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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재벌에 유리할 때만 '시장경제' 들먹이나"

[기고] 기업간 거래는 시장 자율에 맡기자더니 웬 환율 개입?

우리 국민은 지난해 말 "경제만큼은 확실하게 살려서 서민과 중산층 그리고 중소기업에 희망을 주겠다"라는 장밋빛 공약을 믿고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도덕성은 사치라 여겼는데

하지만 그에게 제기된 많은 의혹들은 명쾌하게 풀리지 않은 채였다. 도덕성 논란도 여전했다. 이런 그에게 국민이 면죄부를 준 이유는 간단하다.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는 도덕조차도 사치스럽게 여겨졌던 분위기 탓이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가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를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내각 구성을 추진하면서 '고소영, 강부자 내각'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명박 정권은 상위 1%만을 위한 정부다"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왔다.

MB정권 초기 고환율 정책, 고유가 시대의 자살 행위
▲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유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강 장관은 고유가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환율정책으로 서민 경제에 큰 부담을 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더구나 정권 출범 직후, 현 정부는 고유가 시대에 자살 행위나 다름없는 고환율 정책 추진으로 수출대기업을 우선 배려했다.

그렇지 않아도 비싼 원유를 더 비싸게 구매하는 어리석음으로 달러를 탕진하였고, 수입원자재 폭등으로 이어져 물가가 천정부지 치솟고 주식은 폭락하고 서민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불행한 결과를 만들었다.

정부의 환율 개입, '저수지에 소금 풀어 간 맞추기'

이런 이명박 정부가 최근 들어서는 달러 환율이 너무 높다면서 정부가 보유한 달러를 시장에 직접 개입해서 풀고 있는데 이는 정말 경제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조급함일 뿐이다.

가뜩이나 한국경제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 주식을 빨리 내다 팔고 떠나도록 보너스까지 주면서 선물을 내주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너무 많이 풀려서 약세인 달러 가치에 대해 우리 정부가 개입한다는 발상 자체가 해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큰 저수지에 소금을 퍼부어서 간을 맞추겠다"라고 한다면 그 얼마나 어리석기 그지없는 일인가?

기업간 상거래 질서는 시장 자율에 맡기자더니, 왜 환율에는 직접 개입하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협력과 상거래 질서는 시장에 자율적으로 맡겨야 한다"고 강조하던 정부가 유독 환율문제 만큼은 왜 직접 개입하려 하는 것일까?

"고유가 시대에 고환율 정책"은 "수출 대기업만 잘 되면 산업전반이 두루 살아난다"는 70년대식 경제성장 정책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폐해는 이미 우리가 겪고 있다. 물가 폭등, 20조가 넘는 외환 낭비 등이 그것이다.

원자재를 수입하여 가공한 뒤, 대기업에 저가로 납품하는 먹이 사슬 관계에 코가 꿴 중소기업의 현실을 이해하기에는 이명박 정부 당국자들의 사고력에 명백한 한계가 있는 듯하다.

이런 이명박 정권은 여전히 "비즈니스 프렌들리"만 강조한다. "지금부터는 진짜로 경제를 살리겠습니다"라며 "조금만 더 참아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현 정권이 국민과 쌍방향 소통을 할 능력이 없다는 점은 최근 쇠고기 문제로 이미 검증됐다.

이런 정권이 중소기업에게 치명타를 가한 고환율 정책에 대한 반성 없이 경제를 살려보겠다고 한다. 과연 그럴 능력이나 있을까, 되묻고 싶지만 부질없는 짓이라는 점을 잘 안다. 애당초 쌍방향 소통의 의지가 없는 정권이기에.

"휴대폰, 반도체만 많이 팔면 된다"는 정부, 끝까지 '재벌 프렌들리'

하지만 정권 당국자들이 이야기하는 '경제'와 '기업'에 중소기업을 위한 자리는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재벌만을 위한 경제, 대기업만을 위한 기업정책일 뿐이다.

국민 다수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불신을 드러내면서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대통령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한미 간에 체결된 쇠고기 협상에 대하여 우리가 재협상을 요구하면 미국은 FTA 재협상을 요구하게 되고 그리되면 자동차, 핸드폰, 반도체 수출에 차질이 생깁니다. 국익을 최우선하기 때문에 쇠고기 재협상은 불가능합니다"라고 했다.

자동차, 핸드폰, 반도체를 수출하는 업체는 재벌 소속 대기업이다. 이들 재벌 소속 대기업의 이익이 국민의 뜻보다 우선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재벌 소속 대기업의 이익을 '국익'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에 덧붙여 현 정부는 수도, 전기, 가스, 의료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영역에 대해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분야 공기업이 민영화 될 경우, 재벌 계열사에 인수되리라는 점은 거의 확실하다. "대통령 잘 뽑았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을 재벌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재벌만을 위한 '정글의 법칙'…'공정한 시장 경쟁'은 언제쯤

이런 대통령에게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관심 가져달라고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최근 촛불집회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조문이 노래로 불리웠다. 헌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최근 촛불 집회가 낳은 성과 가운데 하나일 게다.

그리고 헌법에는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며 시장경제 체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한국의 시장경제 질서는 이미 거대 재벌의 횡포로 인해 그 기능이 왜곡된 지 오래다. 또 자정능력 역시 사라져 버렸다.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더 적절한 가격에 제공하는 기업이 승리할 수 있는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게임의 규칙'은 온데간데 없다. 시장에서 기득권을 갖고 있으며, 정·관계 및 법조계, 언론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재벌 소속 대기업만이 승리하는 '정글의 법칙'만 통용될 따름이다. 이건 헌법에 보장된 시장경제 체제가 아니다. 그저 약육강식 체제일 뿐이다.

"시장경제를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먼저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라면, 이런 '정글의 법칙'을 견제하는 역할을 정치권과 관료 집단, 그리고 언론이 맡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렇지 않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언론이 권력과 결탁하고, 재벌에 기생하는 게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공허한 '경제 살리기' 구호가 아니다.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장치가 절실하다. '정글의 법칙'을 대신할 수 있는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 마련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규칙이 없는 한, '경제 살리기'를 위한 노력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그 피해는 한국 경제 전체가 짊어지게 된다. 신기술 개발이 아니라 협력업체 쥐어짜기를 통해 성장한 대기업 역시 이런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쥐어짤 중소기업이 사라지면, 대기업 역시 버티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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