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조합의 가장 기본적인 의사결정 기구인 대의원대회의 개최 자체를 공권력을 동원해 막자 노동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민주노총(위원장 이석행)은 즉각 성명을 통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어처구니 없는 만행이며 권력을 사유화한 이명박 독재 정권의 말기적 증세이자 발악적 소동"이라고 맹비난했다.
"총투표 불법"이라며 '총투표를 위한 투표'부터 막아나선 정부
전공노는 당초 이날 오후 2시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부의 청주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제26회 임시 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이명박 불신임 총투표'를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공노의 대통령 불신임 투표 추진 계획이 알려지면서 정부는 공권력 6개 중대 600여 명을 동원해 전공노 대의원들의 출입 자체를 막았다. 이유는 '대통령 불신임 총투표는 불법'이라는 것이었다.
경찰은 "공무원들의 단체행동은 법으로 금지돼 있는 만큼 대통령 불신임 안에 대한 표결은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에 앞서 지방자치단체장을 동원해 대의원의 회의 참석을 막고 회의장 대여도 방해했다는 것이 전공노의 주장이다. 정용천 전공노 대변인은 "대의원들에게 회의에 참석할 경우 채증해서 징계하겠다고 협박하고 정부의 방해로 예약했던 회의장이 세 차례나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내부 의사결정은 단결권의 영역…대대 원천봉쇄는 법에 보장된 단결권 침해"
"공무원의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투표는 불법"이라는 정부의 주장이 맞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존재한다. 전공노는 "투표 자체는 단체행동이 아니라 정당한 의사 표현으로 이미 위법이 아니라는 법률 자문까지 마친 상태"라는 입장이다.
맹주천 변호사(법률사무소 FIDES)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공무원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정치활동은 선거에서 특정한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 등 선거와 관련된 활동으로 쇠고기 재협상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공무원의 의견 피력을 정치활동으로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불신임투표가 불법이라 하더라도 정부가 이날 공권력을 동원해 막아나선 것은 불신임 투표 실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였다.
맹주천 변호사는 "노동조합의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은 다르다"며 "내부적 의사결정은 단결권의 영역으로 그 결정이 구체적 행동이나 선언문 등으로 외부로 표출되지 않는 한 집단 행동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대의원대회 봉쇄는 현행법상 공무원에게도 보장된 단결권의 침해"라는 설명이다.
정부의 대응이 "도를 넘은 무리한 대응"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명박의 '두려움'이 '무리한 원천봉쇄' 강행의 배경?
그렇다면 정부는 왜 무리하게 노동조합의 의사결정기구 개최 자체를 막은 것일까? 최근 전공노가 발표한 공무원노조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전공노는 조합원 7000여 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80.9%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에 대해 '잘 못하고 있다'고 대답했다"고 밝혔었다. (☞관련 기사 : 공무원 1.17%만 "이명박, 잘 한다")
이 조사 결과대로라면, 불신임 투표가 실제 진행될 경우 '불신임'에 대한 압도적 찬성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물론 투표 결과 대통령 불신임이 결정되더라도 법적 실효성은 없다. 다만 현직 공무원마저도 대통령을 못 믿는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을 뿐이다.
노동계는 따라서 정부의 무리한 대응의 배경에 이 대통령의 두려움이 존재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손영태 전공노 위원장이 이날 "(정부가 이렇게) 이명박 대통령 불신임 총투표를 못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 투표 결과가 대중적인 불신임으로 번질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에 있다.
민주노총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불신임에 대한 두려움으로 경찰병력으로 대의원대회 개최를 틀어막으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공노는 대의원대회 무산 이후 성명을 내고 "정부는 대의원대회를 무산시킨 경찰과 정부 책임자를 처벌하고 합법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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