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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도발' 속내? '손학규'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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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도발' 속내? '손학규'를 보라

[김종배의 it]오세훈보다 앞서 나가는 김문수

김문수 경기지사의 '과격' 행보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정부의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규제 완화' 기조에 대해 "배은망덕" "중국 공산당도 하지 않는 일"이라고 격한 언사를 쏟아내는 그의 태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본인은 절대 아니라고 한다. '대권 행보'라는 일각의 시선을 강하게 부인한다. 단지 경기도의 사정과 경기도민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한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소지는 있다. 경기도의 적잖은 시·군이 수도권 규제 때문에 낙후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도가 서울 때문에 애먼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정서도 있다. 경기지사로서 이런 사정과 정서를 대변하는 건 '의무'에 해당할지 모른다.

유사사례도 있다. 김 지사의 전임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전력이다. 그는 2005년 5월 열린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에서 외국투자기업과 국내 대기업의 첨단업종 공장 수도권 신·증설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이해찬 당시 총리와 싸우다가 자리를 박차고 나간 적이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모든 걸 설명할 수 없다. 거꾸로 이것이 '대권 행보' 시각을 강화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대권을 꿈꾸는 경기지사가 대권 도전의 발판이 될 경기 민심을 틀어쥐려는, 너무나 뻔한 행보로 해석할 수도 있다.

'액면'만 갖고는 김문수 지사의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없다. 다른 요인을 살펴야 한다.
▲ 김문수 경기지사가 24일 열린 '수도권규제철폐촉구 비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기도청

비교사례가 있다. 또 손학규 전 지사다. 그의 대권 도전기를 읽으면 김문수 지사의 대권 도전 전략을 가늠할 수 있다.

손학규 전 지사는 실패했다. 한나라당 경선에 나섰다가 세 부족을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자명했다. '이명박의 벽'을 넘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영남 조직표를 끌어올 수는 없는 노릇, 무슨 수를 쓰든 수도권 조직표를 끌어와야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밀렸다. 자신을 지지해줄 것이라고 믿었던 경기지역 당원은 물론 당내 소장파 상당수까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진영으로 넘어가 버렸다.

왜였을까? 정부와 각을 세우며 경기도의 이해를 대변했고 이명박 전 시장의 '청계천'에 견줄 '외자유치' '일자리 창출' 업적이 있다고 자평했는데도 왜 세불리를 극복하지 못했을까?

요인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각인효과. 업적의 중량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업적의 포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손학규 전 지사는 소홀히 했다. 업적 포장지로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국민표를 끌어모으는 데서 손학규 전 지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밀렸다. 그 뿐만이 아니다. 경기도의 처지와 정서를 대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행정수도 이전에 동의함으로써 정체성에 흠집을 내버렸다.

다른 하나는 조직기반.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겐 '국가발전연구회'라는 당내 핵심 조직이 있었다. 수도권 출신 중진들이 주도하는 탄탄한 당내 조직기반을 갖고 세 확산을 모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손학규 전 지사는 2006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사실상 해체된 당내 소장그룹을 과신했다. 정치적 목표가 느슨하고 더불어 정치적 결속력이 헐렁한 당내 소장그룹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걸었다.

이 두 가지 요인에 견줘 살필 수 있다. 김문수 지사의 대권 전략을 살필 수 있다.

자신의 대권가도에 첫 번째 장애물이 될 오세훈 서울시장을 고려하면 지금 치고나가는 게 낫다.

오세훈 서울시장에겐 뚜렷한 업적이 없다. 오히려 뉴타운에 발이 묶여있다. 방향을 이리 틀면 서울 의원들이 반발하고 저리 틀면 서울 서민들이 반발하는, 딜레마 상황에 처해있다. '이명박 모델'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지점에 오세훈 시장이 서 있는 것이다.

김문수 지사는 그렇지 않다. 자신은 노무현 정부의 수도 이전에 맞서 '수도분할반대투쟁위원회'를 이끌었던 사람이다. 이런 전력과 수도권 규제 완화 투쟁 사령탑을 자임하는 지금의 행적을 연결하면 '수도권의 대변자'란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다.

당내 기반도 다르다. 오세훈 시장이 당내 조직기반보다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깜짝 등장'했다면 자신은 오랜 기간 '국가발전연구회'를 이끌며 당내 세력을 다져왔다. 그뿐인가. 당내 최대 계파인 이재오계의 수장이 미국에 머물고 있다. 지금처럼 조직을 다지는데 적합한 시기는 없다.

바로 이 대목에서 새로 살펴야 한다. 지난 15일 발족한 '함께 내일로'라는 한나라당내 모임이다.

면면에 특징이 있다. 대개가 수도권 출신 의원들이다. 재선 이상 의원들은 거의 모두가 '국가발전연구회' 춣신들이다. 모임을 주도한 차명진 의원은 김문수 지사의 보좌관 출신이다.

공교롭게도 일치한다. '함께 내일로'의 발족 시점과 김문수 지사의 '도발' 시점이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이것을 단지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살필 건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다. 아직은 '서슬퍼런 권력'인 이명박 대통령과 '맞짱'을 뜨는 게 과연 그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는 것일까?

이렇게 보면 된다. 청와대는 수도권 규제 완화를 포기한 게 아니다. 단지 후순위로 돌렸을 뿐이다. 지지도를 고려해야 하고 내후년의 지방선거를 염두에 둬야 하는 청와대의 입장에선 불가피한 선택일지 모른다.

이 점을 고려하면 이렇게 풀이할 수도 있다. 적당한 시점에 수도권 규제 완화가 시행되기 시작하면 '맞짱'을 뜬 김문수 지사는 면이 선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을 자신의 '투쟁' 성과로 내세울 수 있다.

정반대의 상황, 즉 수도권 규제 완화가 지지부진한 상황이 돼도 문제없다. 그러면 이명박 대통령과의 '맞짱' 수위를 올려야겠지만 부담은 없다. 아마도 그 시점은 이명박 대통령의 힘이 적잖이 빠진 다음일 것이다. 오히려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는 호재로 삼을 수 있다. '수도권'에 몰입해 내달리면 대선 본선에서 지방 표심을 놓칠 수 있지만 그건 둘째 문제다. 후보가 되는 게 우선이다.

김문수 지사의 행보가 이렇다. 너무 빠른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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