다 부서 내 따돌림이 더 괴로웠다고 했다. 그래서 사회봉사단으로 옮긴 뒤에도 회사 측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회사 측의 반응은 이 씨가 근무에 태만하고 무능했기 때문이라는 것. 회사 측의 이런 태도가 이 씨의 상처를 헤집었다. 이 씨는 "성희롱에 대해 문제제기한 직원에 대해 회사 측은 '꽃뱀' 취급했다"고 했다. 진급 등 대가를 바라고 한 행위라는 뜻이다. 실제로 삼성전기 측은 기자와 통화하며 "이은의 씨의 주장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그런 주장을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라고 밝혔다.

인터뷰를 마친 뒤, 이 씨는 '타이밍'이라는 만화에 대해 이야기 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하는 만화다. 성희롱을 당하던 시절로 돌아간다면, 그저 참고만 있지 않겠다고 했다.

"성희롱 발생하면, 인사팀에 조용히 이야기하라"는 성희롱 예방 교육

하지만 회사 측은 다르게 행동하라고 가르친다. 성희롱 피해자가 조용히 참고 지내야 한다는 것. 이 씨는 지난해까지 회사에서 성희롱 예방 교육을 진행한 강사가 "성희롱이 발생하면 인사팀에 조용히 이야기하라"며 강의를 마무리 하곤 했다고 말했다. 강사는 "주변에 알리면 이상하게 소문이 나서 피해자 본인이 회사를 도리어 못 다니게 될 정도로 이중삼중의 피해를 입게 된다"고 덧붙였다고 했다.

하지만 이 씨는 성희롱 피해자가 침묵하면, 상처는 더 깊어진다고 생각한다. 빨리 공론화 할수록, 상처가 덜 하다는 것이다. 이 씨의 설명에 따르면, 회사 측은 성희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이 씨에게 "성희롱이 벌어진 당시에는 왜 가만있었느냐. 좋은 보직을 얻기 위한 노림수 아니냐"며 다그치곤 했다.

이에 대해 이 씨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여성이 성희롱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라고 했다. 또 "그렇게 힘들면 회사를 그만두면 될 것 아니냐"라는 일각의 힐난에 대해서도, "10여 년 간 직장 생활을 했지만, 성희롱 피해를 알린 뒤에는 업무를 맡지 못하고 지냈다. 업무 경험이 거의 없는 경력직을 어느 회사가 채용하겠느냐"라고 되물었다.

고졸 여직원이 대졸 남직원에게 겪는 수모에 공감하다

이 씨는 지난해 5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성희롱 피해에 대해 진정했다. 그리고 올해 5월에는 회사를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적 대응과 함께, 언론에 실명을 공개한 그는 다른 여성 노동자들의 처지에도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성희롱을 고발한 직원을 '무능력자'로 몰아붙이는 회사를 보며, 그는 성적 괴롭힘이 권력 관계의 문제라는 점을 깨달았다.

과거에는 유심히 보지 않았던 대졸 남성 직원과 고졸 여성 직원 사이의 관계도 눈 여겨 보게 됐다. '대졸 여성 직원'인 그는 이제 '고졸 여성 직원'들이 '대졸 남성 직원'에게 겪는 수모에 깊이 분노한다.

하지만,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껴안고 끙끙 앓는 일은 이제 없다. 성희롱 피해 사실을 알린 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또 작게나마 현실이 바뀌는 모습도 봤다. 올해 회사에서 실시된 성희롱 예방 사이버 교육 자료에는 성희롱을 당하면, 녹취록을 남기고 주위에 알리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씨는 자신이 제기한 소송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더 힘든 싸움을 치르는 이들을 보며, 용기를 얻는다

이들과의 만남으로, 힘을 얻은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괴로워하는 성희롱 피해자들에게 밝은 곳으로 나오라고 말한다. 성희롱 피해를 공개하면, 힘든 싸움이 기다리고 있지 않느냐고? 물론 그렇다. 하지만 그는 더 힘든 싸움도 견뎌내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기륭전자와 이랜드 여성 노동자들을 보며, 그는 고통을 이기며, 희망을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

마침, 휴대폰 문자가 도착했다. 기사 작성이 조금 늦어졌다는 문자에 대한 답신이다. "기다리는 것은 힘든 게 아니니, 천천히 하세요." 괴로운 시간을 견디며 기다리는 법을 배운 그를, 삼성이 이기기는 어렵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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